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디자인했을까?

‘똥치미’를 아시나요?

패션 잡화 매장에 난데없이 등장한 똥덩어리들. 똥을 주제로 한 어린이 그림책이 인기를 끌더니, ‘엽기’의 순풍을 달고 인터넷 사이트, 영화, 이벤트 그리고 이제는 상품에서까지 ‘똥’이 화제다.
(주)쌈지의 본격 캐릭터 브랜드인 딸기 매장에, 머리에 똥덩어리를 이고 콧물을 흘리는 칠칠치 못한 아이 ‘똥치미’ 가 나타난 것이다.

| 새로운 캐릭터 ‘똥치미’와 ‘똥팔이’
산뜻하고 깜찍한 캐릭터를 과시하고 있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박이 ‘딸기들’ 속에서 똥과의 동거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이 녀석의 인기는 의외로 만만치 않다.
1999년 1월 경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이 똥덩어리와 똥치미는 현재 20여 종의 상품들로 출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대체 ‘똥치미’가 어떤 녀석이길래?

‘똥치미’를 디자인한 쌈지의 딸기팀 디자인실장 남인숙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딸기와는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똥치미는 응가를 사랑한다. 자신의 유일한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아주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라 조절하기는 힘들지만 아침마다 설레는 마음에 기분이 참 좋다.

그는 여러 가지 창작물을 얻기 위해 실험을 해본다. 물을 많이 먹어서 푹 퍼지게도 하고, 꾹꾹 참아서 변비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흡족한 응가를 만들게 되면 그 모양을 스케치하고 살짝 말린 다음 유리병에 넣어서 보관한다. 그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끔씩 집밖을 나가는데, 무의식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응가를 찔러보기도 한다. 궁금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똥치미’라 부른다.

출퇴근 시간마다 만화책을 열심히 보는 남실장 덕택인지, 남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는 ‘똥치미’의 유별난 개성은 다분히 만화적이다.
그저 눈에 띠는 외모로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개성으로 일구어내는 엽기적인 일상의 단편들은 ‘똥’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넘어 황당무계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똥치미 스티커는 똥치미의 인간적인 속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변비로 고생하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친절하게 똥침을 놓아주는 이 녀석은 그냥 지저분하기만한 놈은 아니다.


|| 똥치미는 휴머니스트
이런 엉뚱한 인간다움은 똥에 대한 남실장의 해석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똥은 참으면 거북하거나 괴롭지만 막상 똥을 누게 되면 시원하고 편안해진다.
그는 똥치미를 통해 고정관념이나 규범 등에 얽매이므로써 생기는 욕구불만을 통쾌하게 풀어보려고 했다.
그래서 등장한 똥상품들은 똥치미가 한가운데 폭 파묻혀 있는 똥쿠션, 채변봉투형의 카드, 똥덩어리 모자를 쓰고 있는 어벙한 녀석 똥치미 처럼 한결같이 똥에 대한 금기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이런 상품들에 손이 가는 것은 좀 모자란 캐릭터를 통해 일상의 긴장들을 풀어주고자 했던 디자이너의 배려와 그걸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손맛’ 덕분이다.
연필 스케치로 쓱쓱 그려진 똥치미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화장실 낙서같은 캐릭터다. 정교한 3D 디자인들이 눈길을 모으는 세상에서 연필 하나를 몇 번 움직여 탄생한 이 단순한 녀석이 풍기는 매력이라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특별히 똥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남실장이지만, 이 똥덩어리와 똥치미에 이어서 이미 새로운 똥 캐릭터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이름하여 ‘똥팔이’. ‘똥팔이’는 앞서 등장한 똥치미와는 천적 관계다. 확실히 똥치미에 비해 인상이 더러운 이 녀석은 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관계로, 똥치미는 자신이 모아놓은 똥을 한 덩어리라도 뺏길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똥팔이의 등장은 똥치미의 성격을 더욱 부각시키고 디자이너가 발휘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분명히 하는 것 같다.
한없이 모자라고 어리숙한 똥치미에 남들이 버리는 똥으로 돈을 버는 똥팔이의 영악함 혹은 처절함을 대비시키는 것은 똥을 캐릭터화할 줄 알았던 재치가 다시 한 번 돋보이는 점일 것이다.
그건 일상을 돌아볼줄 아는 치밀한 시선과 캐릭터 디자인이 피할 수 없는 상품화에 대한 철저한 인식, 거기에 ‘아는 것만 만든다’는 디자이너의 신조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똥덩어리가 불쑥 친근한 캐릭터로 등장한 것마냥 앞으로 또 다른 의외의 캐릭터들도 바로 이런 점들로부터 태어나게 되지 않을까.

