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Ⅱ 만화.애니메이션cartoon-Animation

애니메이션 전문가 3人이 추천하는 올 가을에 볼만한 비디오

가을은 독서의 계절. 하지만 이번 가을엔 애니메이션 삼매경에 빠져보는 게 어떨까.
여기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장편· 단편 애니메이션 중에서 자주 눈에 띠지 않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나고 흥미진진한, 혹은 잘 알고 있지만 다시보기를 권하는 작품 15편을 골랐다.
각기 다른 눈을 가진 김준양, 전승일, 한창완 3명의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추천하고 평하는 비디오를 찾아, 감상하고 상상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장편애니메이션
김준양_애니메이션 컬럼니스트 / 계원조형예술대학 강사

헤비메탈2 Heavy Metal 2 / 제럴드 포터튼 ● 90분 ● 1981
[블레이드 러너]에서 [제5원소]까지, 그리고 지금도 많은 SF 영화들에 있어서 그 상상력의 원점을 보여주는, 이 성공적인 R등급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국에서는 속편에게 오리지널 타이틀을 빼앗기고 ‘2’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은 상당한 넌센스이다.
1970년대에 등장한 동명의 컬트적인 SF/판타지 만화잡지의 국제적인 반향을 계기로 기획되어, [에이리언]의 댄 오배넌 , [스노우맨]의 지미 무라카미, [바이러스]의 존 브로노 등이 참여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독창적인 에피소드들이 모여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세계를 구축하면서 허무로 가득 찬 암울하고도 불안한 미래상을 흥미진진하게 비춰낸다. ___ 빅스 출시

피블의 모험 An American Tail / 돈 블러스 ● 82분 ● 1986
‘Somewhere Out There’라는 제목의 주제가로 라디오에서 더 많이 유명해진 이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는 근래에 국내 개봉된 [아나스타샤]와 [타이탄AE]의 감독 돈 블러스가 스필버그의 제작 체제하에서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이다.
러시아로부터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온 가난한 유태계 꼬마 생쥐 파이블(비디오에서의 ‘피블’은 발음상의 오류이다)을 주축으로 고양이와 쥐의 세계를 인간의 사회와 조심스럽게 조응시킨다.
이런 사실주의적 시선 속에서도 풍부한 서정성과 화려한 스펙터클을 모두 끌어안고 있는 [피블의 모험]은,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동시대 동화의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___ CIC 출 시

톰 썸의 비밀 모험 The Secret Adventure of Tom Thumb / 데이브 보쓰윅 ● 61분 ● 1993 ● 영국
실제 인간을 점토 인형과 함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인간의 경우에는 특히 픽실레이션이라 부르는)으로 촬영하여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그림 형제의 동화 ‘엄지소년 톰’을 현대 바이오 테크놀러지의 불길한 시대에 맞춰 다시 쓰고 있다. 여기서 동화 속의 장난꾸러기 요정 같은 톰은 이제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의해 출생한 실험체에 가까우며, 연구실을 탈출해 산업 폐기물로 오염된 거리를 지나 양친이 있는 희망 없는 빈민굴을 찾아가야 한다.
그림 형제 스타일로 고쳐 쓴 [블레이드 러너]라고도 할 수 있겠다. ___ 새롬 출시

프레데릭 백의 위대한 강 The Mighty River / 프레데릭 백 ● 24분 ● 1993
애니메이션이 다큐멘터리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 [프레데릭 백의 위대한 강]이다.
사진 매체가 일반화된 오늘날, 회화가 사실의 기록일 수 없다는 생각은 애니메이션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편견. 그러나 르포르타주라는 기록문학의 존재를 떠올릴 때 다큐멘터리는 형식에 앞서 이념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북미의 풍요로운 자연과 아름다운 토착 문화가 근대 서구 자본주의 문명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되어 온 역사를 매혹적이고 시적인 색채와 화면 위에서 비판하는 경이로운 다큐멘터리이다. ___ 베네딕도 미디어 출시

이온 플럭스 Aeon Flux / 피터 정 ● 20분 ● 1996
한국계 애니메이터 피터 정에게 국제적 명성을 가져다 준 M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첫 번째 컬렉션. 여러 편의 개성적인 에피소드들을 수록하고 있는 이 비디오는, 약간 난해한 두 번째 컬렉션에 비해 부담이 적은 편이다.
빈 분리파 화가 에곤 쉴레의 영향을 받아 퇴폐적인 관능미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 공허감이 떠도는 미래주의적 디자인의 거대 도시 경관, 모든 에피소드마다 관객의 기대를 절묘하게 비켜 가는 기묘한 사건들과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결말은 [이온 플럭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___ CIS 출시

