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Ⅲ 서울을 다시 본다 seoul review

600년 도읍의 중심 정동과 세종로

서울을 다시본다

근현대사의 흔적이 아련한 곳, 서울 시내 역사문화탐방
“500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하지만 600년 도읍지 서울은 인걸은 고사하고 산천도 전혀 의구하지(옛날 그대로 변함이 없지) 않다. 서울에 활력을 주던 한강 지류의 작은 실개천들은 부분 부분 복개가 되어 자취조차 사라지고, 포근히 감싸주던 산들은 아파트와 이기적인 건축물로 오늘도 조금씩 깎여나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도시는 많은 것을 말한다. 굳이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거리엔 감상할 것들이 넘쳐난다. 산과 강, 길. 그리고 거기에 놓인 건축물과 사인들, 가로수와 가로등,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탈것들과 사람들 등등 서울에 대한 감상은 어떤 것일 수 있을까? 다시 100년 후에 이곳은 무엇이 되어 있을까?
오늘 잠깐 멈춤하여 100년 후 찬미할 수 있는 서울을 생각해보자.

【 600년 도읍의 중심 정동과 세종로 】
1 _ 1919년 고종 서거 때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대한문. 궁의 위엄을 나타내는 기단과 계단은 궁 주인의 운명처럼 사라져버리고 없다.
2 _ 이것이 어느 나라에 있는 건물인고? 목제 기둥에 로마네스크 양식 기둥머리, 철제 난간에 한국적인 당초, 박쥐 무늬. 정관헌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1900년 경에 건립된 궁 안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고종이 연회를 베풀고 즐기는 장소로 사용하였다.
3 _ 석어당. 궁 안에 있는 유일한 2층 건물로 단청을 하지 않았고 실내 천정도 삿갓 천정으로 소박하고 검소한 구조로 되어 있다.
4 _ 석조전 앞 정원. 우리나라 최초의 유럽식 정원으로, 동서 대칭이 되도록 중심에 분수대를 놓고 원형과 방형이 조합된 연못을 파 네 마리의 물개를 배치하였다. 결혼 사진 촬영을 위한 베스트 장소이자 덕수궁 하면 분수대를 떠올릴 만큼 친숙한 곳이다.
5 _ 중화전. 황제가 영을 내리고 문무백관의 하례를 받던 핵심 건물이다. 현재 공사중이며 11월에 완공된다.
6 _ 을사조약이 체결됐던 중명전. 지금은 궁 밖으로 잘려나가 정동극장 뒤 미국대사관 옆에 자리하고 있으며, 개인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7 _ 덕수궁길

서울.답사.1번지, 덕수궁과.돌담길.
하얀 드레스와 턱시도의 선남선녀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유럽식 정원을 배경으로 온갖 행복의 포즈를 취하고, 사진의 셧터는 수없이 찰칵거린다. 오늘날 덕수궁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하지만 덕수궁은 희망찬 출발을 향한 신혼부부의 꿈을 담기엔 너무나 슬픈 곳.
임진왜란으로 궁들이 모두 불타버리는 바람에 임금(선조)께서 거처할 곳 없어 찾은 곳이요, 고종이 일본에 의해 강제 폐위되어 거처한 곳이며, 을사조약이 체결된 곳이 바로 덕수궁이다.
그래서일까?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은 낙엽이 지는 쓸쓸한 가을날에 한층 어울린다. 게다가 3년 전 서울시가 걷고 싶은 길을 만든다는 첫 야심작으로 이곳을 단장한 후엔, 지는 은행잎을 쓸어버리지 않아, 운치와 낭만에 이곳이 서울일까 싶다.
대한문에서 서쪽으로 덕수궁 담을 끼고 돌면 이 길인데, 구석 구석 배려가 돋보인다. 직선으로 뻗어 있던 자동차 도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자동차 속도를 줄였고, 차도와 보도의 높이차를 없앴으며, 밤이 되면 돌담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비춰진다. 300m 정도 걷다 보면 정동극장 쪽으로 향하는 길과 미국대사관, 영국대사관을 거쳐 덕수초등학교로 향하는 길, 그리고 옛 배재학당으로 향하는 갈래길이 나오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후회하지 않으리라.

