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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imeter / milligram ... mmmg

우리의 생활은 집과 자동차, 그리고 결혼할 때 흔히 장만하는 덩치 큰 가전제품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마치 큰 붓으로만 칠해진 그림에 군데군데 작은 여백들이 생기듯 그러한 물건들은, 물론 삶의 형태와 구조의 큰 부분을 결정짓지만 개개인 감성의 세밀한 부분까지 만족시켜주기엔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정작 사람들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는 요소들은 그보다 훨씬 좁은 곳, 다시 말해 그런 큰 덩치들 사이의 빈 곳을 채워주는 작은 물건들을 통해 완성된다.
손때 묻은 수첩과 다이어리, 가방들... 물건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를 풍기는 물건들은 그렇게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그리고 13명의 젊은 디자이너 그룹, mmmg가 만드는 제품들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

문구류란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애초부터 문구류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장신구를 만들어 갤러리에서 팔았는데 문제는 소비하는 대상이었다.
갤러리에서 장신구를 구매하는 사람의 90%가 40~50대 아주머니들인데, 내가 만들고 있던 제품은 그들의 생각이나 취향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 그저 내 맘대로 디자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느낀 것이 제품이란 생산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후 나나 내 친구들 혹은 내 나이 대, 즉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니 어떤 곳보다도 사무실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중에서도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제일 많았다.
그래서 책상 위에서 나만의 색을 나타내고, 항상 곁에 두고 사용하면서 즐거운 기분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자는 생각이 문구류 전문 브랜드 mmmg의 시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mmmg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mmmg는 평면, 입체의 아주 기본적이고 작은 단위인 밀리미터와 밀리그램의 합성어이다. mmmg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보다 밀리미터, 밀리그램 단위의 쓰임새처럼, 아주 조금, 요만큼만 틀린 그런 걸 보여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이름이다.
mmmg가 제품을 만듦에 있어서 추구하고 있는 본질은 편안함과 따뜻함이다.

mmmg는 회사 이름과 브랜드명이 같다. 굳이 mmmg가 브랜드로 남고자 하는 이유가 있나?
그 두개가 달라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브랜드명을 강조하겠다는 게 아니라, 회사성격이 정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보통 제조업체와 브랜드가 틀릴 경우, 브랜드 하나가 성공하면 그 수익금을 통해 뭔가 다른 일을 벌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다시 다른 브랜드로 이름을 바꾸던지, 분리시키던지 하고.
mmmg는 그런 일은 안 하겠다는 의지표명도 되겠고, 단지 문구류 하나라도 잘 만들어서 그 분야에서 남고 싶은 바람이다.