단편애니메이션
전승일_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 애니메이션 작가

후나스와 리사 Jonas and Lisa / 자벨 꼬떼 & 다니엘 쇼르 ● 9분 11초 ● 1995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 가운데 “모든 아동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부모는 아동의 발달에 필요한 생활여건을 확보하는 1차적 책임을 지며 정부는 부모가 책임을 완수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도시 빈민가에 사는 후나스는 구두닦이를 하여 아기의 빵을 구하고 리사는 아기를 돌보며 집안 일을 하는데, 후나스는 결국 아빠가 남겨준 책을 손에 쥐고 밤거리로 나가게 된다는 다소 우울하고 슬픈 내용의 애니메이션. 대사없이 효과음향과 음악만으로 사운드가 연출되었다.
메타모포시스(변형)에 의한 장면전환, 간간히 등장하는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 상상하는 장면에서의 차별화된 미술기법 등은 애니메이션의 다양하고 개성적인 표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카고 영화제 수상작. ___ 비디오 타이틀 [희망으로 그리는 세계] 에 수록, 으뜸과 버금에서 대여 가능

이야기 속의 이야기 Tale of Tales / 유리 놀슈타인 ● 30분 ● 1979
젖 먹는 아이, 사과, 젖가슴, 아기 늑대, 전쟁터로 나가는 사람들, 물고기, 사람들의 일상, 전사통지서, 하얗게 내리는 눈.....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프레데릭 백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언급한 러시아의 애니메이션 작가 유리 놀슈타인의 작품. 애절한 러시아 민요와 함께 전쟁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리 놀슈타인은 컷-아웃(cut out) 애니메이션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기법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해 실사영상이나 조명을 사용하기도 하고, 배경과 캐릭터 사이에 거리를 두고 촬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작품의 예술성에 깊이를 더해준다.
그는 오래 전부터 [외투 Overcoat]라는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___ 비디오 타이틀 [Masters of Russian Anamation; the Complete Works of Yuri Norstein]
[Title Masters of Russian Animation vol. 3]에 수록, Amazon.com에서 구입 가능.

에브리 차일드 Every Child / 유진 훼도렌코 ● 6분 13초 ● 1979
유니세프(UNICEF)의 국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제작된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공애니메이션으로 국제연합(UN)의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 가운데 “모든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를 지니며, 부모로부터 양육받을 권리를 갖는다”라는 조항을 표현하고 있다.
버려진 아기가 이집 저집으로 건네지다가 마지막엔 쓰레기장의 두 사내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입부의 자유로운 카메라 움직임과 페이퍼 애니메이션 특유의 간결하고 떨리는 선의 느낌이 재미있고, 특별한 나레이션 없이 목소리로 연출한 효과음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오타와, 오스카 국제영화제 수상작. ___ 비디오 타이틀 [희망으로 그리는 세계] 에 수록, 으뜸과 버금에서 대여 가능

이웃 Neighbours / 노만 맥라렌 ● 8분 10초 ● 1952
1930년대 유럽 아방가르드 영화의 세례를 받은 영국 출신의 실험작가 노만 맥라렌의 작품. 그는 필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다이렉트 애니메이션, 필름 사운드 트랙의 영상화, 인물이나 오브제의 스톱모션 촬영 등 끊임없는 실험과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 애니메이션 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웃]은 꽃 한송이를 두고 서로 소유와 경계에 대한 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픽실레이션 기법에 의한 애니메이션 촬영은 피사체가 실사이면서도 살아있는 움직임과는 다른 독특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런 유쾌한 작품이 만들어질 때 우리는 실제 전쟁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한 기분이 든다. 1952년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___ A&C 코오롱 출시 비디오 타이틀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걸작선 1] 에 수록, 으뜸과 버금에서 대여 가능

거리 The Street / 캐롤라인 리프 ● 10분 12초 ● 1976
모래나 유리판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촬영하는 페인팅 온 글래스 기법의 단편애니메이션으로, 1976년 아카데미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작품이다.
모르데카이 리클러(Mordecai Richler)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유리판 위에 손가락과 잉크로 그림을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는 작업을 통해 죽어가는 할머니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고 있다.
특히 부드러운 화면연출은 애니메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장면전환을 보여준다. ___ A&C 코오롱 출시 비디오 타이틀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걸작선 2] 에 수록, 으뜸과 버금 에서 대여 가능

