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Education

울림이 있는 그림책을 꿈꾸는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가 필요하다. 텍스트를 보조하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도 아니고, 사회적 기능을 도외시한 채 예술지상주의로 흐르거나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일러스트레이터도 아니다.
명확한 작가주의 태도를 가지고 시대와 사회의 문화에 주도적이고도 능동적으로 참여해 올바른 문화생산을 이끄는 주체로서의 작가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동영상이나 컴퓨터 그래픽스, 웹 등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기술의 등장 속에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자세와 장르의 정확한 사명을 갖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화가로서의 작가보다 지식인로서의 작가가 더욱 필요하다는 요청에 의해 탄생한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
현재 4기까지 배출하고 5기 수업에 한창이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대안교육으로 서서히 입지를 굳히고 있는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의 권혁수 교장과 스퀘어가든 등의 소모임,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차별화된 학교의 면모를 구석구석 스케치해 보았다

한겨레일러스트레이션 학교란?
전문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이 없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 전문가 양성과정이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전문학교’라는 강의명으로 6개월간의 수업이 진행된다.
지난 99년 3월부터 강좌가 시작되었으며 3월과 9월, 1년에 두 차례 25명씩 수강생을 받는다. 현재 4기까지 1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으며, 현재 5기(25명)가 수업을 받고 있다.

어떻게 참가할 수 있나?
미대 전공자를 포함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격제한 없이 수강자를 받고 있지만 입학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먼저 1,2기 졸업생을 배출한 후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전문성과 작가의식 영역에서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학교 졸업생’이라는 경력이 꽤 중요해지면서 수강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학교인 만큼 정원수를 늘리기보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강자 기준을 강화시켰다.
그렇다고 꼭 미대 전공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미 수준 이상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려는 수강자들에게는 별로 적합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포트폴리오 심사는 현재 2.5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학비는 얼마지?
이론과 방법론을 중심으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필요한 지식과 교양, 원리와 문법을 학습하는 A강좌와 실습과 창작과정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제작하는 B강좌로 나눠 주 2회씩 강좌가 짜여져 있고 학비는 6개월간 100만 원이다.

어떻게 공부하나?
단지 무엇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공동체라는 명칭에 걸맞게 프로그램은 구성되어 있다. 수강생과 교사, 졸업생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과제를 나누고 작업을 격려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교 공동체가 결성되어 있다.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학생들은 작품을 내고 리포터를 제출하는 방식보다는 ‘자신만의 소재 찾기’에 골몰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삶 속에 간직해온 개별 관심사를 전개해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시각화 하는 훈련을 거친다.
이런 독특한 수업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고, 문화생산에 참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결과물로 완성되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지닌 그림책 한 권이다. 마지막으로 원화를 전시하고 평가하는 ‘졸업생 동인전’으로 끝을 맺는다.

누가 가르치나?
담당교수 세 명과 지도강사들이 필요에 따라 수업에 배치되어 있다.
담당 교수는 곽영권(일러스트레이터 / 서울시립대 교수), 권혁수(디자인 플래너 / 경원대 겸임교수), 이성표(일러스트레이터 / 홍익대 겸임교수)이며, 지도강사는 이억배, 이혜리, 이혜원(이상 일러스트레이터), 김중철(그림동화 기획작가) 등이다. 외에도 특강을 통해 그림책 전문 작가들의 강의와 창작론을 듣는 수업도 마련되어 있다.

그후 그들은 어떻게 - 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소모임 탐방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조금씩 내고 있는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 졸업생들. 하지만 아직은 작업중이다.
학교에서 작가로서의 마인드와 소양을 익힌 120여 명의 졸업생들은 현재 자기 정체성을 찾으며 개인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학교 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진 소모임은 작가로서의 길을 걷는 그들에게 여전히 투영의 거울이자 잣대로서의 역할을 하는 준거집단이 되고 있다. 소모임이 진행되고 있는 작업실에 밤늦게 찾아간 그날도 주경야독의 피로함은 뒤로 한 채 작가의지를 서로 다지고 있었다.

