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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line 1
기보 一...四十八 漢士 五十八

꼭두각시놀음 나무로 깎은 우리의 모습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건 간에 그 나라의 민족을 대표하는 형상물 중 하나로 인형을 들게 마련이다.
인형이라 하면, 흔히 ‘사람의 형상, 흙,나무,종이,헝겊등으로 사람의 모양을 흉내내어 만든 장난감’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형은 무엇이 있을까?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인형을 가까이 하는 것을 꺼렸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이 신앙적인 의례에 사용돼왔기 때문인 듯 하다.
마을입구의 서낭당이나 부군당에 모셔졌던 ‘목우(木偶)’ 또는 ‘장승’, 사찰에 모셔졌던 ‘나한상’이나 ‘동자목상’, 상여의 장식품으로 쓰여지던 ‘목우’, 짚으로 사람형상을 만들어 재앙을 피하려 했던 ‘제웅’ 등은 바로 이런 신앙적 인형들의 예이다.

이외에도 비바람 속에서 논이나 밭의 농작물을 지키던 ‘허수아비’와 주로 어린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풀각시, 베개를 아기인형 삼아 업었던 소꿉놀이 인형, 이 모두 친근한 인형의 모습이라 하겠다.
우리의 조상들은 다른 나라처럼 상품으로서 완성된 인형의 모습은 남기지 않았지만, 놀이(인형극)를 통해 인형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음’, 포장굿패의 ‘발탈’, 사월 초파일에 행해졌던 그림자극 ‘만석중놀이’, 충청남도 서산지역의 마을인형극 ‘서산박첨지놀이’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인형유산이기도 하다. 이 중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인형유산으로 불리우는 꼭두각시놀음 인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꼭두각시놀음’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에서 남사당패가 펼치는 6가지 놀이인 풍물(농악),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인형극) 중에서 마지막 놀이인 ‘덜미’를 말하는 것이다. ‘덜미’란 아마도 인형의 목덜미를 쥐고 조종한다고 하여 이름이 붙은 듯 하다.
실제로 남사당패 출신 연희자들에 의하면 덜미란 목덜미를 잡고 논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하며, 공연장에서도 ‘꼭두각시놀음 놀자’라는 말보다는 ‘덜미 맞추자’는 말이 통용되어 왔다고 한다.

‘꼭두각시’란 말은 인형이라는 뜻의 ‘꼭두’에 젊은 아낙이라는 ‘각시’가 합성된 단어이고 여기에 ‘놀음’이 다시 붙은 것은 놀다의 어간 ‘놀’에, 어미 ‘음’이 더해서 명사화한 것이다.
이 밖에도 ‘꼭두’에 대한 어의나 발음상의 유사성을 들어 중국·한국·일본으로 전파된 인형극의 흐름인 [郭禿(KOK-TOUK)→ 꼭두 →くぐつ(GOU-GOU-ZOU)]로 설명하기도 한다.

극은 인형의 주조종자인 ‘대잡이’와 인형과의 대화자인 ‘산받이’ 그리고 잽이(악사), 대잡이손(대잡이 보조자) 등 20여 명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도 등장하는 인물, 동물 및 소도구를 모두 합치면 무려 40여 종에 이르며 이들이 함께 펼치는 줄거리는 다음과 같이 ‘2마당 7거리’로 짜여진다.

제1...박첨지 마당
첫째, 박첨지 유람거리
둘째, 피조리 거리
셋째, 꼭두각시 거리
넷째, 이시미 거리

제2...평안감사 마당
첫째, 매사냥 거리
둘째, 상여 거리
셋째, 절 짓고 허는 거리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인형의 재료는 주로 오동나무나 버드나무이며, 배역에 걸맞는 얼굴과 머리치장을 한다.
옷은 무명으로 입히는 것이 보통이다. 얼굴 등을 칠하는 물감은 아교 단청이라 하여 흰 돌가루와 아교를 녹인(데워서) 물에, 분말 물감을 첨가하여 원하는 색을 낸다.
꼭두각시의 나무인형들에서 우리는 ‘소박’과 ‘간결’을 먼저 느끼게 된다. 혹자는 소박과 간결을 ‘무성의’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성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으로 표현 의지를 절제하고 있음을 뜻한다.
어떤 사람은 남미나 아프리카 계열의 조상들과 흡사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곳에서는 과장된 습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형은 일상의 인물상에서도 괴기스러움을 내포하는 데 비하여, 우리의 것은 인성미(人性美)를 지니고 있다.

