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일상 Design is Life‘의자’

design is life

당신은 하루에 어는 정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가? 당신이 지난 한 주 동안 앉았던 의자들은 몇 개나 되는가?
또 그 생김새나 쓰임은 얼마나 다양했는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의자에 앉아서 한번 생각해보라.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어떤 이는 기다리기 위해서, 어떤 이는 피로한 다리와 허리를 쉬기 위해서, 또 어떤 이는 함께 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의자에 앉는다. 저마다 다른 사연들을 지닌 사람들이 스쳐지나간 의자. 사람들이 앉을 때마다 그 의자에는 이야기가 쌓여간다.
여기에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금세기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서른 개의 의자들에는 이 세기의 역사가 있다. 입장료 대용으로 사용된 의자에는 술렁임과 기대가 서려있고, 스위스의 한 도시에 등장한 벤치 의자들에선 그 지역의 삶과 문화가 오롯이 읽혀진다. 현실이 아닌 곳에도 의자는 있다. 영화나 문학, 그림 속 의자는 더 풍성하고 심오한 상상들을 펼쳐놓는다.
우리가 생활하는 데에는 많은 물건들이 사용된다. 그것들이 풀어내는 소소로운 수다들이야말로 디자인이 곧 삶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woods
고전적인 가구 소재로 사용되어 온 나무는 기품과 운치, 무게가 느껴지는 재료이다.

하지만 20세기의 나무 의자들은 소재 자체의 특성을 살리기 보다는, 변형하고 가공하여 다른 소재들이 만들어내는 현대적인 형태를 따라가는 데에 힘을 실어 발전해왔다. 라미네이트 가공 혹은 합판 등을 통해 나무의 중량과 딱딱함은 가 벼움과 유연함으로 대치되었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새로운 합성수지의 강한 접착력과 기계에 의한 성형기술의 발달로, 튼튼하면서도 자연스런 모양을 한 나무 의자들이 경제적인 가격에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최근에는 천연 재료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나무를 이용하여 한층 자연 회귀적이고 반 문명적인 느낌이 나는 유머러스한 의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게리 리트벨트 Gerrit Rietveld [지그재그 Zig-Zag], 1934, 나무합판	소리 야나기 Sori Yanagi [나비 Butterfly], 1954, 장미나무합판	오토 와그너 Otto Wagner [시간 Die Zeit ], 1902, 너도밤나무	요세프 호프만 Josef Hoffmann [앉는 기계 Sitting Machine], 1908, 너도밤나무
찰스 & 레이 임즈 Charles & Ray Eames [안락의자 Lounge Chair], 1945, 성형합판	프랭크 게리 Frank O. Gehry [파워플레이 Power Play], 1990, 단풍나무 성형합판

metal
금속으로 된 의자는 과학과 기술 문명과 이에 대한 낙관주의를 상징한다.
전통적인 의자 형태에 가장 먼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1920년대 등장한 강철파이프(tubular steel)의 사용이었다. 덩치가 크고 무거운 의자와 쿠션은 이 금속의 날렵하고 개방된 실루엣으로 대치되면서 현대적인 인테리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일조하였고 모더니즘과 동의어가 되었다.
구리, 놋쇠, 철, 강철, 유리를 대신하여 등장한 알루미늄은 1950년대 들어 싼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데다, 그 가볍고 무른 성질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가지는 소재가 되었다.
나무합판이나 플라스틱, 스테인리스스틸과 함께, 혹은 알루미늄 단독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컬러 산화피막처리(anodized)를 하여 감쪽같이 플라스틱처럼 보이게 하는 알루미늄 의자도 등장하게 되었다. 금속 소재는 플라스틱처럼 공해 물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마크 뉴슨 Marc Newson [록히드 안락의자 Lockheed Lounge ], 1985, 알루미늄시트, 파이버글래스,고무	안드레 뒤브레이유 AndreDubreuil [척추모양 의자 Spine Chair], 1988, 연철	게리 리트벨트 Gerrit Rietveld [안락의자 Armchair], 1942, 알루미늄 시트	론 아라드 Ron Arad [언 컷 Un-cut ], 1997, 산화피막처리한 알루미늄,스테인리스스틸
포레스트 마이어 Forrest Myers [숲 덤불 Thicket], 1988, 산화피막처리한 알루미늄	마르탱 반 세베린 Maarten Van Severen [ 키 낮은 의자 Low Chair], 1993-95, 알루미늄

plastics
20세기에 가장 충격적인 재료는 플라스틱이다. 그 종류만 해도 매우 다양해서 19세기 중반 처음 등장한 순수 플라스틱 외에 베이클라이트나 비닐, 아크릴,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그리고 1945년 후에는 발포 플라스틱, 폴리우레탄, 유리강화 플라스틱 등 그 기능성을 한층 강화시킨 것들이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은 최종적으로는 딱딱한 고체의 형태를 띠지만, 제조 과정에서 유동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자유 자재로 모양을 만들어낸다.
50-70년대에는 단 한번의 주조로, 조립이 필요 없는 한 몸체의 의자를 만들어내었다. 이런 의자들은 주로 모서리가 둥글며 겹겹이 포개어 쌓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다채로운 형태, 발랄한 색상, 가볍고 위생적인 플라스틱은 1970년대 오일 위기와 환경 인식이 대두될 때까지 가장 값싸고 인기있는 소재였다. 다양한 합성물질의 개발과 환경 문제에 대한 대처에 따라 플라스틱은 디자이너에게 계속해서 미학적인 가능성을 제공하는 재료가 될 것이다.