웹사이트 회사 소개에 보면 '기능적인 가치에 우선을 둔다'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 mmmg의 제품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디자인할 때 이 상품이 어디 놓이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지만, 그것이 꼭 기능 제일주의로 나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디자인의 용도나 가치를 특정한 테두리 안에 가둘 생각도 없다.
같은 제품이라도 개개인 모두 받아들이는 태도나, 사용하는 곳이 틀릴 수 있다. 각자 필요한 만큼 가치를 두는 것이지 같은 제품이라고 똑같이 사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건 어느 디자이너, 디자인회사 모두 비슷할 것이다.
단지 소비자가 사용하기 무난하고 편안해서, 쓰면 쓸수록 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 때 mmmg의 가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게시판에 '이게 뭐냐? 어디에 쓰냐'는 글이 올라올 때도 있다. 처음엔 그런 말에 상처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것 역시 하나의 의견이고 시각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mmmg가 추구하는 디자인 마인드란 무엇이고, 디자인 과정에 있어서 어디까지 포함될 수 있을까?
음... 제품을 디자인하는 입장과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회사 입장에서 디자인은 단지 상품을 만드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품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부터, 그에 맞는 디자인, 제조, 유통 그리고 자질구레한 매장점검에 관리까지 전과정을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의 디자인 마인드는 생활 속에 포함된 디자인을 하는 것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지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들이 한 번 생각하면 mmmg는 두 번 생각하자는 것이 우리의 디자인 마인드이다.
특별히 디자인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좀더 신중하게 고객입장에서 원하는 부분, 또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그런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아주 일반적인 가격대비 성능을 높인 제품, 그래서 커보이고, 예뻐 보이는 디자인. 이런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 mmmg 생각이다.
디자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만큼, 소량이어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소비자와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요새, 디자인 전문회사가 주최하는 전시회나 디자인관련 행사들이 많이 열리는데, 그런 것이 실제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물론 도움이 된다.(웃음) 하지만, 글쎄... 예술품의 전시는 몰라도, 디자인 상품이나 소품 등 이런 전시문화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회사가 잠자코 있는 것보다는 좋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렇다면 더 나은 전시나 페어를 위해 현 시점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뭐든, 점차 나아지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그저 기존의 검증된 방법들을 답습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행사개최로 한 업체가 성공하면 어떤 붐처럼 일어서 앞다퉈서 열었다가, 항상 비슷한 행사 내용에 소비자의 반응이 없어지면, 아예 접어버리고.... 이런 분위기이면 새로운 걸 생각하려는 시도 시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업체들이 유사한 여러 전시를 많이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전시를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전시라면 전시를 통해 자신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고객을 만나 새로운 컨셉이나, 회사의 디자인 철학 등을 보여줘야 하는데, 업계 관계자나 소비자가 많이 오니까 단순히 영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내가 이 전시를 위해 얼마를 들였으니, 이번에 이 비용충당을 위해 얼마를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판매에 열을 올리게 되고....
그래서인지 해외는 몰라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디자인 페어다운 페어가 별로 없고, 업체들도 페어에 출품하는 것을 보면 똑같거나 비슷한 것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올바른 전시문화라고 할 수 없다.
대규모 전시나 페어보다 상업적인 모습 배제하고 오리지널리티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즉 작게 보여주고 서로간에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영리목적을 가진 기업에서 상업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 디자이너스블럭 런던과 도쿄에 모두 참가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mmmg는 이들 행사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가.
보통 페어에 참가하면 회사의 새로운 트랜드나 신제품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이미 사용한 물건을 전시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직접 사용한 흔적이나, 기록 등이 담긴 노트 등 사용한 mmmg 제품을 회수해서 그렇게 모아진 헌 제품들을 전시하려고 한다.
다른 한 가지는 직접 런던 행사장에서 500명에게 mmmg의 노트, 브로셔, 뺏지를 나눠주고, 그냥 나눠주는 대신 그 노트가 자신의 방이나 생활하는 곳 한구석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다.
그래서 그 사진들을 다시 도쿄에서 전시를 하면 좋을 것 같다. 500명이나 나눠주는데, 적어도 100명 정도는 회답이 오지 않을까?(웃음...)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해외 대규모 행사에서 신제품이 아닌, 이미 사용한 제품을 전시한다는 건 위험할 시도일 수도 있을텐데, 그를 통해 얻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소비자와 함께 소통하며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mmmg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컨셉이다. ㅍ
'mmmg는 이런 상품을 만드는 회사이고, 소비자는 제품을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결국 만든 회사, 사용하는 소비자 모두 mmmg라는 코드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함께 공유하는 우리 모두가 mmmg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세계화라는 것이 꼭 한국의 색상, 문양 이런 것에서 찾아야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는 달라도 전시를 보고 '어..이게 뭐지? 나도 참여하고 싶다' 라고 그렇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래서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것이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mmmg가 지향하는 바는?
현재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관계 자체가 생산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고, 또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면, 거기서 거래가 끝나는 구조이다.
그러나 mmmg는 그 두 관계가 생산과 소비를 떠나 함께 커뮤니케이션하고 공유할 수 있는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솔직히 홍보도 안하고
광고비도 없이 여태까지 이끌어 온건, 단지 소비자가 상품 하나로 mmmg를 알아준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산 소비자를 실망하게 하지 말자' 바로 그런 작은 약속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
Peace mmmg!!

진행,글_임혜진(KIDP 정보컨텐츠팀)／사진_윤행석
 

mmmg 웹사이트
www.mmmg.net

같은 제품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나, 사용하는 용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mmmg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mmmg의 제품 중에는 언뜻 보기에 용도가 불명확한 것들이 있다.
그저 마음에 든다면 용도는 사용자 나름인 것이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노트커버
mmmg의 제품들은 사용자들이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래서 애착을 갖고 주변을 장식하는 의미 있는 아이템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캡슐 편지지

편지지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캡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