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Ⅱ 만화.애니메이션cartoon-Animation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 있는 역사, 린타로 감독

[메트로폴리스]는 어떤 작품인가?
5년간 총 10억엔의 제작비를 투입해 제작한 [메트로폴리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 데츠카 오사무의 동명 출판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부유한 지상도시와 가난한 지하도시가 대립하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인조 소녀 티마가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디지털 기술과 셀(cell)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그려내고 있다.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소외 계층의 혁명, 정치적 음모, 로봇의 존재론, 애증관계,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만남, 헤어짐 등 굵직한 테마들이 3D로 정밀하게 재현된 환상의 메트로폴리스 속에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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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_ 1967년인가 68년에 데츠카 오사무와 [철완 아톰] TV 시리즈를 함께 만들면서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가 나의 ‘시작’인 셈이다.
지금 다시 봐도 데츠카 오사무의 원작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그의 작품을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형태로 만들어 완성시키고 싶었다. 아톰 이후의 그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제작되었지만, 아톰 이전의 작품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톰 이전 작품인 [메트로폴리스]를 최신 디지털 작품으로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고, 때마침 데츠카 오사무가 이 세상을 떠나면서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만약 그가 살아있었다면 못하게 했을 것이다.(웃음) 내가 개인적으로 데츠카 오사무의 SF만화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A_ 사실 나는 디지털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5년간 그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였고, 디지털 담당자와 싸운 기억 밖에 없다.
아날로그 스텝과 디지털 스텝 간에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이미지와 수치 간의 시각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앞으로 애니메이션은 더욱 디지털화될 것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셀 작업 대신에 디지털 작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디지털이라는 도구 자체는 매우 훌륭한 도구이며, 쓰면 쓸수록 그 가치가 느껴진다.

A_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의 흥행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그에 못미쳐 아쉬웠다. (웃음)

Q_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와는 관계가 없나?

A_ 이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데츠카 오사무의 [메트로폴리스]를 고른 이유는 도시적인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때 데츠카 오사무가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를 봤는지 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다른 점이 많기는 하지만 분명히 그가 프리츠 랑의 작품을 봤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프리츠 랑의 이미지를 머리 속에서 지우려고 했다. 게다가 작업 중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마침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를 복원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당황스러웠다. 미국에도 이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들리 스콧의 계획이 무산되어 다행이다. (웃음)
분명 나는 프리츠 랑의 이미지를 멀리 하려고 했지만 관객들이 그 이미지를 연상한다면 어쩔 수 없다.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도 프랑스 작가가 쓴 [미래의 이브]를 원작으로 만든 것처럼, 영향을 받은 작품이 머리 속에 남아있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Q_ 애니메이션화하는 과정에서 데츠카 오사무의 원작과 달라진 점은?

A_ 50년 전 만들어진 원작 데생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그의 데생 선에서는 에로스와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당시에 [메트로폴리스]를 극장판으로 만들자고 제안해 보았지만 그는 눈을 부라리며 거절했다. 그림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매력, 즉 그 데생 선을 그대로 살리면서, 또한 그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서, 디지털로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내 스스로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을 철저히 배제했고, 또한 50여 명의 최상의 애니메이터들이 데츠카 오사무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 고생했다.
원작 [메트로폴리스]에는 다리가 굵고 글러브 같은 손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따라서 방아쇠를 당기기에 너무 투박한 손가락 표현이나, 계단 두 칸을 다 차지할 정도로 굵은 다리 따위는 현재의 관객들을 위해 좀 더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수정했다.

A_ 나에게 만화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하는 대신에 왜 오리지널을 제작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세상에는 내가 만든 오리지널보다 훨씬 재미있는 원작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원작을 영상으로 바꿀 때에 제일 중요한 것은 ‘감’이다. 감이 오면 바로 제작에 착수하고 감이 없는 경우에는 하지 않는다. 다음 작품은 TV 시리즈인 [캡틴 하록]을 리메이크할 생각이다.

A_ 사실 나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지 않는다. 오히려 프랑스 영화와 같은 유럽 영화들을 보고 도움을 받는다.
물론 초등학생 시절에는 일본 전통극을 많이 봐서 내 작품에 그런 흔적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자신이 그다지 일본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웃음)
나는 ‘자유롭게 보자’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내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내 작품이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언젠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내 작품을 보고 이런 제패니메이션은 본 적이 없다고 칭찬했을 때 너무 기뻤다.
아직까지 한계는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분발할 생각이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일종의 연대감, 즉 인간으로서의 동질감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다.

세상에는 내가 만든 오리지널보다 훨씬 재미있는 원작이 많이 있다.
원작을 영상으로 바꿀 때에 제일 중요한 것은 [감]이다. 감이 오면 바로
제작에 착수하고 감이 없는 경우에는 하지 않는다.


린타로 약력
1941년 생인 린타로는 17세 때인 1958년 도에이 프로덕션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했다.
60년대 데츠카 오사무의 프로덕션에 들어가 [철완아톰] 외 많은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하고 70년대 들어 프리랜서 선언을 하기까지 그는 일본 최고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으며, 1979년 극장판 [은하철도 999]를 감독하여 흥행에서도 성공을 이뤘다.
파괴와 서정성의 극한 대비, 가장 일본적인, 시각적 스타일리스트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어다니는 린타로 감독이다.
원래 그의 이름은 하야시 시게유키이나 데츠카 오사무로부터 린타로라는 필명을 얻어 사용하고 있다.

1960년대 _ 데츠카 오사무 프로덕션에서 [철완아톰] [정글대제 ]등에 참여
1978 _ [우주해적 캡틴 하록]
1979 _ 극장판 [은하철도 999]
1983 _ [환마대전]
1985 _ [카무이의 검]
1986 _ [불새]
1993 _ [다운로드]
1996 _ [엑스]

린타로 감독_사진_손승현
글_박소현_객원기자
 

린타로감독

메트로폴리스의 주인공 인조 소녀 티마





[메트로폴리스]의 장면들




우주 해적 캡틴 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