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tern story 4

균형어린 디자인 감각을 통한 한국미의 창조적 계승 談笑 四

1997~98년 사이에 [한국 전통문양의 현대적 표현을 위한 디자인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전통문양은 원래 제 전공은 아닙니다. 그 프로젝트는 산업자원부에서 중소기업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스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진행한 것이지요.
프로젝트 결과물의 저작권은 당연히 개발한 사람에게 귀속되지만 판권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도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전통문양의 원래 이미지가 전도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개발에 임했지요.
결과적으로 조형적으로는 조금 평범한 형태들이 개발되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전통문양을 어떤 식으로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통문양을 디자인 작업에 적용하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전통문양의 의미와 형태를 정리해서 성실하게 승계해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통문양집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두번째는 디자이너 나름대로 전통문양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거기에 이미지가 전도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성과 현대성을 가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통문양을 비롯해 한국적인 이미지를 적용하는 여러 작업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 두 가지 방법 사이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전도되지 않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하나의 그래픽을 보면 그 형상이 마음에 맺히게 됩니다. 이것이 이미지지요.
이것이 원래 전통문양의 이미지에 역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 역시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색을 이용하는 방법과 형태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말은 쉽지만 행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색동 이미지를 사용한다든지 태극의 형태를 이용하는 것은 쉽지만 그로부터 창조적인 그래픽 작품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가벼우면 소재의 차용 수준에 머물기 쉽고, 과하면 이미지의 전도현상을 조절하기 힘들지요.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한국의 전통 이미지와 현대의 그래픽 디자인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작품이 있다면 예를 들어주십시오.
몇년 전 단국대 김상락 교수의 작품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선이 출어할 때 행하는 굿의 깃발을 표현한 작품인데, 간결한 색과 형태로 한국의 이미지를 아무 군말없이 표현해주고 있지요.
또 서울여대 이정숙 교수의 작품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래픽 작품은 아니지만 이정숙 교수가 원래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해서 그런지 색감이 정말 뛰어납니다.
특히 한국의 전통 문창살 이미지를 사용한 [동창이 밝았느냐]라는 작품에 나타나 있는 한국적인 조형미는 보기드문 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통문양의 올바른 현대적 계승을 위해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소재에 대한 이해는 어떤 디자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문양에 나타나있는 정서가 디자인 작업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려면 먼저 그 문양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겠지요. 그 문양의 이상적인 형태는 물론 의미와 맥락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냥 문양의 조형성이 뛰어나다고 그 형태에 혹해서 무작정 작품에 적용한다면 올바른 전통 계승을 헤칠 뿐만 아니라 디자인 자체의 경쟁력도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조영제 디자인학 박사, 서울대 명예교수, 동서대 디지털디자인 대학원장
글_박활성 기자
 

[Dream of Wind].
김상락.
제16회 부르노 국제그래픽 비엔날레 입상작.
1994

[동창이 밝았느냐 Ⅳ
(Open Window Ⅳ)].
이정숙.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