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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으로서의 공공 디자인. 정독도서관 프로젝트.
작가. 인터뷰. 박용석.

현재 공공미술에서 작가 - 클라이언트 - 수용자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작가는 작가 생각만 하고, 클라이언트는 클라이언트 생각만 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작가가 성공하게 마련이다. 이건 어딜 가나 항상 마찬가지다.
수용자, 관람객은 그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결국, 수용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거나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일은 완전히 작가 개인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작가 마음이라는 거다. 실제로 공공미술품을 심의하는 과정에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례로 (98년 '성남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알게 된 사실인데) 성남의 공공미술품 1/4 이상이 단 한명의 작가에 의해 조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성남 주민이 그 작가를 선호해서? 아니다. 몇몇 공무원과 교수로만 이루어진 심의기구와 미술가의 결탁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독도서관 작업에서 작가와 수용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가.
우선, 나 스스로가 정독도서관의 유저였다. (작가는 현재 정독도서관과 가까운 계동에 거주하고 있다 - 필자 주) 책을 읽다가 지루하면 마당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그러다 출출해지면 매점에 들러 군것질을 하곤 했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가 작가이자 수용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 이용자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자리배치'의 진행과정은 어땠나.
이 작업을 제안했을 당시부터 '겨우 이거야'라는 의견들이 있었다. 전통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미술이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물질적인 결과물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막상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도 작은 소동이 있었다. 매점 테이블과 의자의 자리를 이리 저리 바꾸어 놓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무슨 공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것이 작품이라는 사실에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나 작업이 완료되자 이용자들은 곧 이 계획에 익숙해졌고 스스로 자리배치를 바꾸어 자신들에게 가장 편하고 유용한 배치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내가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용자도, 매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다만 매점을 청소하시는 분만이 청소하기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토로하셨다.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은 작가가 자신의 계획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작품이 매점 이용자들에 의해 손상당하는 것이 속상하진 않았나.
나는 이 작품에서 일종의 제안자로서 등장하고 싶었다.
만약 내가 영원히 보존하기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면 매점이라는 장소를 택하지도, '자리배치'라는 손상되기 쉬운 계획을 제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수용자들이 스스로 공간을 발견하고, 그것을 재배치하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중재자, 제안자가 되기를 원했다.
이 전시에서 또 한명의 작가가 매점 테이블에 작품을 설치했었는데 매점 이용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그것을 스스로 철거해간 일이 있었다.
음식을 늘어놓는 테이블에 작품을 설치해놓고서 그것이 깨끗하게 보존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이것이 '작품 만들기'와 '제안하기'의 차이다.

'제안자로서의 미술가'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줄 수 있는가.
이것은 오늘날 미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예술적인 의미, 가치를 묻기보다 오늘날 작가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일까라고 묻고 싶었다. 그것에 대한 나의 답변이 긍정적인 제안자였다.
그리고 제안자로서 나는 기존에 당연시되고 있는 질서를 드러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가 속해있는 지역의 고유한 지역성을 드러내는 것도 그것에 포함된다.
그것은 일종의 반지역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명확하지만 잘 보이지는 않는 질서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제안자로서 내가 말 걸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 참고..
1. <자리배치>는 원래 그해 4월 11일부터 4월 25일까지 정독도서관에서 있었던 전시 <無限光明(무한광명)새싹알통强推(강추)>에 출품된 작품이었다.
<공장미술제>로 대표되는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의 하나로서 자신을 표방한 이 전시에는 모두 58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박용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2. 미술의 비물질화(dematerialization)는 70년대 미국을 주름잡았던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속에서 이미 충분히 발전되고, 실험되었던 이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이들이 역사적인 양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물질적 미술들 역시 미술관으로 포섭되어 하나의 미술품, 물질로서 고착되었다. 이를테면, 이들의 아이디어를 적은 노트가 작품으로 전시되는 식으로 말이다. 관객의 개입이라는 양상 역시 이상만큼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미술관에 가면 작품 앞에 쓰인 이런 문구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원래 관객의 참여에 의해 작동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냥, 원래는 그랬다는 말이다. 지금은 아니고...

 

글,인터뷰_김형진(객원기자) / 자료제공_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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