남인숙
국제 패션디자인 연구원, 성도 어패럴, 신식공작실을 거쳐 98년 (주)쌈지에 입사하여 [딸기]브랜드의 디자인 실장을 맡고 있다. 인간적인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똥치미’캐릭터에 이어 ‘똥팔이’캐릭터의 상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똥에 관한 온갖 정보들

▶ ‘똥’에 관한 동화책
아마도 똥 이야기의 유행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붐을 일으킨 것은 유아용 그림책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유아들은 똥 이야기만 나오면 왠지 웃음을 터뜨리거나 흥분하기도 한다. 유아들이 이처럼 똥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똥 그림 덕택이기도 할 것이다. 현재 서점에 출간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똥 이야기책들은 다음과 같다.

1_ 누가 내머리에 똥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 사계절 / 6,500원)
2_ 강아지똥 (권정생 / 길벗어린이 / 6,800원)
3_ 똥이 어디로 갔을까 (이상권 / 창작과비평사 / 6,500원 )
4_ 똥 뿌직 (피토 / 웅진출판 / 4,500원 )
5_ 주먹만한 내 똥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 보리 / 6,500원)
6_ 똥 먹는 아빠 (김영환 / 산하 / 6,000원 )
7_ 오늘 재수 똥 튀겼네 (교육문예창작회 편 / 푸른나무 / 2,000원 )
8_ 아기 코끼리의 똥 (가도노 에이코 / 지경사 / 4,000원 )
9_ 개구리 오줌 노새 똥 (전태수 엮음 / 태양사 / 3,500원)
10_ 3, 4학년 독후감 쓰기 강아지똥의 꿈 (이부영 외 / 청솔 / 6,000원)

▶ 이색전시회 [똥의 재발견] 전
서울랜드는 오는 8월 말까지 이벤트 홀에서 ‘똥의 재발견’을 주제로 한 이색전시회를 연다.
똥이 단순한 배설물이 아니라 생명순환의 고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일종의 환경전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똥’의 어원과 기원, 구성요소 등의 설명을 들려주고,.이어 사파리에 사는 동물들의 분비물을 통해 육식과 채식의 차이점 등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식도와 위, 장을 거치면서 음식물이 분해되는 과정, 생태계의 연결고리로서의 역할 등을 알 수 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화장실 문화도 되짚어본다.
독특한 변기, 세계 각국의 화장실에 대한 사진자료, 제주도의 뒷간 모형 등이 전시된다. 똥점치기, 색깔로 보는 건강상태 알아맞히기 등의 행사도 열린다.

▶ 코끼리 똥으로 만든 미술품?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No Woman No Cry]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혼합재료 243.8×182.8cm 1998
크리스 오필리라는 30대 미술가가 코끼리 똥으로 작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화제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모작품에 사용된 코끼리 똥은 인종문제라는 전혀 우습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백인 자유주의의 특권과 위선을 폭로하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영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간 그의 조상들의 땅, 짐바브웨에서의 작업은 오필리에게 자기 ‘정체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그런 문화적 정체성의 혼돈을 극복하려는 고민의 과정에 그는 ‘짐바브웨의 바위 그림에서 발견되는 끊임없이 이어진 형태의 고유 문양’ ‘코끼리의 똥’ ‘포르노 잡지에서 오려낸 여자의 성기’ ‘기독교에 바탕을 둔 제목’들을 상징적으로 병렬시킨 독특한 개념을 고안하게 되었다.
주로 흑인 저명 인사들의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작업을 하며, 완성된 작품은 벽에 걸리는 대신에 두 덩어리의 코끼리 똥 위에 놓여진다. 얼마 전 영국에서 이 작가에게 터너상을 수여한 것은 이제 똥이 현대미술에서 의미있는 재료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 똥 열풍을 전하는 사이트
김수현의 ‘공화국’ http://my.netian.com/~jshwld/str/str-index.html
톰 윙클러의 플래쉬 애니메이션 사이트 http://www.doodie.com
화장실 포털 사이트 http://www.toilet.co.kr
이색 저금통 사이트 http://www.저금통나라.com

글_박소현 객원기자
 

남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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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오필리
(Chris Ofi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