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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六...四十二 楚將 三十一

마네키네코_ 복을 부르는 고양이、 캐릭터로 살아 남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도쿄 세타가야의 고도쿠지(豪德寺)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옛날에 이 절의 주지 스님이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다. 너무 가난했지만, 생명을 죽이거나 버릴 수는 없어 정성껏 키웠다. 하루는 이 지역을 다스리던 성주가 절 앞을 지나다 더위에 지쳐 우물가 나무 밑에서 목욕을 하려는 참인데, 고양이 한 마리가 자기를 부르는 것처럼 울고 있는 것이다.
‘귀여운 놈이군’ 하는 생각에 쓰다듬으려는데, 고양이가 폴짝 뛰어 누추한 절 문앞에 앉는 것이다. ‘이런 곳에 절이 있었나’ 싶어 고양이를 향해 발을 옮기자마자, 그 순간, 성주가 옷을 벗었던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다.
성주의 목숨을 살린 고양이 덕택에 이 절은 성주 가문의 원찰(願刹)이 되었고 스님도 가난을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죽고 나서 절 안에 정성껏 묻혔고, 이후로 고양이의 상을 문 앞에 세우면 복이 들어온다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같지만 우리 나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오대산 상원사(上院寺)에 가면, 자객이 있는 것을 알려 조선 태조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고양이상이 있다.
하지만 복고양이 마네키네코(招き猫)는 절에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럽고 세속적이다. ‘일만냥’이라는 판까지 버젓이 들고서 말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에도 막부 시절 최고의 유흥가 요시와라(吉原)에 우스구모(薄雲)라는 당대의 애묘가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밤에 이 기생이 화장실을 가려는데 키우던 고양이가 옷자락을 물고 집요하게 늘어지는 것이다.
물리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크게 울면서 소동을 피우니, 하인이 뛰어와서는 “미친 고양이 아니야!” 하면서 단칼에 목을 친 것이다.
잘린 고양이의 목이 날아가서 화장실 천장에 숨어 있던 독사의 목을 물었다나. 기생은 자신의 경솔함에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고양이상을 만들어 곁에 두었다고 한다.
황당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기생과 고양이는 어울리는 데가 있다. 그렇다고 왜 목에 앞치마인지 턱받이 같은 것을 두르고 앞발을 들고 서있는 상인가.

왜 하필 고양이일까
일본은 온갖 신도 많고 기복적 신앙도 강해서,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하면 집안에까지 상을 모셔 제단을 만들어놓고 절을 하는 등 성화다.
게다가 일본의 길상은 생김새도 어느 것이나 좀 특이하다. 기분이 나쁘다고 해야 할까. 학이니 거북이, 석류 따위를 떠올리다가, 심지어 장승, 도깨비에 견주어보아도 일본의 엔키모노(緣起物)들은 귀엽기는 하지만 경박스럽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심지어 달마 대사를 오뚝이로 만든 다루마에 이르면 거의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오뚝이는 어떤 역경에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해서 상인들이 좋아하는 상징물인데, 사지를 잃고도 면벽 수행했던 선사 달마의 깨달음이 바다를 건너면서 장사를 잘 되게 해달라는 의미로 변질했다니, 좀 심한 것 아닌가.

그와 같은 일본의 엔키모노들 가운데에서도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전통적인 상징의 티를 벗고 동시대인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 바로 마네키네코다.
마네키네코는 한쪽 팔(고양이지만, 편의상 팔이라고 지칭하지 않을 수 없겠다.)을 들고 있는 고양이상으로, 가게에 돈과 손님을 불러들인다고 믿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어느 가게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굳이 일본을 가지 않아도 일식집 계산대에도 말이다. 하필이면 고양이가 복을 부른다니?
아무리 애묘인(愛猫人)이 많다고 해도, 그믐밤 지붕에서 아기처럼 우는 영물, 고양이에 얽힌 으스스한 전설은 한국 못지 않게 일본에도 많다. 어째서 이런 등식이 성립할 수 있었을까?

앞에 소개한 전설들은 아무래도 마네키네코의 범람을 뒷받침하기에는 약한 감이 있다. 일부는 사실이었다고 할지라도, 마네키네코의 연원이 깊다거나, 고양이는 흉물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갖다 붙인 이야기였을 확률이 높다.
손님을 부르는 고양이상을 문앞에 놓는 풍습은 에도 막부 시대, 일본의 유곽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이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유흥가나 환락가인 이 곳에서 돈을 벌려면, 역시 손님이 많이 와야 할 수밖에.
말하자면 호객 행위를 하던 유녀(遊女) 옆에서 사람을 부르는 고양이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가게에 사람이 들끓으면 복 - 돈도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법.
마네키네코는 오른팔을 들고 있는 것과 왼팔을 들고 있는 것이 있는데, 오른팔은 돈을, 왼팔은 사람을 부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다. 여행도 싫어하고 환경이 바뀌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 개와는 사뭇 다르다.
키워 보았다면 알겠지만 목욕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보고 고양이 세수를 한다고 놀리기도 하는데, 웬걸, 고양이는 끊임없이 털이며 발바닥을 핥고, 얼굴을 쓰다듬는다.
고양이는 털을 비벼서 자기 냄새를 남기기도 하고, 잘 다듬은 털과 수염으로 상대가 익숙한 사람인지 이방인인지도 감지하기 때문에 털 손질은 단지 치장이 아니라 생존에 중요한 습성이다.