박첨지
먼저, 꼭두각시놀음의 주인공인 [박첨지]를 만나보자. 박첨지는 극 중의 진행자이자 해설자로 흰 머리에 흰 턱수염을 가진 전형적인 할아버지 상이다.
이 할아버지는 화를 내는 법이 없다. 또한 집안 식구들을 등지고 팔도강산을 유람하면서 새 안식구를 들일 정도로 낭만(?)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결코 ‘박첨지’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어설프면서도 포근한 외모가 우리 할아버지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꼭두각시
이에 반하여 [꼭두각시]의 얼굴은 심술궂은 아주머니를 떠올리게 한다.<얼굴에는 병마의 흔적이 가득 찍혀있지만, 허약함은 커녕 건강미가 넘친다. 위로 올라간 눈꼬리이지만 무섭지 않고, 일그러진 입모양새가 오히려 다정다감하게 느껴진다.

홍동지
젊은 성인 남자의 모습을 한 [홍동지]는 보기에도 민망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온 몸은 붉은 색, 남성을 드러내고 당당히 서있다. 부끄러운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양반 앞에서도 수그러들지 않고, 외국의 괴물 앞에서도 물러섬이 없는 이 모습을, 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붉은 유니폼의 선수들과 비교함은 잘못된 생각일까?

덜머리집
젊은 여인의 모습을 한 [덜머리집]을 살펴보자. 현대의 세련미와 화려한 색감에 익숙해져 있는 요즈음의 눈에 이 인형은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허름한 치마저고리에 연지, 곤지를 찍었을 뿐이다.
그러나 일단 놀이가 시작되면, 우리의 춤 자락과 노래 가락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형이 된다. 얌전한 우리들의 누이들이 붉은 악마가 되었던 바로 그 모습이다.

상여
슬퍼해야 할 [상여]의 행렬인데, 웃음이 절로 나온다.
상여 옆에 줄줄이 서있는 상도꾼(상여꾼)들은 탐관오리를 실은 무거운 상여를 매었음에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웃고 있는 상도꾼도 보이는 듯 하다.
우리의 장례문화 그대로이다. 슬픔 속에서도 공동체의 삶 속에서 기쁨을 찾았던 그 모습이 인형 속에서도 보이는 듯 하다. 수수하면서도 우직함이 서려 있다.

홍백가
[홍백가]는 붉은색과 흰색의 두 얼굴을 가진 인형이다.
두 얼굴을 가졌다 하면, 양면성을 가진 이중인격자일 텐데, 꼭두각시놀음의 ‘홍백가’는 붉은 색 얼굴로 술을 마시고, 계산할 때 흰색 얼굴을 내밀며, “내가 언제 술먹었나!”라고 얘기하는 게 고작이다.

오늘날 완구점과 기념품 가게에서는 꼭두각시 같은 인형들은 찾아볼 수 없고, 파란 눈에 노랑머리 인형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인형들이 다 그럴 일은 아니지만 꼭두각시놀음의 인형처럼 간략하게 이목구비를 그리고 수더분한 옷을 걸친 모습이 그립다.
도끼로 찍어 만든 장승의 얼굴에서 풍기는 위엄과 미소가 오늘의 인형들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음은 어이된 일일까? 곡식을 축내는 새들을 쫓았던 허수아비의 모습에서 비바람 속을 꿋꿋이 살아온 우리들 농경민족의 소박한 삶의 모습을 연상케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제 우리의 잊혀진 모습을 인형을 통해서 다시 찾아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글_심하용, 공주민속극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박첨지

 


꼭두각시

 


홍동지

 


덜머리집

 


상여

 


홍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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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db 2002년 7 8월호 (180호) 첫페이지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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