에로 아르니오 Eero Aarnio [파스틸레 혹은 지로 Pastille or Gyro], 1968, 파이버글래스, 폴리에스테르	페르난도 캄파냐와 움베르토 캄파냐 Fernando & Humberto Campana, [버블 랩 Bobble Wrap], 1995, 크롬강,발포비닐	비코 마지스트레티 Vico Magistretti [비카리오(교구목사) Vicario], 1970, 파이버글래스,폴리에스테르	세자르 레오나르디와 프란카 스태지 Cesare Leonardi & Franca Stagi [ CL9 리본 Ribbon], 1961, 크롬강,유리강화폴리에스테르
피에르 쟈코모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Pier Giacomo & Achille Castiglioni, [메짜드로(소작인) Mezzadro], 1957, 플라스틱 외	베르너 팬톤 Verner Panton [모델넘버 Model no.PA100 ], 1960 - 67, 열가소성 플라스틱

textiles
직물로 된 의자는 나무나 금속, 고형의 플라스틱을 뼈대로 삼고 그 위에 섬유를 커버로 씌운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 때 사용되는 섬유도 천연 소재 보다는 주로 강도와 탄성을 가지는 유리섬유나 재생섬유, 합성섬유 등 플라스틱 계열의 섬유를 많이 사용한다.

이들 직물로 된 의자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이 주는 차갑고 현대적인 느낌 대신 따뜻함과 심리적인 편안함을 선사한다.

때로는 대량생산 보다는 수공예에 적합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개방적이며 선적인 모더니즘의 의자들과는 대조적으로 가볍지만 부피감과 덩어리감을 주는 조각 형태, 팝아트와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즐겁고 그로테스크한 형태가 주종을 이룬다.

조지 넬슨 George Nelson [마시맬로 소파 Marshmallow Sofa], 1956, 비닐,라텍스폼,강철파이프	올리비에 모르규 Olivier Mourgue [보울로움 Bouloum], 1968, 강철,파이어글래스,폴리우레탄폼 강철,나일론 저지	파시 콜호넨 Pasi Kolhonen [에어백 Air-bag], 1997, 나일론,폴리에스테르	해리 세즐 Harry Segil [구름마차 Cloud Chaise], 1992, 합성섬유
로베르토 마타 Robert Matta [말리테 Malitte], 1966, 폴리우레탄폼,스트레치울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펠트 Felt], 1986, 울 펠트.폴리에스테르,삼,면.스테인리스스틸

paper, acryl, air etc...
나무, 금속, 플라스틱과 같이 의자의 소재로 흔히 사용되는 재료들이 의자의 기능에 충실하게 발전해온 것에 비해 여기 보여지는 전혀 낯설은 소재들은 디자이너 개인의 관심과 유머, 자유로운 상상력을 원천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물에서 가지고 노는 튜브처럼 생긴 [바람]이나 페세의 공기주입식 의자는 대량생산과 경제성, 공간 효율성, 환경 문제를 고려하며 상상력을 발휘한 것들이고, 반 엘리트적인 역설로 가득한 [얼룩무늬]는 코팅처리를 하여 튼튼하고 탄력있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과연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캄파냐 형제나 쿠라마타, 톰 딕슨의 의자들은 재료를 통해 강한 미학적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페르난도 캄파냐와 움베르토 캄파냐 Fernando & Humberto Campana [카데이라 파페라오 Cadeira Papelao], 1990년대, 골판지,크롬강	톰 딕슨 Tom Dixon [S형 의자 S Chair], 1988, 골풀과 고리버들,연철,라텍스 고무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라 마마 La Mamma], 1969, 폴리우레탄폼,비스코스,나일론,라이크라	시로 구라마타 Shiro Kuramata [미스 블랑슈 Miss Blanche],1988, 아크릴,종이장미,알루미늄
피터 모르도흐 Peter Mordoch [얼룩무늬 Spotty], 1963, 폴리에틸렌 코팅한 종이판지	드 파, 우르비노, 로마찌 De pas, D’urbino, Lomazzi [바람 Blow], 1976, PVC플라스틱

※ 이 기사에 실린 사진의 일부는 아래의 도서에서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 Bangert, Albrecht, Italian Furniture Design,
Bangert Publications, 1988
- Byars, Mel, 50 Chairs: Innovation in Design and Materials
(Prodesign Series), RotoVision
- Hanks, A David and Hoy, Anne and Eidelberg, Martin, Design for Living:
Furniture & Living 1950-2000, Montreal Museum of Decorative Arts, 2000
- Pina, Leslie, Furniture 2000:
Modern Classics and New Designs Production,
A-Schiffer Design Book, 1998
- Soucek King,Carol, Furniture; Architects?and Designers?Originals,
PBC International, Inc., 1994
- Sparke, Penny, A Centry of Design;
Design Pioneers of the 20th Century, Mitchell Beazley, 1998

※ 사진제공
-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Vitra Design Museum
- 캄파냐 스튜디오 Studio Campana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