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db Home > designdb 잡지 > 180호

story-line 3
十二楚車 三十二

산해경과 일러스트레이션의 만남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이 일찍이 “감히 말할 수 없다(不敢言之也).”고 평했던 [산해경(山海經)]. 책을 열면 펼쳐지는 기괴하고 파격적인 이미지는 황당하면서도 또 그만큼 매력적이다. 탈 현대개념을 창안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었던 J.리오타르(Lyotard)에 의하면 “설화적 지식은 어떤 논증이나 증거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타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설화적 지식이 과학적 지식보다 역설적으로 더 본질적인 진실을 담고 있을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현대 중국 및 동양사상에 미친 영향을 평가할 때, 산해경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지어졌으며 그 내용은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물음은 부질없는 일이다.

중국의 위대한 문호이자 사상가 노신(魯迅)은 일찍이 어릴 적부터 [산해경]을 탐독하며 상상력을 함양했음을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그의 [고사신편]은 몇 개의 신화에 대한 소설적 각색으로 꾸며져 있다.
동양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시인 황지우는 그의 [산경]에서 산해경의 신화적 지도를 펼쳐보이며 현실에 대한 풍자의식을 패러디하고 있으며, 소설가 박인홍은 [염유어]와 [벽 앞의 어둠]을 통해 산해경의 세계를 빌어 일상의 관념을 파헤치기도 하였다.

[산해경]에 대한 화가들의 반응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청(淸)나라의 오임신이 지은 [산해경광주山海經廣注]에 실려있던 150여 폭의 삽화는 옛 사람들이 상상했던 산해경의 이미지를 생생히 전해준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지식을 탐구했던 학자들이야 고개를 저었겠지만, 화가들을 비롯한 예인(藝人)들은 아니었던 셈이다. “가히 그릴 수는 있다(能可畵之也)”라고나 할까.
판타지가 중요한 문화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디자이너들은 동양의 오리지널 판타지 [산해경]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현대 일러스트로 다시 태어난 산해경을 둘러보았다.

비유
서쪽으로 60리를 가면 태화산이라는 곳인데 깎아지른 듯이 네모꼴이고 높이가 5,000길에 넓이가 10리로, 새나 짐승은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
이곳에 이름을 비유라고 하는 뱀이 있는데 여섯 개의 발과, 네 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가문다.
- 서산경(西山經) 中

선구
다시 동쪽으로 370리를 가면 유양산이라는 곳인데 그 남쪽에서는 붉은 금이, 북쪽에서는 백금이 많이 난다. 그 속에는 검은 거북이 많이 사는데 생김새는 거북 같으나 새의 머리에 살무사 꼬리를 갖고 있다.
이름을 선구라고 하며 소리는 나무를 쪼개는 듯하고 이것을 몸에 차면 귀가 먹지 않고 발이 부르튼 것을 낫게 할 수 있다.
- 남산경(南山經) 中

적유
...영수가 여기에서 나와 남쪽으로 즉익택에 흘러든다. 그 속에는 적유가 많이 사는데 생김새는 물고기 같으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고 소리는 원앙새와 같다.
이것을 먹으면 옴에 걸리지 않는다.
- 남산경(南山經) 中


이곳의 어떤 새는 생김새가 올빼미 같은데 사람과 같은 손을 갖고 있고 그 소리는 마치 암메추리의 울음과도 같다.
이름을 주라 하며 제 이름을 스스로 부르는데 이것이 나타나면 그 고을에 귀양가는 선비가 많아진다.
- 남차이경(南次二經) 中

육어
이곳의 어떤 물고기는 생김새가 소 같은데 높은 언덕에 살고 있다. 뱀꼬리에 날개가 있으며 겨드랑이에 깃이 있다.
겨울이면 죽었다가 여름되면 살아나고 이것을 먹으면 종기가 없어진다.
- 남산경(南山經) 中

박어
다시 동남쪽으로 300리를 가면 여증산이다. 석고수가 여기에서 나와 서쪽으로 격수에 흘러드는데 그 속에는 박어가 많다.
박어는 두렁허리 같이 생겼는데 외눈이고 소리는 구토하는 것 같으며 이것이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가문다.
- 동차사경(東次四經) 中

저인국
저인국이 건목의 서쪽에 있는데 그들은 사람의 얼굴에 물고기의 몸이고 발이 없다.
- 해내남경(海內南經) 中

활어
다시 서쪽으로 370리를 가면 낙유산이라는 곳이다. 도수가 이곳에서 나와 서쪽으로 직택에 흘러드는데 여기에는 백옥이 많다.
그 속에는 활어가 많이 사는데 생김새는 뱀 같으나 네 개의 발이 있고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 서차삼경(西次三經) 中

주별어
다시 남쪽으로 380리를 가면 갈산의 첫머리라는 곳인데 초목이 자라지 않는다.
예수가 여기에서 나와 동쪽으로 여택에 흘러드는데 그 속에는 주별어가 많이 산다.
그 생김새는 허파 같은데 눈이 넷이고, 발이 여섯이며 구슬을 품고 있다. 맛은 시고 달며 이것을 먹으면 염병에 걸리지 않는다.
- 동차이경(東次二經) 中

초어
다시 북쪽으로 200리를 가면 옥법산이라는 곳인데 회택수가 여기에서 나와 동북쪽으로 태택에 흘러든다.
그 속에는 초어가 많은데 생김새는 잉어 같으나 닭발이 있고 이것을 먹으면 혹을 낫게 할 수 있다.
- 북산경(北山經) 中