■ 졸업 후에 더욱 진지해진 예비 작가들
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신촌 작업실의 불은 환하다. 네 명의 여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 1,2기 졸업생 중 우연히 결성된 ‘스퀘어’ 모임의 사람들이다. 스퀘어는 이들 소모임의 이름이다. 네 명이 회원이므로 네 꼭지점을 잇는 사각형과 그밖에도 광장의 이미지, 시끌벅적한 장터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서 이름을 만들었다.
이들 소모임을 굳이 경계지어 말하자면 학교 내의 비주류다. 비주류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그림 그리는 학교다보니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주류일테고 그런 의미에서 비주류라 스스로들 부른다. 미대 전공자가 한 명도 없는 것도 비주류의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철학과, 심리학과, 생물학과, 교육대학 출신까지 그림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취미로만 지니고 있던 그림을 업으로 삼겠다고 모인 것은 “일러스트레이션이 단지 기능적인 조형물만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과 욕구를 튼실히 표현해내야 한다”는 학교의 교육방침에 고무되었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그림 그리는 일은 기본이다.
스스로들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수준에는 이미 올라서 있다. 그럼에도 그림 그리는 일이 전공자만큼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물은 더디 낸다.
따라서 모이면 죽자고 그림 그리는 것도 이 모임의 특성이다.

네 명의 관심사는 모두 다르다. 기본 관심은 어린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이지만 카툰이나 성인물에도 접근해보고 싶다.
그러나 관심사에 매이지는 않는다. 죽이 맞은 어떤 날은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도 그려보고, 서로가 서로를 그려주기도 한다.
그밖에 일주일에 한번 작가연구를 한다. 텍스트는 손에 잡히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정한다.
“한 작가가 출판한 한 권의 그림책이 출판 연도에 따라 조금씩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혹은 한 작가가 출간한 여러 권의 그림책들을 모아 경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자”라고 누군가 제안한다. 다들 재미있겠다며 동의한다.

■ 스퀘어의 네 꼭지점
그 와중에도 목탄을 쥐고 쉴새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가 있다.
말하면서도 연신 손을 움직여대며 스케치를 하는 그녀는 2기 졸업생 김용연(26세) 씨. 초등학교 교사다. 손재주가 기가 막힌 그녀는 학교에서 ‘작가로서의 마인드’를 배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한다.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막연한 관심만을 가지고 있다가 수업을 받고 자신감을 얻은 것도 그녀 인생의 수확이다.
하지만 창의력이 톡톡 튀는 그녀만의 그림을 아직 대중 앞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력이 없어서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일터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아이들 그림에 자신들의 생각을 담아내도록 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

북디자이너로 일하는 박정은(31세) 씨도 스퀘어 멤버이면서 1기 졸업생이다.
고단한 직장일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맘껏 그려대지 못하지만 가끔 자기 작품을 ‘말로 우겨서 책 표지로 사용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녀는 ‘단지 손재주꾼이 아니라 기획까지를 통틀은 작가주의를 표방한다.’ 하지만 아직 마음 먹은대로 손이 잘 따라가주지 않아 늘 꿈만 꾼단다.
대학 때 만화 동아리에 몸담았던 이승민(26세) 씨는 ‘아는 선배가 취미로 다니자고 해서 문화센터를 찾았다’가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 입학했다.
문화센터를 찾던 날 ‘생각한 것을 자기방식대로 표현하자’는 문구를 보고 선뜻 수강신청을 했다는데 그 평범한 구호가 가슴을 파고 든 것은 아마도 자기방식대로 표현하고픈 열렬한 욕구가 있었던 듯 싶다.
그래서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길을 찾기 위해 애썼다. 여성지와 웹진의 삽화를 그리면서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밝혀둘 일이 또 한 가지 있다. 인형 만드는 일. 그녀는 손수 디자인하고 오리고 꿰매어서 ‘갖고 싶은 나만의 인형’을 제작하는 밤 취미를 즐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람은 김혜진(37세) 씨.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애까지 딸린 주부이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실력가이다. 그림을 하고 싶었지만 경제적 이유 때문에 나이 서른 셋이 넘어 비로소 원하던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그녀는 스스로를 기본기가 없는 사람으로 칭한다. 그래서 말 그대로 닥치는대로 그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스퀘어의 최고령자답게 필요한 정보들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선배다. 모임 중 유일하게 그림으로 생활이 보장받는 사람이기도 한다.
주로 학습지 삽화와 단행본 삽화를 그리지만 언젠가는 ‘세대를 뛰어넘는 내 그림책을 만들겠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스퀘어. 아직 내노라 할 만한 작품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좋은 그림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끝이 없다. 작업을 위한 정보들을 구하기 위해 잰걸음을 옮기는 이들은 어떻게, 어떤 영역에서 정보들을 찾을까?
뭐니뭐니 해도 서점은 정보의 창고다. 특히 교보 외국서적관은 질리지 않게 좋은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외국서적관 순례가 끝나면 국내 단행물 코너로 발걸음을 옮겨 몇 시간이고 죽친다.
그 다음의 보물창고는 헌책방이다. 책값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빛 바랜 책 속에서 빛 바랜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잡지 또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꼭 들르는 정거장 같은 것이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그림책 정보지 [모에]의 신간 안내를 꼼꼼하게 읽은 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한다.
신문에 나오는 그림책 정보들은 스크랩해두기도 하고, 중요한 책은 부러 사모은다. 그림책 이론서나 작가 연구서들은 국내에 풍성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사모아야 한다. 그밖에 영화보기나 연극보기를 통해 다양한 장르체험을 한다.
특히 외국에서 수상한 적이 있는 ‘예술영화’나 애니메이션은 꼭꼭 씹어 먹는 영양제다. 95년 이후 선보였던 가족영화제는 좋은 장이었다. 다큐나 인권, 여성영화제 등 작은 영화제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다양한 형식의 연극무대를 체험하는 것도 정보찾기의 일환이다.
무진장 노력하지만 더디가는 그들. 하지만 제도권 교육을 받은 이들보다 정직하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업들을 마음 바쳐 해내고 있다.


