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수와 인간의 새로운 중개자

디지털 세계의 춤추는 동물들

Sodaplay의 디지털동물원 'sodazoo'에는 두 발 달린 로봇처럼 걷거나 물렁물렁한 바퀴처럼 구르거나 현란하게 움직이며 공중에서 부유하는 수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이들 '동물들'은 이들을 가지고 '노는' 또 다른 사용자들에 의해 '편집'되거나 새로운 어떤 것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Sodaplay는 런던에 위치한 회사, soda creative에서 내놓은 일종의 '디지털 장난감'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즐기듯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점과 선을 연결하고 근육을 한 줄 넣으면 아메바같기도 한 덩어리의 물체는 숨을 쉬듯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심장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약동하는 덩어리는, 이제 무엇을 더 덧붙여줄까를 고민하는 사용자에게 마치 창조주가 된 것 같은 기분마저 안겨준다.

그러나 모델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만든 형태는 균형이 잘 잡힌 것처럼 보이다가도 막상 시뮬레이션에 들어가면 쓰러지거나 뒤엉켜 버리기 일쑤다.
근육의 위치와 길이, 수축력, 힘의 강도, 중력의 세기 혹은 유무, 마찰의 강도가 서로 어떤 관계를 맺으며 조합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 전혀 다른 움직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모니터 앞에 매달린 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잊은 사용자를 가정해, 'sodaplay 중독증'을 걱정하는 이의 FAQ를 만들어놓은 이들의 재치는 여기에서, 과연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Soda creative는 '놀이'(play)와 '배우기'(learning), '예술'(art)을 세 축으로 삼고, 이들 세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때로는 게임처럼 재미있고 때로는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sodaplay는 이러한 이들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놀이를 통해 움직이는 모델을 만들기 위한 온라인 구축 키트 - 'sodaconstructor'(sodaplay의 한 섹션이다)는 2001년 BAFTA 인터랙티브 아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Interview with Ed Burton (Research and Development Director)

어떤 계기로 이처럼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된 건가.
자바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을 배우면서 sodaplay를 처음 만들었다. 뭔가 '장난칠 거리'(toy)를 만든다면 그걸 가지고 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자바를 충분히 익히기 전까지는 그런 장난감을 만들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자바를 더 열심히 배우게 만들었다.
사실 난 다른 누군가가 이걸 재미있어 하라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었다.

중력, 마찰의 정도, 스프링의 강도, 속도 등 다양한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려면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것 같다. 물리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물리학은 내가 학교에 다닐 때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과목이엇다. 수학에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물리학의 기반으로서의 수학은 공부해야 했다.
17살이 될 때까지 나는 물리학과 수학만 공부했다.
Sodaconstructor에 녹아 있는 수학과 물리학은 내가 15살에 배운 것들이다. 이는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아주 간단한 것들이다. 간단한 요소들을 서로 인터랙션하게 했을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수학과 물리학은 아주 간단한 부분에만 도입되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주목하지 않는 프로그램 쪽이었다. 우선 사용자들이 자신의 모델을 '동물원'에 올려두고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기 위해 서버에 로그인해 모델을 저장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두번째는 빌드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유저 인터페이스였다. 물리학과 수학은 몇 개의 간단한 방정식으로 엄격하게 정의되었지만, 유저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와 인터랙션해야 한다. 정의되지도 않고 예측할 수도 없는, 모든 종류의 것들을 행하는 사람들과 말이다!

MIT Media Lab의 ACG 홈페이지에서는 Processing이라는 최근 프로젝트로 개발된 소프트웨어 중 하나가 sodaplay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Sodaplay가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아는데.
내가 sodaconstructor를 처음 개발할 때, 사실 processing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 게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최근, sodaplay의 단순한 버전을 processing을 이용해 다시 쓴 것이다.
많은 이들이 sodaconstructor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Processing으로 쓴 코드는 sodaconstructor의 풀 자바 버전을 아주 간결한 형태로 보여준다.
이는 인터랙티브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processing이 훌륭한 환경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계기도 되었다. 나는 이제 언젠가 sodaconstructor의 아들이 될 지도 모를 새로운 '즐길 거리'를 스케치하는 데 processing을 활용하고 있다.

수와 디자인, 수학과 디자인학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디자이너는 수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열정에 따라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규범을 부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수학은 세계를 해석하고 나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왔다. 수학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예술이자 디자인이다.

글_김진경

www.sodapl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