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기록문화와 정보디자인

프롤로그, 행렬이 시작되다

여기 하나의 행렬이 시작한다.왕의 행차인 듯, 그 행렬은 초입부터 장엄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다.
때는 1795년 윤2월 9일, 조선시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명인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성으로 8일간의 여행을 떠나는 중이다.
현대 정보디자이너들에 의하면 정보디자인, 혹은 인포메이션 아키텍처에 대한 오늘날의 논의는 근본적인 면에서 과거에 비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하나의 정보가 있다면 그것을 구성하는 방식이 존재하며, 그 방식이 바로 정보디자인인 것이다.
우리는 이 8일간의 행차,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행차의 보고서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의궤에서 과거 정보디자인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한다.
여기에 실려 있는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점이 현재와 다른가, 혹은 현대 정보디자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과거의 기록문화는 어떤 것일까?
잠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행렬을 따라가보자.

옆의 그림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는 조선시대 의궤 중 하나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내에 실려있는 [반차도(班次圖)]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와 [반차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옐로우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22×34cm, 1796, 서울대 규장각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