■ 별안소와 그외 모임들
스퀘어에 비해 그림을 부러우리만치 잘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면 ‘별안소‘이다.
‘별로 안소홀한 소모임’이 되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는 이들은 스퀘어에 비교한다면 학교 안의 주류다. 성과물도 빠르다.
역시 1,2기 졸업생들로 구성되었고 다들 미대 전공자다. 스스로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실제로 아마추어가 아니기도 하다.
그만큼 기본 실력을 탄탄히 갖춘 사람들로서 이들이야말로 학교의 수업에서 그림보다 ‘진정한 일러스트레이터 되는 길’에 대해 더 많이 마음을 쏟았을 것이다.
별안소는 그래서 그림은 개인적 작업으로 돌리고 모임에서는 연구에 치중한다. 국내외 자료를 찾아 돌려 읽고 토론한다. 이중에는 보림출판사 어린이책 공모대전에서 수상한 사람도 있고, 현재 출판사에서 의뢰받아 작업중인 사람들도 있다. 올 연말 쯤에는 별안소 구성원들의 책이 어린이 책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 한다.
신선한 감각과 올곧은 어린이 책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잔뜩 묻어나오기를 기대해본다.

1,2기 졸업생들이 섞여 구성된 소모임이 스퀘어와 별안소 라면 3기부터는 기수별로 모임을 가지며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그저 친분에만 머물지 않도록 연구모임은 인원을 고정시키고, 주제그림 그리기 모임은 기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1,2기보다는 훨씬 개방적인 형태의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지만 학교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이므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서로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끈끈한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반장 안은영 씨의 설명이다.
사실 3기는 공부한 내용을 일로 연결시키는 측면에서는 행운아들이었다. 목마르게 기다려왔던 체계적인 학습을 학교가 채워주고 이 토양에서 자신의 성과물들과 싸운 기수가 1,2기였다면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3기에서는 성과물들이 대외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3기 전시회부터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대거 참관해 전시회를 둘러보고 자신들의 기획과 맞는 작가들을 발굴해내려 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그림책 분야에서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의 입지가 상당히 넓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역시 4기도 기수별 모임으로 그림과 책의 갈증을 채워나가고 있으며, 현재는 5기 졸업생들의 전시회를 남겨두고 있다.

