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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영국 디자인컨설팅 전문회사 탠저린(tangerine) 사에 젊은 한국인이 vice president로 임명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것도 98년에 입사하여 단 5년 만에 이룬 일인지라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던 차에 마침 국내 업체의 디자인컨설팅을 맡아 잠시 출장 나온 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일에 영향을 줄까 조심스러워 하던 디자이너 이돈태.
그의 하루 일과는 눈코 뜰새 없을 정도로 바쁜 일의 연속이었고 덕분에 인터뷰는 3일 간의 우연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영국에서의 디자인 경험
탠저린에 입사한 것은 석사졸업 후 영국으로 가서 전공을 환경디자인에서 제품디자인으로 바꾸고 RCA(Royal College of Art)에 다닐 때였습니다.
때마침 한국이 IMF를 맞는 바람에 귀국하지 않고 영국에서 직장을 알아봐서 탠저린에 들어갔는데, British Airways 비즈니스클래스 좌석개발 프로젝트에 2년간 참여한 것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Next Generation Club World : 차세대 클럽 월드
British Airways의 의뢰로 디자인한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시트.
전방과 후방의 좌석이 한쌍으로 디자인된 좌석은 Club World Cabin을 연상시킨다.
공간활용을 최대한 살린 이 디자인은 등받이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좌석을 펼치면 침대처럼 사용이 가능하며,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여분의 받침대가 있어, 마치 집에서처럼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또한 집에서 가구와 TV가 분리된 것처럼, 좌석과 분리되어 사용가능하도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하였다.
새롭게 디자인된 좌석은 승객들에게 예전의 시트보다 더 편안하고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잠자리를 보장하며,시트와 객실환경이 조화되어 국내선 라운지의 휴게소처럼 편안하며 캐주얼한 분위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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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현재 기간산업의 비중을 굴뚝 산업에서 무공해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우수한 기계설비 및 새로운 기술을 가진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품 및 디자인 산업에서의 경쟁은 오히려 치열합니다.
작은 예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3분의 1이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국 디자인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고 코스모 폴리탄적인 관점에서 국내의 부족한 클라이언트를 해외에서 수주하는 최대의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세계 각국의 디자인컨설팅을 맡아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국과 다른 나라 간에 많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해외 디자인컨설팅 의뢰의 경우 최소한 1~2년 정도의 기간을 확보해 줍니다.
물론 단기간에 할 수 없는 자동차 디자인이나, 비행기 좌석시트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로서는 그만큼 기획과 테스트, 수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국내로 이뤄지는 디자인컨설팅은 노동집약형으로 짧은 시간에 무리해서 작업하고, 의뢰도 많은 편이 아니다 보니, 여러 업체가 경쟁이 붙어 상대적으로 디자인비용이 낮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디자이너들도 자질은 풍부하지만, 국내 산업구조가 빨리빨리를 요구하며 질보다 양이나 시간으로 밀어부치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디자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가 먼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해외로 디자인을 맡기는 업체가 많지 않은데,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디자인비용도 높다 보니 아무래도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w사의 디자인 의뢰는 매우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w社에서는 일본에 비해 디자인의뢰 제품에 대한 시장진입이 늦어 기술력은 앞서지 못하더라도 디자인만큼은 일본보다 좋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외에 디자인컨설팅을 의뢰한 것입니다.
모두 7개 업체가 경쟁이 붙었는데 그 중 저희가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만큼 우리나라 기업도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각 제품마다 요구하는 디자인이 다르지만 제가 제품디자인에 취하는 컨셉은 2003년 현재 유럽, 미주 등지에서 떠오르는 트랜드입니다.
최근 2003~2005 유럽의 트랜드로 떠오르는 제품 성향들은 6가지 정도로 세분화 될 수 있는데, 이를 최대한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첫째, 다이아몬드.
재질이 가진 특유의 맑음, 단단해 보이는 강도, 그러면서도 가벼워 보이는 디자인
둘째, 화이트.
1960 ~ 70년대 유행하던 화이트의 회귀. 단지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같은 재질이어도 그 사이사이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깊이감이 느껴지게끔 디자인하는 것
셋째, 럭셔리어스 미니멀리즘(luxurious minimalism).
절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제품에서 표현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
넷째, 레이어링(layering).
화이트와 비슷한 성향인데, 평면인 제품이 이제는 깊이가 있어 보이도록 재료를 이중, 삼중으로 중첩시킴으로써 제품에 비중을 준다.