서쪽으로 물길따라 100리를 가면 익망산이라는 곳에 이르는데 초목은 자라지 않고 금과 옥이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너구리 같은데 외눈에 꼬리가 셋이다.
이름을 환이라고 하며 그 소리는 마치 온갖 소리를 빼앗아 온 것처럼 다양하다. 이 짐승으로 흉한 일을 막을 수 있고 복용하면 황달병을 낫게 할 수 있다.
- 서차삼경(西次三經) 中

인면효
이 곳의 어떤 새는 생김새가 솔개 같은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원숭이의 몸에 개 꼬리를 하고 있으며 제 이름을 스스로 불러댄다.
이것이 나타나면 그 고을이 크게 가문다.
- 서차사경(西次四經) 中

병봉
병봉(암수 한몸의 짐승)이 무함의 동쪽에 있는데, 그 생김새가 돼지 같으며 앞뒤로 다 머리가 있고 검다.
- 해외서경(海外西經) 中


다시 서쪽으로 120리를 가면 이산이라는 곳인데 그 남쪽에서는 꼭두서니가 많이 자란다.
용용수가 여기에서 나와 남쪽으로 이수에 흘러든다. 이곳에 이름을 혈이라고 하는 짐승이 있는데 생김새가 성난 개 같으며 비늘이 있고 털은 돼지갈기 같다.
- 중차사경(中次四經) 中

비서
다시 동북쪽으로 200리를 가면 천지산이라는 곳인데 산 위에서는 초목이 자라지 않고 무늬진 돌이 많이 난다.
이곳에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토끼같은데 쥐의 머리를 하고 있어 그 등으로 날며 이름을 비서라고 한다.
- 중차사경(中次四經) 中


다시 서쪽으로 280리를 가면 장아산이라는 곳인데 초목은 자라지 않으나 요벽이 많이 난다. 이곳의 사물은 생김새가 아주 괴상하다.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붉은 표범 같은데 다섯 개의 꼬리에 외뿔이 있고 소리는 돌을 쳐서 깨는 것 같으며 이름을 쟁이라고 한다.
- 서차삼경(西次三經) 中

우조
다시 북쪽으로 380리를 가면 괵산이라는 곳인데 산 위에서는 옻나무가, 기슭에서는 오동나무와 궤목이 많이 자라고 남쪽에서는 옥이, 북쪽에서는 철이 많이 난다.
이수가 여기에서 나와 서쪽으로 황하에 흘러든다.
짐승으로는 낙타가, 새로는 우조가 많이 사는데 생김새는 쥐 같으나 새의 날개가 있고 소리는 양과 같으며 이것으로 무기를 막을 수 있다.
- 북산경(北山經) 中

활어
다시 동남쪽으로 200리를 가면 자동산이라는 곳인데, 자동수가 여기에서 나와 서쪽으로 여여택에 흘러든다.
그 속에는 활어가 많은데 생김새는 물고기 같으나 새의 날개가 있고 물속을 드나들 때 빛을 발하며 소리는 원앙새 같다.
이것이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가문다.
- 동차사경(東次四經) 中

승황
백민국이 용어의 북쪽에 있는데 (그 사람들은) 몸빛이 희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승황이라는 짐승이 있는데 생김새는 여우 같으나 등 위에 뿔이 있고 그것을 타면 2,000 살까지 살 수 있다.
- 해외서경(海外西經) 中

인면효 병봉
 
비서  

여기에 실린 일러스트는 [Newtype] 한국어판을 통해 [산해경] 시리즈로 연재된 바 있다.
그림 속 캐릭터에 대한 옛 삽화 및 설명은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님의 역주 [산해경](민음사, 1999)에서 발췌 수록하였다.

 

일러스트_이상현
글_박활성 기자

 


기보10...산해경...12 楚車 32




비유


선구


적유



육어

 



박어


저인국


활어


주별어


초어

 



우조


활어


승황

designdb잡지 목록으로 가기designdb 메인화면으로 가기
designdb 2002년 7 8월호 (180호) 첫페이지로 가기
db note
동양의 고전놀이 장기판 위에서 벌어지는 옛 캐릭터들의 한 판 승부
prologue
漢이 열 일곱 수로 승리할 때까지
등장캐릭터 소개 및 역할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1
꼭두각시놀음, 나무로 깎은 우리의 모습
손오공, 천궁에서도 자유롭고, 진경만큼이나 매혹적인 캐릭터
장승과 벅수, 만 가지 이야기를 품은 마을 지킴이
에마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까지, 일본의 캐릭터 전통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2
허수아비, 미소와 조롱을 넘어서라!
마네키네코, 복을 부르는 고양이 캐릭터로 살아 남다
미인도, 옛 그림 속에 나타난 한국의 여성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3
천계의 상들, 극락 위계질서에 따른 불교 캐릭터
산해경과 일러스트레이션의 만남
시바, 세상을 채우는 신의 몸짓
특집 : 캐릭터열전 story-line 4
신라 토우, 캐릭터로서의 미학적 가치
암각화, 최초의 캐릭터
마트로슈카, 러시아를 담는 무한수열 캐릭터
epilogue
다시 앨리스로 돌아가...
yellow page
주 註 / 도움주신 분들 / 참고사이트 / 참고도서
db news
진흥원 뉴스
db plus
2002 [IDEA] 심사 후기...멋진 한국, 새로운 디자인 파워하우스
조회수 : 1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