신교육, 신종교 - 배재학당과.정동교회.
1931년 한 잡지에는 한 구식 촌부가 쓴 ‘학교무용론’이란 제목의 이런 글이 등장한다. “...나는 40의 만득으로 자식 한 개가 있었소...열살 때 보통학교에 보냈소. 신학문을 배워야 한다기로...15년 공부의 성과가 선량한 아내를 버리고, 가산을 탕진하고, 늙은 어미 아비를 버리는 것이오?...우리 고을에만 10명의 신학문자가 있되 면서기, 금융조합서기 하나도 얻지 못하고 펀펀히 놀고 있으니...이러한 것이 신식이요 학교 교육의 성과라면 나는 온 학교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소...그 신교육 도입의 상징이랄 수 있는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덕수궁 서쪽 정동교회를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있었다.

시청 쪽에서 덕수궁 돌담길로 들어섰다면 갈래길이 나오는 사거리에서 이곳을 지나치기 십상인데, 바로 신아빌딩과 정동교회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옛 배재학당 자리가 배재공원과 지금은 무슨 공사가 한창 중인 붉은 벽돌 건물 하나로 달랑 남아 있다. 하지만 실망하진 말자. 그 오던 길을 되돌아 2~3미터를 내려와 시선을 건너편으로 향하면,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어린이집이라고 하는 이곳은 육면체를 벗어난 형태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은 물론이고, 벽면의 색감하며, 재질, 입구나 창 모두에서 세세한 정성이 배어나오는 집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이 느껴지기에 한없이 감사하다.
다시 사거리로 돌아와 정동교회를 둘러보자. 지금은 공사중이라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19세기에 지어져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서구식 개신교 예배당이다. 여기서 경향신문사 방향으로 2~30미터 가면 복원된 이화학당 정문과 ‘신동아일보사’라고 표시된 고풍의 벽돌집도 만날 수 있다.
이제는 남녀 학생들의 싱싱한 장난질이나 은근한 추파도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여운을 놓지 않고 있어 걷는 피로를 잊게 하는 길이다.

1 _ 서울시어린이집. 2000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은 건물이다.
2 _ 정동교회.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가 1896년에 세운 간결하고 소박한 고딕양식의 예배당으로 사적 256호로 지정되어 있다.
교인의 상당수가 배재, 이화의 학생들이었고 협성회와 관계하여 학생운동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한다.
3 _ 신동아일보사옥이란 머릿돌이 있는 건물
4 _ 배재공원
5 _ 남아있는 옛 배재학당 교사. 1885년 북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가 두명의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시작된 사립학교이다. 서재필의 주도하에 배재학당 학생과 교사를 중심으로 협성회가 조직되는데, 독립운동과 개화운동에서도 중요한 몫을 했다.
6 _ 복원된 이화학당 정문. 여성 신교육 발상지로 북감리회 여선교사 스크랜턴이 설립하였다. 배재학당의 이름이 고종황제가 내린 것이라면 이화학당은 그 이름을 명성황후가 내렸다. 이화여고 정문 바로 옆에 있다.

열강의.잔재들.
이화학당이 끝나는 지점, 조금 뒤로 물러선 곳에 창덕여중이 있는데, 옛날 프랑스 공사관과 프랑스어학교가 있던 자리다. 그 반대편 예원학교가 끝나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옛 러시아공사관 일부가 남아 있다. 바로 ‘아관파천’의 현장이다.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게 시해당한 후 고종은 친일내각에 포위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 1896년 2월, 경비가 소흘해진 틈을 타 고종은 경복궁에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 친일내각 대신들을 잡아 없애라는 영을 내리고 새 정부를 발족시킨다.
고종이 머물던 이곳 주변엔 지금 정동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올려다 보이는 공사관의 건물이 탑만 남고 초라하지만 잔디의 초록이 얼마나 푸르른지 비운의 기운을 누그러뜨리고 안도감과 충만함을 전한다. 다만 주차장 때문에 뒷편으로 탑의 주변이 바투 잘려나가, 명색이 사적을 다루는 애정이 아쉽다.
러시아 공사관에서 이듬해 환궁하는 고종은 경복궁이 아니라 당시엔 궁도 아니었던 덕수궁을 찾는다. 이 근처엔 미국대사관과 영국대사관도 있었는데, 일제를 견제하고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며 서구 열강 간의 세력 균형을 유도하기에 입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영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은 온전히 금싸라기 같은 땅에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데, 특히 덕수초등학교 방향으로 난 덕수궁길 맞은편 미국대사관 담 길에는 전경들이 버티고 있어 정동 길을 걷는 심정을 건드리고 만다. 여전히 ‘열강’의 존재를 느껴야 하는 오늘의 역사를 잠시 접어두고 한쪽 눈을 질끔 감아보자. 시청쪽 길보다는 못하지만 사람은 더 드무니 그들은 무시하고 ‘그래도 나는 걷는다.’