또한, 반복을 통해 정제되고, 은밀해 보이면서도 미학이 뛰어나게 디자인해 제품이 정리되어 보이게 한다. 보통은 가운데 스포트라이트 컬러를 사용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다섯째, 리얼 매트리얼(real material).
가구, 부엌, 주방용품, 욕실용품에서 기존의 훼이크(fake), 즉 가짜로 흉내만 내던 플라스틱 같은 종류가 배제되고 제품 자체에 알루미늄, 티타늄 등 리얼 매트리얼이 제품에 등장.
여섯째, 웜메탈(warm metal).
기존 메탈에 금색톤 등을 주어 따뜻한 느낌이 나게 디자인
위와 같은 여러 개의 트랜드를 이용해 제품을 디자인하고, 업체와 토의를 거쳐 수정, 보완한 후 목업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디자인 작업에 대해
작업은 대개 그렇듯이 남들과 비슷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것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스케치를 적게 한다는 것인데, 프리젠테이션을 자주 하다 보니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제품의 컨셉을 다른 사람에게 잘 설명할 수 있도록 글로 정리하는 훈련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작업을 시작할 때 일단 워드로 컨셉을 정리한 후, 도면으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 디자인 의뢰가 들어온 경우에는 직접 현지로 가서 작업을 하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많은 인원이 함께 출장을 나오기가 벅차서 혼자 나왔습니다. 이런 경우, 디자인 수정과 동시에 본사와 노트북으로 연락해가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목업(mock up) 역시 본사에서 만들어오지 않는데, 운송 도중 파손될 우려도 있고, 부피가 크면 옮기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현지에서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다 보면 영국에서 디자인할 때와 달리 의도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많은 수정이 가해지는데, 재료나 적용되는 기술이 달라지기도 하고, 요구사항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고...
본사에서 기획한 디자인을 현지에 와서 직접 적용하다 보면 많은 수정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프리젠테이션 할 때는 주위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클라이언트와 친근하고 많은 대화가 오가야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기도 쉽고, 믿음이 생겨 제품 및 디자인의 신뢰도가 올라가는데,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경직되어 있고, 디자이너는 독립적 성향이 강하다 보니 친근한 프리젠테이션 풍경이 그려지기가 어렵습니다.
또 분위기를 높이는 데 주변 및 조명도 큰 역할을 합니다. 주변이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조명이 잘 비춰져야 제품이 견고하고 아름답도록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과 디자인에 맞게 목업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잘 설명하고 전달해서 무리없이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마무리하기까지 디자이너가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Activ' walking frame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의료기구에 대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장애인들의 기능적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디자인된 보조 기구일 뿐, 이상한 물건이 아니다.
이 보행기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아트&디자인 스쿨의 'Design for Ability' 리서치그룹이 조사한 장애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욕구에 대한 연구를 평가하기 위해 디자인한 것이다.
기능적인 성능을 미적 스타일과 결합시킴으로써 '필요'를 어떻게 '욕구'로 변환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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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한국에 와서 2주간 있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이 거의 없던 그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빠른 시간에 vice president까지 오를 수 있는지와 개인적인 취미는 무엇인지?' 그런 1차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웃으며) 휴가나 휴일 없이 일에만 매달리면 되지요...농담이구요.
그냥 한국 스타일로 일을 한 것이 독특해 보여서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가정보다는 일 중심으로, 여가보다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등등.
일 자체가 해외출장이 많아 집을 오래 비우기 때문에 회사방침상 해외출장의 경우 가족과 같이 갈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하루일 마치고 저녁 때 잠시 구경하고...그런 것이 휴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출장에서는 강남과 종로를 하루에 두 번 이상씩 다녀야 했는데 서울의 차가 너무 밀려 길 위에서 거의 하루의 1/3을 보낸 것 같습니다.
개인적 여가시간에는 시장조사를 다닙니다.
트랜드를 보기 위해서는 유행에 민감해야 합니다.
주로 백화점이나 상점, 또는 그 도시의 세련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들 같이 트랜드가 강하고 유행이 많이 타는 곳을 다니면서 사람들도 보고 디스플레이도 관찰합니다.
그러다 보면 트랜드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디자인 구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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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angerine.net
2003. 05. 14. pm 03:50

Pace_base : PDA






이돈태
1995_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1997_홍익대학교 대학원 공업디자인전공 석사.
1999_영국, Royal College of Art 대학원 졸업.
1999~영국, tangerine社 vice president 재직중.
주요 클라이언트.
British Airways, 도요타, Sanyo, Hitachi, 웅진코웨이, LG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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