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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 방향에서 사직터널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터널 위를 가로지르면 권율장군이 살던 옛집과 붉은 벽돌로 된 고풍스런
2층 건물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매일신보의 사옥으로 알려졌던 이 건물은 최근 장독대 밑에서 ‘DILKUSHA
1923’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주춧돌이 발견돼 그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딜쿠샤는 건물주나 설계자의 이름,
1923은 건축연도를 말함일 터인데, 대한매일신보가 1904년에서 10년까지 발행된 것으로 미루어 그 사옥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영국 상인의 집이었다고 하는데...지금은 주인이 누구인지 20여 가구가 무단
입주해 내부를 개조해서 사용중이라 한다.
강북삼성병원에서 이 미스터리의 집을 찾고자 하면, 서울시교육위원회를 지나 서대문쪽으로 내려가다 100미터 전방에 보이는
백운철학관 앞 가파른 비탈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 골목으로 직진하여 왼편으로 샘마트를 지나고, 다시 오른편으로 경로당과
환경연구회를 지나면 권율장군 집터의 나무가 이정표 구실을 한다.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우리 역사에 비운의 인물을 꼽으라면 미쳐서 백성에게 맞아죽었다던 궁예도 아니오,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와의 다툼에서
몰락해 폐서인이 되는 경빈 박씨는 더더욱 아니며, 마지막 왕 순종도 아니다.
어릴 때에는 아버지 대원군의 서슬에,
젊어서는 총명한 명성황후의 치마폭에 그리고, 장년이 되면 외세의 압력에 기 한번 못 펴고 자식까지 그리고 실질적인
주권까지 뺏겨야만 했던 고종이야말로 비운의 결정체 같다.
이 고종이 왕위에 오른지 40년을 기념하고 그의 성덕을 칭송한
비가 광화문 네거리 교보빌딩 앞 모서리에 있다. 돌문에는 그의 아들 영친왕이 일본으로 납치 당하기 직전, 6살 때
쓴 만세문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길 모퉁이에 간신히 놓여있는 폼세나 글자 모두 애틋해 보인다.
종로구청(구 정도전 집터)
조선 개국의 1등 공신하면 정도전이 떠오를 터. 그는 600년 동안 이렇게 변해버린 이곳 서울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울 천도를 계획하여 궁궐과 종묘의 위치를 정하고, 궁과 문의 칭호를 결정한 게 그였으니 말이다. 그의 집이
현재 종로구 수송동 종로구청 자리에 있었다.
이후 그의 집 서당 자리에는 영재를 가르치는 중학이 들어서고 다시 순종 때 수송국민학교가 들어섰으며, 마궐 자리에는
말을 기르고 관리하는 사복시라는 관청이, 그리고 뒤이어 경찰기마대가 위치했었다 한다. 정도전이 지금 서울을 보면 뭐라
할까?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로 나와 교보빌딩 뒤쪽 길로 들어서 북쪽으로 가면 종로소방소가 보이고 그 오른쪽
옆에 종로구청 정문이 있다.
목은 이색의 영당
석탄회관 옆 대한화재보험 건물과 국세청 신축공사 현장 사잇길로 들어서면 이런 곳이 있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고려시대 삼은의 한 사람이었던 목은 이색의 영당이 있기 때문이다.
고려말기의 학문과 정치에
거족을 남긴 목은은 조선조 개국 후 태조가 그의 인재를 아껴 출사를 종용하였으나 끝내 지조를 지켰다.
가을날, 약간의
그늘과 벤치가 있어 잠시 목은의 지조를 상량하며 잠깐 쉬기에 그만이다.
구세군회관(구 무관학교)
여보게들, 가세 가! 월급 많이 주는 무관학교로!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는 무관학교로 가세!
서당에서 논어, 맹자, 시경, 서경을 익히는 것만이 공부라고 알았던 시절, 고종 황제에 의해 교육 조칙이 공포되어
법관학교, 사범학교, 무관학교가 잇따라 문을 열었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아니라 학교를 위해 다닌다는 인식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관립 학교들은 일종의 월급에 해당하는 관비를 학생들에게 주었다. 그런 관립학교 중에서 아마 무관학교가 가장
많은 관비를 주었나보다. 그 무관학교가 지금 새문안 교회와 구세군 본영이 자리하고 있는 그 일대에 있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새문안길 쪽으로 나오면 된다.
글 _ 백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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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종로구청
(구 정도전 집터)
목은 이색의 영당
구세군회관
(구 무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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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db Home > designdb 잡지 > 17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