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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앞의 글에서 언급한 PPL 수위조절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고싶다.
예를 들면 에피소드1에서 원래 주인공은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는
20대 여자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디지털적인 이야기를 원했던 터라 디지털 카메라를
찍는 남자주인공으로 협의 후 바뀌게 되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폴라로이드
사진 특유의 색감을 살리고 싶어서 주인공 zoomer의 사진 갤러리 장면에 나오는 사진들을
실제 폴라로이드로 촬영해서 영상에 심어놓았다. 캐릭터 성격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zoomer의 방에 있던 제품들, 여자주인공 hardcore와 만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소통에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스마트미디어카드 역시 마찬가지 설정이다.
에피소드2에서 계속 반복해서 나온 넥시오(NEXiO)는 이번 특집에도
나오는 아이템이라 조금 당황했다. 여기서도 예기치 않게 중복되는 것 같아서...
1편에서 노출된 PPL이 약하다고 생각했을까? 기차로 여행하는 2편의
주인공 앨리스(Alice)는 소통의 주요 매개체를 PDA로 설정했는데 클라이언트 보고를
들어갔다 나온 뒤 자꾸 PPL을 많이 삽입하는 쪽으로 진행된 적이 있다. 나중에는
디지털 장치들을 몸에 가득 찬 캐릭터 얘기까지 나왔다. 다행히 PDA 하나와 mp3 하나로
줄여 우리의 주인공 앨리스는 무사히 여행을 떠날 수 있었지만...
앞서도 효과적인 PPL에 대해 언급했지만 스토리보다 PPL이 앞서게
되면 유저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PPL 노출의 남용은 지양하기로
합의하였다. 1편과 2편에서 그나마 이야기 속에 녹아 나오던 PPL들을 에피소드3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저 배경처럼 노출되어 있는데 숨겨진
버튼처럼 해당 제품에 우연히 마우스가 올려지면 제품명이 나오는 것도 있다. 4편의
경우는 우리가 진행한 것이 아니지만 거의 없어진 것 같고 상상커뮤니티의 경우는...글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완전한 커뮤니티 성격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원초적인 노출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또 리얼 스토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내에 끼여들 여지도 없다. 하지만 언급했듯이 이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목적이 달라지지 않는 한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지 않을까?
스토리보드에 나와있는 스케치를 보면 실제 구현된 것들과 다른
점이 많이 눈에 띈다.
아마 에피소드1만 따져도 이렇게 스케치한 스토리보드가 수십 박스는
나올거다. 하루에 한번씩 바뀔 정도로 구상도 많이 했고, 각각 샘플작업도 동시에
진행해서 한 장면 한 장면씩 체크하고걖?또 실제 결과물에는 생략된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 에피소드1의 주인공 zoomer는 굉장히 소외되어 있는 캐릭터인데 얘가
왜 이렇게 단절됐는지에 대한 부분은 빠져있다. 여기에도 여러가지 배경 이야기가
있었고 또 실제로 단절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원래는 보다 평범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끝부분도 원래 여주인공 hardcore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장면으로 끝낼 셈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좀더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그 뒷이야기는 모두 추가된 부분이다.
스토리의 구조도 다양하게 변해온 것 같은데 특히 에피소드2가 가장
복잡한 것 같다.
처음에 구상했던 스토리는 훨씬 더 복잡하다. 이때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여행이란 모티브를 잡았는데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 앨리스가
여행을 돌아다니며 스토리의 주제인 꿈과 희망의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나중에
그것들이 모여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식의... 처음 의도대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스토리 구조만을 놓고봤을 때 가장 매력적인 구조이다.
가장 큰 특징은 옴니버스 형식의 병렬형 이야기라는 점인데 이것은
다소 일방향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가진 오프라인 스토리텔링이나 에피소드1의 경우와
달리 관람자가 선택하여 이야기의 순서를 재구성하며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물론
1편보다 부족한 기획시간과 각 챕터가 시간을 두고 업데이트 되면서 실제론 그 구조의
참맛을 느끼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닿으면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스토리
구조이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의 변화도 유저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인가?
물론이다. 특히 유저들의 참여에 대한 이야기는 에피소드1부터 나왔었다.
모처럼 이렇게 신선하고 새로운 기획의 프로젝트인데 게시판과 같은 최소한의 참여공간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또 보기만하고 끝나는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
다행히 에피소드들이 진행돼 가면서 ID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직접적인 계기라면, 세번째 에피소드가
끝날 무렵 에필로그겸 오프라인 행사로 ID Mania Party를 열어 직접 제작자와 모델
그리고 유저가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가 처음 열렸었다. 간혹 메일로 받는 유저의
피드백 외에 직접 ID10100 매니아들을 만나는 일은 처음이라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침 그날이 우리나라가 터키와 3,4위전을 치루던 날이라
처음부터 악재가 끼어있던 셈이었고, 마치 채팅으로 만나 좋은 대화상대로 지내다가
막상 만나고 보니 무슨 말을 할지 잘 몰라 어색해 하는 것처럼... 사실 에피소드1,2,3의
중요한 주제가 커뮤니케이션이었는데 정작 사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었다. 그러니 다음 스텝으로 ID10100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강화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던 셈이다.
ID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ID프로젝트가 슈가큐브에서 계속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도 없다. 일단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상커뮤니티를 계속 운영해나갈 생각이다.
아마 올 12월이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그 다음은 구축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또 다른 무엇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현재
계속 발전해가는 단계이고 ID 역시 그 자체가 하나의 프로토타입으로서 다음에 밟아야
할 스텝들을 차례차례 제시해왔다.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도 그 연장선 상에 있지
않을까?
글_박기영(Sugarcube executive producer, chief) / 자료제공_Sugar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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