디비노트

2003년, 디자인디비 씨를 만나다

먼저 요즘 근황에 대해 알고 싶다.
지금 한창 1/2월 호를 마감하고 있다. 동시에 올 한해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중이다. 새로운 변신을 구상하고 있다고나 할까. 멀리는 몇 년 후의 모습부터, 가깝게는 다음 달 일까지...고민이 많다.

재작년 <산업디자인>에서 <디자인디비>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을 바꾸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당시 하던 일이 안 풀려 점을 봤더니 이름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했다. 세상이 변하고 디자인 개념도 바뀌어 감에 따라 산업디자인이란 좁은 굴레를 벗어나야 하는 데 이름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디비로 이름을 바꾸고 ‘디자인디비닷컴(www.designdb.com)’이라는 또 다른 얼굴도 선보인지 오래다.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디비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21세기 한국 디자인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 db란 어떤 의미인가?
하나의 도구이다. 좁게는 디자인 정보를 선택하는 도구이며, 넓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이기도 하다.

너무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사람들은 쉽게 db(데이터베이스)라 하면 과거지향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과거의 정보들을 찾기 쉽게 정리해놓은 창고 비슷한 개념으로 말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db는 앞으로 생성될 정보들을 취사선택하고 정리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며, 그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내는 도구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책상서랍 맨 위칸에 명함을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앞으로 들어올 명함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또 한가지 편견은 db는 변하지 않는 고정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근사한 명함첩이 생기면 당연히 보관 장소를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db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디비는 미래지향적인 개념이다. 앞으로의 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틀을 제공하는 하나의 도구이다.

올해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바뀐 점을 설명해달라.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내용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작년의 원 토픽(One-topic) 구성에서 특집의 비율을 줄이고 다른 기사들을 집어넣었다.
가장 눈에 띠는 내용은 인터뷰 꼭지이다. 이 인터뷰 시리즈는 ‘디자이너가 없던 시절에는 누가 디자인을 했을까?’란 물음에서 시작했다. 예전의 공예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1세대 디자이너들이 생겨나기 전에도 현대적 개념의 디자인 제품들이 있었고, 또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인쇄기술이 들어오고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을 시절에도 한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하셨던 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의 당시 작업 과정이나, 경험을 들어보면 현대 한국 디자인의 모습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밖에도 각 구성이 아직 확실히 자리잡진 않았지만, 곧 정리될 것이다.

이번 호 특집 내용을 살펴보니 <조선시대 기록문화와 정보디자인>이란 거창한 주제에 걸맞지 않게 소재가 너무 협소한 것 같다.
방대한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모든 범위를 다 다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잡지의 특성상 준비 기간도 짧았다.
중요한 것은 과거 조선시대 기록문화가 과연 현대 정보디자인에 있어 어떤 의미를 던져줄 수 있는지, 또 현대 정보디자인의 개념으로 이러한 옛 텍스트를 재해석하고, 나아가 현재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번 호에서 우리가 텍스트로 제시한 조선시대 ‘반차도’에서 그런 행위가 가능하다면 다른 텍스트에도 가능할 것이 아닌가. 하나의 시도로 봐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