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10100
ID10100은 한마디로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인터넷 CF'라 할 수 있다. 즉, 인터랙션이라는 웹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기업의 이미지 광고인 것이다.
하지만 2001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프로젝트의 과정과 그 결과물들을 놓고 볼 때, '과연 ID10100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과연 어떤 의미이며,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시험해봄과 동시에 앞으로 무엇이 가능하고, 또 무엇이 더 필요한지 모색해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체 프로젝트가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모든 것들을 여기에 풀어놓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디자인협상론'이란 주제에 맞춰 ID10100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관계를 통해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또 그 결과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삼자대면
먼저 전체 프로젝트를 관망함에 있어 제작을 맡은 슈가큐브와 클라이언트로서의 삼성,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컨텐츠를 보게 될 유저, 이 3자 간의 구도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삼성으로서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라는 대의가, 슈가큐브로서는 매혹적인 컨텐츠 구현이란 욕심이, 그리고 유저로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셈이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면 애초에 잘못된 기획인 셈이고 아무리 기업 이미지가 좋게 반영되어도 유저가 선택해주지 않으면 죽은 컨텐트가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선택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슈가큐브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삼성으로서는 네티즌들의 호응을, 유저로서는 좀더 새로운 인터넷 컨텐츠라는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켜준 운좋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 3자 간의 밀고당기는 협상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ID10100 속으로 좀더 깊이 들어가보자.
국면# 1 _ 슈가큐브: 삼성
먼저 프로젝트의 당사자인 삼성과 슈가큐브 간에 있었던 중요한 논의대상 중 하나는 바로 과연 이 컨텐츠가 '어떤 식으로 기업 이미지를 반영해야 하며', 또 그 결과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ID10100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기업광고의 하나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고, 컨텐츠의 최종 목표에서 이 점이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조금 막연하게 들린다면 보다 쉬운 예로, PPL을 통한 기업 이미지의 노출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다른 영화나 광고에서처럼 ID10100에도 다양한 방식의 PPL 노출이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Hope by Digital'이었기 때문에 주로 초점은 디지털 제품에 맞춰졌다. 시나리오를 다듬으면서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얼마나 디지털 요소들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게 만드는가였고, 이는 프로젝트 내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일단 거부감 없이 관람자가 이야기에 동화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직설적인 PPL 노출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PPL을 위한 이야기로 그 목적이 뻔히 들여다보인다면 쉽게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에피소드1의 경우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 생각된다. 이에 비해 에피소드2의 경우는 디지털 제품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툴로 상정되긴 했지만 너무 빈번히 노출된 것은 아닌가 한다.
그 후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PPL이 점차 약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ID10100이 어느 정도 브랜드를 구축해 감에 따라 직접적인 PPL 노출이 필요 없어진 측면을 들 수 있을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음에 설명하는 바와 같이 스토리텔링이 전개됨에 따라 커뮤니티의 성격이 점차 강화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PPL은 단순히 측정가능한 수치일 뿐이라는 사실, 즉 PPL 노출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해서 프로젝트의 목적, 그리고 이에 대한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면# 2 _ I D 1 0 1 0 0 : 네티즌
또 다른 당사자인 네티즌을 ID10100과 함께 놓은 것은 사실 유저로서는 오직 ID10100을 통해서만 슈가큐브, 혹은 삼성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살펴볼 것은 스토리텔링의 전개에 따른 유저 위치의 변화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유저는 지속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서 능동적인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즉 1차에서 3차 에피소드가 진행될 때까지 유저들은 그저 하나의 플레이어로서 컨텐츠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을 뿐이었다. 물론 여기에서도 유저들은 웹이란 공간에서 어느 정도 스토리와 인터랙션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까지나 기계적이고 다소 수동적인 인터랙션이었다면 프로젝트의 5차(에피소드5라 불리진 않지만)단계로 볼 수 있는 상상커뮤니티에 와서는 직접 이야기에 참여하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능동적인 위치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 즉 리얼 스토리(real story)에 대한 시도는 2차에서도 잠깐 엿볼 수 있지만 스토리텔러의 직접적인 주체는 여전히 슈가큐브였고 유저는 컨텐츠를 제공받는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에피소드2에서 주인공 앨리스와 이야기하는 인물들은 실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면 등장하는 의사나 패션디자이너의 경우 실제 그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전개와 커뮤니티 성격의 강화는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론이라는 점이다.
ID10100은 전 과정이 앞 과정의 결과에서 도출된 흐름 속에서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피소드의 분위기를 예로 들면, 에피소드1에 대한 반응 중 너무 어둡다라는 의견이 에피소드2의 밝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었고, 너무 서정적이고 조금 느리다라는 에피소드2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조금은 코믹한 에피소드3으로 이어진 것과 같이 유저들과의 보다 감성적인 인터랙션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리얼 스토리텔링과 커뮤니티 성격강화라는 자연스런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I D 1 0 1 0 0 과 디지털스토리텔링
현재 ID10100은 상상커뮤니티란 이름으로 계속 진화해가고 있다.
즉 에피소드1,2, 그리고 포스트비주얼과 함께 진행한 에피소드3이 스토리텔링의 다양함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이미지드롬이 진행한 에피소드4는 회원제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커뮤니티를 구성하기에 이르렀으며, 상상커뮤니티에 와서는 모든 사람의 스토리텔러(storyteller)화라는 보다 진화된 스토리텔링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우리가 보여주었던 스토리들이 우리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재구성된 이미지들이었다면 이제 스토리텔링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 펜을 유저에게 드리게 된 것이다. 이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예상된 발전 과정이며, 20대를 위한 인터넷 프로젝트라는 ID10100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여 진정한 스토리텔링의 크리에이터가 20대들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본다.
모든 사람들이 스토리텔러가 되고 그들이 만든 이야기가 ID10100의 주인공이 되고 전파되어지는 이 시나리오는 2년 넘게 ID10100의 스토리 구조를 발전시키면서 얻은 다음 스텝이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결과론적 완성과 더불어 과정에서 보았을 때 지나간 에피소드들은 지금의 프로토타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간의 이야기에 관한 협상보다 관객과 이야기 간의 보다 진솔한 협상, 소통의 협상이 남아있을 뿐...
ID10100이란 그 이름처럼(10100은 20을 2진수로 표현한 숫자이다) 20대들이 자발적으로 그 감성을 해소해나가기를 기원한다.
글_박기영(Sugarcube executive producer, chief) / 사진_윤행석 / 자료제공_Sugarcube
|
 |
맨위 사진부터
episode 1.
캐릭터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zoomer의 방.
디지털카메라, 모니터 등 여러가지 PPL 제품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episode 2.
바다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 앨리스는 기차 안에서 PDA를 통해 친구들과 만나고 그들의 꿈을 전해 듣는다. 1편에 비해 PPL 노출이 단조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episode 3.
직접적인 PPL 노출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유리구슬을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사용자가 배경에 보이는 모니터로 마우스를 가져가면 제품명이 화면에 뜨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