일본애니메이션
한창완_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교수

은하철도 999 / 마츠모토 게이지 ● 130분 ● 1981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고뇌가 문명이라는 미래지향적 기술지상주의를 과감하게 배격시키고, 그렇기 때문에 촌스러운 열차의 내부공간은 더욱 따뜻한 휴머니즘적 감상주의 공간으로 변형되기 쉽다.
[은하철도 999]는 디지털식으로 보이는 주제를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해석하며, 디지털에 대한 경고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중복되는 충돌로 복선화 한다. [은하철도 999]는 일본의 아날로그식 기술의 체계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미래 우주시대의 디지털식 첨단문명의 종착역으로 향해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기기관차이다.
그래서 디지털문명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을 가장 적절하게 경고할 수 있는 복고주의적 장치가 될 수 있는 것이며, 관객의 흥미는 이 부분에서 증폭된다. 극장용 [은하철도 999]는 린타로가 감독했다. ___ 스타맥스 출시

인랑 / 오키유라 히로유키 ● 98분 ● 1999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극도의 고도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급진적인 경제 정책을 펴나가고 나름대로 충분한 결실을 맺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형태가 결국 도시를 슬럼화하고, 수 많은 실업자들의 흉폭한 범죄와 반정부 무장투쟁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러한 사회적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는 자치경찰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제3의 수도권 치안전문 경찰기구인 ‘수도경’을 창설하는데, 이 수도경의 조직 중에서도 치안의 강력한 권력을 독점적으로 누리면서,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하는 핵심 특수부대가 이 작품의 중심인 ‘특기대’이다.
마치 인조병기처럼 어둠속에서 붉게 빛나는 두 눈 밖에 보이지 않는 특수부대, 일명 ‘케르베로스’로 불리우는 이 특기대는 감정이 없는 동물과 기계의 중간단계로 비혈한 무자비함과 정확한 응징을 보여준다. ___ 대원 출시

청의 6호 / 마에다 마히로 ● 70분 ● 1998
게임같은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같은 게임, [청의 6호]는 마치 바다속에서 함께 잠수함을 타고 전투를 하는 것과 같은 환상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물론 부자연스러운 해양생물체와 어색한 3D 배경의 과도한 리얼리티가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의 6호]가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실험의지는 관객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문득 제작사나 관객 모두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___ 체리저패니메이션 출시

엑스 / 린타로 ● 98분 ● 1996
독특한 애니메이션 미학은 아주 잘 설명된 실사영화의 이미지보다도 많은 담론을 표방한다. 물론 그러한 이미지의 기호를 잘 읽어낼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말이다.
[엑스]의 상품성과 한계는 바로 이러한 강력한 카리스마의 기호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매니아층의 폭발적인 성원만큼 일반인들의 무관심을 동반하게 된다. [엑스]가 보여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담론은 제한된 스타시스템이 표방하고 있는 아방가르드적인 환타지의 차별적 전략을 제시한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것이 마니아가 되지 못하는 심미론자들의 한탄일 것이다. ___ 스타맥스 출시

포켓몬스터 / 유야마 구니히코 ● 1999
캐릭터의 집단적 규모, 주인공의 성장심리 적용, 캐릭터들의 변신 개념과 파워업 컨셉, 150여종의 캐릭터 수집 유도와 각 캐릭터들의 특징 부여 등이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들의 성공요인을 집대성한 모델로 평가된다. 캐릭터비즈니스의 중요한 전략은 이미 [포켓몬스터]에서 세부적이며 체계적인 과정을 모두 설명해주고 있다.
장기적인 캐릭터 비즈니스로는 보이지 않지만, 단기적인 전쟁에서는 이 무적함대의 지상폭격이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지 어느 누구도 단언하지 못했다.

글_편집실
 

헤비메탈2

피블의 모험

톰 썸의 비밀 모험

프레데릭 백의 위대한 강
The Mighty River

이온 플럭스 Aeon Flux

후나스와 리사
Jonas and Lisa

이야기 속의 이야기 Tale of Tales

에브리 차일드
Every Child

이웃
Neighbours

거리 The Street
캐롤라인 리프

은하철도 999
마츠모토 게이지

인랑
오키유라 히로유키

청의 6호
마에다 마히로


엑스
린타로


포켓몬스터
유야마 구니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