고양이의 습성을 길게 이야기했는데, 이 복고양이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팔을 들어 사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세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디 사람한테 앞발을 들고 반갑다고 하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그건 강아지나 하는 짓이다. 심지어 주인한테도 고양이는 멀뚱멀뚱한 법이다.
예민한 고양이가 세수를 하는 것은 틀림없이 변화가 있을 징조고, 아마도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미리 느끼고 대비하는 것이라고 믿은 일본의 가게 주인들은 아예 고양이한테 “계속, 계속해서 세수를 해줘!”하고 부탁을 한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괴상한 논리지만, 귀여운 발상이다.

그 해 무슨 일이 일어났나?
무엇이든 화려한 것이 유흥가인만큼, 전성기의 유곽에는 금이며 은을 입힌 거대한 고양이상이 오늘날의 네온사인처럼 번쩍이며 취객을 맞곤 했다고 한다.
고양이상이 폭발적으로 퍼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1872년의 일이다. 원래 일본의 유곽에서 길상물로 섬기던 것은 남자 성기였다.

어느 가게든 남자 성기를 상으로 만들어놓고 치장을 하는가 하면 숭배하고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으리으리한 남자 성기를 집안에, 그것도 제단에 버젓이 올려놓고 제사를 지낸다는 것이 어쩐지 미개하게 보이기도 했고, 크리스트교의 시각에서 보면 우상숭배에 음란하기까지 해 외국인들 보기에 창피했던 듯하다.
그런저런 이유로 1872년 성기모양 숭배물의 제작과 유통을 금지하는 법이 반포되었다. 마네키네코가 유곽에서 급증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한쪽 손목을 가만히 감싸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 고양이의 교태로운 자세는, 남아 있는 우키요에(浮世繪)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유녀들의 자태를 연상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전까지는 남자 성기에 빌어서 남자를 불렀다면 이제는 여자의 애교를 내세워 남자를 부르게 된 것이다.

에도시대만 해도 고양이는 사치스런 애완 동물이었다.
전설이 전하듯, 한가롭고 넉넉한 기생들이 즐겨 키웠다. 우키요에에는 값비싼 비단으로 방울 달린 목도리 장식을 한 기생집 고양이 그림이 남아 있다.
오늘날 외로운 여인들이 강아지 치장에 뭇 돈 쓰기를 주저하지 않듯, 외로운 기녀들은 사랑하는 고양이에게 비싼 옷을 입혀 주곤 했다. 그 옷을 아직까지 마네키네코들이 입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네키네코의 도상에 여러 가지 의미들이 덧붙여졌다.
왼팔은 사람, 오른팔은 돈이라고 했으니 왼팔을 든 고양이는 암코양이, 오른팔은 든 고양이는 숫코양이다. 팔을 높이 들면 높이 들수록 멀리 있는 사람이나 돈을 부르는 것이다. 색깔에도 의미가 있다.
원래의 마네키네코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둑고양이, 흰색 바탕에 노랑과 검정 무늬가 섞인 삼색 고양이다(유전학상 삼색 고양이는 수컷일 확률이 무척 적기 때문에, 수컷 삼색 고양이 마네키네코는 일본의 선원들에게 무척 인기가 높은 지물이었다고 한다). 무늬의 틈틈으로 길상을 의미하는 문양들, 나비며 꽃 등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흰색 마네키네코는 일반적인 복을 부르는 것이지만, 검은 마네키네코는 마귀를 퇴치하고, 붉은 색은 병을 예방하는 것, 금색 마네키네코는 금전운을 부르는 것이라고 믿는다.

팔만 들어 다오
마네키네코는 급속도로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일본 하면 쉽게 떠올리는 도상이 되었다. 관광객들은 어디서나 마네키네코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마네키네코는 결코 관광기념품 가게에서나 파는, 이른바 오미야게로 그치지 않았다.
마네키네코 제2의 전성기는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의 일이다. 무표정하게 앞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를 귀엽다고 여기게 되면서, 수많은 현대적 마네키네코짱이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핸드폰 줄이나 열쇠고리, 가방에 다는 인형으로, 세토야키나 이마리야키 같은 전통적 명 도요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부터 소녀들이 행운을 기원하는 키티 마네키네코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마네키네코를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는 예술가들도 여럿 있다. 그것은 마네키네코가 앞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라는 간단한 형태로 요약되고, 그 형태가 복을 부른다는 의미를 쉽게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에는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나 곰 인형, 남자 친구 사진이라도 한 팔을 들고 있다면 무엇이든지 마네키네코라고 부른다.
시부야나 하라주쿠에는 완벽하게 현대적으로 진화한 고양이들이 유행의 첨단을 부르고 있다.
나도 삼색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요즘 앞발 들기 훈련을 시키고 있는데, 영 말을 듣지 않는다. 그 녀석 이름이 ‘강아지 일병’인데도 말이다.

 

인형제공_중앙문화사
글_심세중

 


마네키네코.
기보6...마네키네코...42 楚將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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