소모임의 구성원이든 개인적인 작업을 하든 이들은 학교를 거치면서 ‘한 수 배웠다’는 개인적 자족으로 끝나지 않고 여전히 성과물 내기에 분투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시적인 성과물이란 자신의 이름을 단 그림책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돈 되는 책, 팔리는 책 대신 좋은 의도로 그려진 뛰어난 작품을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로서도 활력이 되는 일일 것이다. 작가 기근에 걸려 있던 국내 창작 그림책계에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신선한 젊은 기운을 확산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엄청난 에너지가 올 연말부터 슬슬 출판시장에 나온다고 하니 독자들로서는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난다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 어린이책 전문 비평서 [꿀밤나무]
1999년 1월에 첫호를 발행한 어린이책 전문 비평서인 [꿀밤나무](편집장 허은미)는 편집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글작가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곳에 모아놓은 동인 무크지이다.
실무에 종사하고 있는 기획위원(문승연, 엄혜숙, 허은미, 이은영, 신순재, 이형진)들에 의해 간행되는 이 책의 독자들은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로 한정짓고 있다. 일반 독자들이 그림책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정보와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다르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제작자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그림책의 방향성 등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겪게 되는 출판의 현실과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프로세스를 이야기하면서 일하는 사람들간의 공감대를 서로 펼쳐보이고 있다.

▶ 한겨례 일러스트레이션 학교 학생들이 추천하는 사이트

http://www.illust.net/
일러스트레이터이며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진목 씨의 개인 홈페이지. 작품 갤러리에 들어가면 일러스트레이션, 카툰, 포스터, 북커버, 오브제 등의 작품이 올려 있다.
그밖에 사진작품과 사진 촬영법 강좌, 사진 촬영회 등이 안내되어 있다. http://www.fishlab.com/
[Living Room] 잡지에 일러스트레이션을 많이 그리고 있는 작가. 첫 화면부터 심상치 않다. 화면 전체에 그림을 그려놓고 눈과 손가락 끝, 입술 등 번쩍이는 곳을 클릭하면 메뉴로 들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이용한 그림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이트다.

http://www.liquidbrain.co.kr/
유수의 국제 필름페스티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리퀴드 브레인(Liquid Brain) 사의 사이트.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감상할 수 있으며, 갤러리 코너에서 스팟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 영감이 절로 생길 듯.

http://www.slackart.com/
과장된 표정의 캐릭터들이 재미있다. 동물이나 도둑, 레슬러 등이 만들어내는 코믹하고 애처로운 황들. 그림의 컬러가 세련됐다.

http://www.blasutta.com/
[뉴욕타임스] [에스콰이어], GAP, 마이크로 소프트, 디즈니 등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Mary Lynn Blasutta의 개인 홈페이지. 오브제와 인물, 개 등을 자주 그리는 그의 그림은 선을 강하게 사용하면서도 적절한 컬러와 여성적인 섬세함이 돋보인다.

http://www.claytonbrothers.com/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아트센터를 졸업한 Clayton Brothers의 개인 사이트. 커머셜과 파인 아트 두 영역 모두에서 작업하는 독특한 그림 세계를 만날 수 있다. http://illustkorea.co.kr/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11명의 작가 홈페이지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사이트. 특성이 모두 다른 한 명 한 명의 사이트를 드나들며 그림을 감상하는 맛이 꽤 재미있다.

http://www.cafelana.com/
수채화와 에세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생활속에서 느끼는 잔잔한 느낌과 생각이 주인공 라나를 통해 따뜻하게 보여준다.

글.권영미(자유기고가)

“시대를 껴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필요하다”

