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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전놀이 장기판 위에서 벌어지는 옛 캐릭터들의 한 판 승부

일반적으로 캐릭터란 일정 특징이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는 대상물을 모두 포함한다.
인물을 비롯해서 형태, 색채, 소리, 동작 등에서 다른 것과 차별되는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 때, ‘캐릭터가 어떻다.’하고 표현하는 일상적 용어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한 분야, 나아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캐릭터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즉, 캐릭터란 하나의 인격을 갖는 형태로서, 움직임과 표정이 살아있는(animated) 대상이며, 인쇄 매체, 영상 매체, 제품, 게임 등에 적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 결과물을 말한다.
- [디자인사전], 안그라픽스, 2000, 54p 캐릭터의 의미 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2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아기고양이와 놀고 있던 앨리스는 무심코 거울 속으로 빠져든다.
‘거울(엉뚱한 면에서 1편에 나온 토끼굴에 전혀 뒤지지 않는)’을 통해 앨리스가 도착한 곳은 개울로 경계지어진 직사각형이 넓게 펼쳐져 있는, 거대한 체스판으로 이루어진 거울 나라였다.
여기서는 ‘거울’ 나라란 명칭에 걸맞게 모든 것이 꺼꾸로이다. 한 곳에 머물고 싶다면 계속해서 뛰어야 하고,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 앨리스는 하얀 병졸로서 체스 게임에 참여해 여러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조우하며 갖가지 일들을 겪는다.

1865년 루이스 캐롤이 처음 이 책을 출간했을 때, 그는 아마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130여 년이 지나도록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남을지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훌륭한 캐릭터는 시공의 장벽에 가로막히는 일이 없다. 상상력이 풍부한 캐릭터는 단순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전이라면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영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요, 요즘에는 디자이너와, 더욱 중요하게는 돈을 움직인다. 일례로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는 서구에서 이미 동화의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문학비평가와 수학자, 철학자 등의 장난감이 되었음은 물론, 소설의 스토리와 등장 캐릭터들은 디자이너들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앨리스를 영화화한 체코의 애니메이터 얀 쯔바크 마이어는 한 인터뷰에서 그의 뛰어난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며 “루이스 캐럴은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입니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강산이 바뀌어도, 심지어 비트와 디지털이 박동치는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캐릭터에게 이러한 힘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감각적인 이름, 형태와 색채 등...모두 캐릭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하지만 가장 탄탄한 힘을 실어주는 것은 그 캐릭터가 존재하는 무대와 거기서 펼쳐지는 스토리, 그리고 그를 통해 전해지는 생생한 공감각적인 느낌이 아닐까 한다. 몇 년 전부터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자체들이나 각종 단체의 캐릭터들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릭터는 받아들여지는 것이지 구호나 선전문구처럼 주입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캐릭터가 있고 난 다음에 그를 이용한 캐릭터 산업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번 호에 소개된 캐릭터들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줄 수 있는 동양의 고전 캐릭터들, 그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앨리스가 체스판을 뛰어다닌다면 이들은 장기판을 종횡무진해야 제격일 것이다.
특히 한국과 그 주변 나라들의 캐릭터를 함께 소개하면서 장기판이란 무대는 더없이 적격이다. 서로 대결구도 속에서 일정한 룰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함께 어울려 노니는 장기야 말로, 예로부터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어울리며 상생해온 동양의 캐릭터들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동양의 고전놀이 장기판 위에서 벌어지는 옛 캐릭터들의 한 판 승부. 여기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은 여러분 몫으로 남겨둔다.

 

글_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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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db 2002년 7 8월호 (180호) 첫페이지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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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전놀이 장기판 위에서 벌어지는 옛 캐릭터들의 한 판 승부
prologue
漢이 열 일곱 수로 승리할 때까지
등장캐릭터 소개 및 역할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1
꼭두각시놀음, 나무로 깎은 우리의 모습
손오공, 천궁에서도 자유롭고, 진경만큼이나 매혹적인 캐릭터
장승과 벅수, 만 가지 이야기를 품은 마을 지킴이
에마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까지, 일본의 캐릭터 전통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2
허수아비, 미소와 조롱을 넘어서라!
마네키네코, 복을 부르는 고양이 캐릭터로 살아 남다
미인도, 옛 그림 속에 나타난 한국의 여성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3
천계의 상들, 극락 위계질서에 따른 불교 캐릭터
산해경과 일러스트레이션의 만남
시바, 세상을 채우는 신의 몸짓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4
신라 토우, 캐릭터로서의 미학적 가치
암각화, 최초의 캐릭터
마트로슈카, 러시아를 담는 무한수열 캐릭터
epilogue
다시 앨리스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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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IDEA] 심사 후기...멋진 한국, 새로운 디자인 파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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