1 _ 정동공원
2 _ 영국과 관련된 또 하나의 흔적은 서울성공회대성당이다. 대한문에서 광화문쪽으로 조금만 가다 보면 태평파출소가 나오는데 그 골목이나 다음 시의회 건물 골목을 따라가면 바로 나온다.
3 _ 러시아 공사관 뒤, 정동이벤트홀 주차장과 만나는 곳 사이에 좁은 골목길이 나있다. 산책길이라 부르기엔 길지 않지만, 새문안길로 통하는 길이니 지름길로 이용해도 좋을 듯 싶다.
4 _ 러시아공사관. 1890년 르네상스 풍으로 지어진 건물로 한국전쟁 때 파괴되어 탑과 지하층만 남았다. 동북쪽으로 지하실의 일부가 발굴되었는데 덕수궁으로 연결되는 비밀통로였다고 한다.
5 _ 러시아 공사관 뒤 지름길을 통해 대우빌딩 뒤로 해서 다시 덕수궁 길로 진입하다 보면 덕수초등학교 건너편 공터에 커다란 회나무가 한그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옛 경기여고 자리인데 미국대사관에서 산 땅이라 진입도 촬영도 금지다. 여기서 다시 한 2~30미터 전진하면 왼편으로 일본식 적선가옥을 개조한 듯한 구멍가게가 나타난다. 담쟁이 덩굴이 휘감아 돌아 이끼와 함께 푸르른데 없어지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6 _ 영국성공회는 1890년 내한한 코르프 주교에 의해 한국에 처음 전파되었고, 이 건물은 1926년 완성되었다. 화강석과 붉은 벽돌과 기와로 된 이 건물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위엄이 있다.
7 _ 성공회대성당 안에 있는 성공회 수녀원 건물. 외관은 전통 한옥을 그대로 살려 고즈넉하다.

세종로와.태평로 일대. 서울시청(구 경성부청사)
서울 도심 한복판, 그것도 중구 태평로 1가에 현대식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꼬장꼬장하게 버티고 들어앉은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석조 건물. 일제시대 경성부청사로 태어나 지금은 서울특별시청이 된 곳이다. 경성부청사는 총독부청사로부터 경성역(서울역)에 이르는 큰 길 한가운데 자리하는 데다가, 위에서 내려다 보면 건물의 형태가 본(本)자 모양을 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일(日)자 모양의 총독부, 대(大)자 모양의 북악산과 함께 민족혼을 짓밟으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금은 증축이 되어 그 모습이 많이 일그러졌지만 프레스센터 19층 화장실에서 ‘본’자 모양을 내려다 볼 수 있다니 확인하여 교과서에 실을 일이다.