학교가 생기게 된 취지부터 말해야 옳을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 학교는 장르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되었다.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를 생각해 보자. 일러스트레이션은 전문가의 영역이면서도 형식적으로 철저히 사회화 되어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신문, 잡지, 광고, 육아 관련책, 그림책, 웹사이트 등등의 매체 속에는 어떤 형태로든 그림이 참여한다. 글의 해석을 돕기 위해서든 혹은 그림 자체로 존재하든 하나의 부분으로 매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그림들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작가가 생산해내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그것은 공개를 전제로 결합되어 있다. 만일 이 그림들이 전시회에 걸리는 것이라면 전시회를 관람하는 관람객 개개인의 결정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매체와 결합하고 있는 한은 어떤 형태로든 독자의 사유체계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진 사회적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 글보다 쉽고, 시각적이기 때문에 사회화 기능은 더욱 두드러진다고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러스트레이션의 사회적 기능은 중요해진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은 교육의 기능, 정보의 기능, 안내의 기능 선동의 기능 등 조형적 형태의 가치를 넘어서는 사회적 가치 그 자체 속에 그림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예술로서의 참과 거짓보다 사회적 가치의 참과 거짓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일러스트레이션 장르는 일반적인 미술영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매체를 타기 때문에 쉽게 유명해지는, 또 주목된다는 효과에만 연연했었지 정작 사회적 의미나 역할 문제는 간과하고 있었다.
혹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작가 개인의 몫으로, 또 발현의 수단으로 치부되어 왔다. 때문에 작가는 사회적 가치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게 되고, 엉겁결에 받아들인 독자는 그것을 해석해내기보다 수용자로서의 존재밖에 되지 못하였다.
때문에 이 장르는 동영상이나 컴퓨터 그래픽 등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독자를 잃고 휘청거리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고 해도 컴퓨터와 경쟁할 수는 없다.
또 굳이 경쟁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하지만 첨단기술들이 가치의 문제까지 대처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가 놓치지 않고 가야 할 부분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나는 ‘삽화정신’을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삽화라는 것은 글이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고,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서 글 내용 전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형적이면서 시각화된 언어로서의 기능이 더 부각된다. 장르의 정확한 사명을 갖게 하는 것,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사명을 갖게 하는 것이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의 지향성이다.
다른 말로 하면 화가로서의 작가보다 지식인으로서의 작가를 배출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정도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한 가지는 기간상의 문제인데 일러스트레이션의 마인드 구축과 작업이 함께 병행하기 위한 최소한 시간조차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6개월 동안 주 2회 수업으로는 그걸 다 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그러한 태도로 꾸준히 작가연구를 해낼 수 있는 기간도 부족하다.
실기를 직접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보통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로 토론하는 방식이지만 직접 실기지도까지 받게 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우리 학교가 마치 서론과 결론만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내년 쯤에는 한 10개월 과정으로 확대할 계획도 검토중이다.

인터뷰 _ 권혁수(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 교장)
 

김혜진(2기), [의자 이야기]
2000년 보림 공모전에 출품했던 이 작품은 복잡한 방 안에 자리만 차지하던 작은 의자에 대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해준다.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필요한 정보들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선배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용연(2기), [소파 다리로 감기]
수업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마인드’를 배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하는 그의 그림은 유머와 여유가 한껏 묻어난다.


박정은(1기), 습작, 기획부터 편집, 일러스트레이션, 북디자인까지 총괄적으로 작업하는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박정은 씨는 현재 북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민(1기), [원숭이 바나나]
‘생각한 것을 자기 방식대로 표현하자’는 학교의 교육 방침에 고무되어 입학한 이승민 씨는 여성지와 웹진의 삽화를 그리며 ‘자기방식’을 찾고 있다.

별안소

한수임(2기), [숲 속으로]
글 없는 그림책을 내세운 이 작품은 목탄과 연필을 사용하여 수묵화의 느낌을 한껏 살렸다. 나무들이 우거진 산을 ‘무섭고, 죽어서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거대하면서도 조용한, 숲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지선(2기), [슬픈 꿈 꾸지 말고]
엄마의 갑작스런 부재에 대해 느끼는 아이의 불안함과 공허함이 끝내는 기다림으로 변화하는 감정을 그렸다. 과슈, 수채화, 잉크를 사용하여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을 그려냈다


이혜원(1기), [장터 구경]
연필로 그린 뎃생력과 채색의 표현이 뛰어나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장터구경]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책이 출판될 예정이다.

이수진(4기), [넌 이상해]. 다수의 집단이 소수의 존재를 거부하고 소외시키는 상황을 풍자와 해학을 담아 그림책 에세이로 풀어냈다.


이은화(4기), [피아노는 치기 싫어]. 내지와 표지.
어린 시절 피아노에 대한 무겁고 부담스러웠던 경험을 그린 그림책. 겉표지는 피아노 건반을, 케이스는 마치 피아노의 뚜껑을 들어 올린 모양으로 만들어 진짜 피아노처럼 보인다. 졸업 전시회를 위해 만든 이 더미북은 아트북의 개념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