한국언론재단 (구 경성일보 매일신보 사옥)
신문개혁, 언론개혁, 안티조선, 언론사 세무조사, 언론사주 구속
올 한해 일간지 헤드라인을 장식해온 문구들이다. 그 정치적 진의가 어디있든 간에 일그러진 현대사 속에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언론들의 바람직한 문화창달을 위한 공익재단으로 각종 언론관련 전문정보와 종합뉴스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프레스센터, 한국언론재단이다. 시청 바로 뒤에 있는 이 건물은 [경성일보]와 [매일신보]의 사옥이었는데, 이토 히로부미가 일인신문들을 합병하여 만든 신문이 [경성일보]라면, [매일신보]는 민족족정론지 [대한매일신보]를 사들여 만든 [경성일보]의 자매지이다. 이 신문들은 일제식민지 통치를 미화하고 내선일체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여론 조작을 일삼았다.
해방되던 해에 [매일신보]사를 차지하기 위해 언론사들간의 싸움이 치열했으나 결국 미군정이 접수한 후 [서울신문]으로 속간, 군정당국의 대변지가 되고 어용신문의 대표가 되었다. 최근 이런 이미지를 씻기 위해 1998년 [대한매일신문]으로 제호를 바꿨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하차하여 시청쪽 출구로 나와 2~3분만 걸으면 이곳이다.

강북삼성병원(구 경교장)
경향신문사 건너편, 경희궁에서 서대문 방면 언덕 위에 옛 고려병원의 후신 강북삼성병원이 있다. 그 정문을 지나 본관으로 들어가려면 2층짜리 현관 건물을 지나야 하는데 볼품도 없거니와 그다지 고풍스럽지도 않아 무심히 스치게 된다. 하지만 이 건물은 이름도 익숙한 경교장.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이 집무실 겸 숙소로 쓰던 곳이다. 1층 좌우창을 원형으로 돌출시켰고 2층 중앙에는 5개의 아치창을 내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녔던 곳이었다. 사진으로 볼 때 2층 왼쪽 첫 방, 현재 의사 휴게실인 이 방에서 백범이 피격, 서거하였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4.19기념관을 지나 조금 걸으면 언덕 위에 있다.

동십자각
한국일보사 못미쳐 삼거리에 전통 건축물 하나가 서 있다. 길을 설명할 때면 ‘동십자각’이라고 자주 쓰는데, 정작 동대문 서대문 같은 문인지, 아님 무슨 비각인지 뭔지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경복궁을 ‘궁궐’이게 하는 유일한 흔적이라니!
궁궐이란 궁과 궐을 합친 말로서 ‘궁’은 임금이 사는 규모 큰 건물이고, ‘궐’은 궁의 출입문 좌우에 설치했던 망루를 지칭하는 말이다. 원래 동십자각은 경복궁의 동쪽 담과 남쪽 담이 만나는 곳에 있던 망루로 ‘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길을 넓힌다고 궁의 담을 안쪽으로 밀어넣을 때 담장과 이별하게 되었는데, 사라져버리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이다.

석탄회관(민겸호 집터)
종로구청 뒤 석탄회관 건물. 대한광업공사 산하 석탄공사에서 광업 종사자들의 어려운 형편을 돕기 위해 임대사업용으로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곳이다. 여기가 민씨 세도의 일원 민겸호의 집이자 나중에 숙명여자고등학교가 들어섰던 터이다. 그 사이 독일인 묄렌도르프가 살기도 했다. 임오군란으로 이곳 민겸호의 호화주택이 피습을 당하고 그는 결국 창경궁에서 몰사를 당했다. 묄렌도르프가 이 집에 살았을 때에는 테니스장을 만들고, 우유를 조달하기 위해 젖소까지 길렀으며, 해군 군악대를 불러 파티를 여니, 둘레의 집 지붕에 조선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다. 역사 속에서 오랜 세월 주목을 받은 터이다.

글_편집실
 

1-대한문

2-정관현

3-석어당

4-석조전

5-중화전

6-중명전

7-덕수궁길

1 _ 서울시어린이집

2 _ 정동교회

3 _ 신동아일보사옥이란 머릿돌이 있는 건물

4 _ 배재공원

5 _ 남아있는 옛 배재학당 교사.

6 _ 복원된 이화학당 정문

1 _ 정동공원

2 _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3 _ 러시아공사관 뒤 골목

4 _ 러시아 공사관

5 _ 작은가게

6 _ 대한성공회
대성당 뒷편

7 _ 성공회 수녀원

서울시청
(구 경성부청사)

한국언론재단
(구 경성일보 매일신보 사옥)

강북삼성병원
(구 경교장)

동십자각

석탄회관(민겸호 집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