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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 시 거리에 벤치사냥이 벌어졌다. 시내 곳곳에 예술가, 디자이너, 실내장식가 등에 의해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꾸며진 1,075개의 ‘벤치아트’를 보기 위해서이다.
이 행사는 취리히 시의 상인연합인 ‘시티 페어아이니궁
City Vereinigung’(이하 상인연합)에서 주최하는 거리 이벤트로 1994년 취리히 시 상징 동물인 ‘사자’와
1998년 ‘젖소‘에 이어 올해는 거리 벤치를 주제로 삼아 그 이미지, 아이러니, 위트, 형태 등에 대해 표현한 것들을
거리에 모아 전시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상인연합에서는 A,B,C,D 로 구분되는 4가지 기본 벤치모델을 설정하였는데, 가장 기본형인 A형은
길이 200cm, 폭 55cm, 높이 45cm의 직육면체 모양이며 B와 C형은 A형에 각각 90cm 또는 130cm
높이의 등받이가 첨부된 것이다. D형은 A형 모델을 가문비나무 원목으로 만들었다.
이 4가지 기본형을 가지고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나름대로 벤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이렇게 모아진 의자들을 보면,
단순한 의자 표면 장식만을 한 것에서부터 갖가지 물건이나 사람의 조각을 덧붙인 것, 벤치(독일어로 벤치는 ‘Bank’라고
쓴다)라는 글자나 의미, 이미지를 이용한 것, 앉으라고 있는 의자의 본성을 부인하고 앉지 못하게 만든 것, 벤치의
기본 형태를 해체시킨 조각품 등 그 표현 범위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이 다양함에 더하여 눈길을 끄는 것은 행사의 운영이다.
주최측인 시 상인연합에서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1천-1천3백 스위스 프랑(약 75만원-100만원선) 가격의 벤치를 사서, 직접 또는 자신이
지정하는 예술가나 디자이너에 위탁하여 벤치를 꾸밀 수 있게 한 것이다.
1천 프랑의 의자 가격에는 의자의 나무 모델
뿐만 아니라, 의자가 놓여지는 받침대, 운반비 및 거리 설치비, 벤치 안내판 제작비, 행사기간 동안의 관리 및 청소비,
하자 보수비, 보험료, 안내책자 및 홍보물 발행비, 행사진행위 업무비, 거리 설치물 허가에 관한 각종 서류준비비,
중앙창고 사용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예술가들 수고비와 의자꾸미기에 들어가는 재료비는 별도로 들어간다.
기꺼이 돈을 지불한 벤치 주인들이 자신을 위한 직접적인 광고를 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상점의 특징을 작업 주제로
이용하거나 안내판에 벤치주인의 이름을 표기하는 간접적인 광고는 가능하다.
은행이나 백화점 같이 큰 규모의 업체들은
메인스폰서나 부스폰서로 참여하여, 광고효과를 얻기도 한다.
이번 행사의 경우 메인스폰서로 참여한 USB은행은 50개의
의자를 주문, 3개월의 행사기간 동안 시내 곳곳에 은행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1997년부터 기획된 이번 ‘벤치아트’ 행사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벤치의 재료로 사용된 나무들이다.
지난 1999년
크리스마스 무렵 유럽중앙을 휩쓴 폭풍 ‘로타’에 쓰러지고 부러진 나무들이기 때문이다.
이 ‘벤치아트’ 거리 이벤트는
이처럼 뜻하지 않았던 자연재해의 피해를 현명하게 이용한 지혜로운 행사 기획, 재정, 조직, 운영, 융통성의 산물이다.
참고로 1998년 ‘젖소‘ 행사 때에는 이 젖소들을 보기 위해 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취리히 시를 찾았다고 하는데, 행사측에서는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관광객을 예상하고 있다.
행사 운영위인 시 상인연합은 이번 행사가 끝나면, 전시된 벤치의 일부를 경매를 통해 낙찰하여 그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이웃
돕기 기금으로 낼 예정이라고 한다.
취리히 시내 거리 곳곳에 세워진 많은 벤치들 만큼이나 기획력이 돋보이는 행사이다.
http://www.benchart.com
글,사진_박소영 (본지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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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사람 _ Esser
뫼벤픽(M쉡enpick)식당 앞에 세워진 벤치
작가: 슈토네 만(Stoneman)
벤치주인: 뫼벤픽
문학 2 _ Literarur 2
작가: 하리 슈나이더(Harry Schneider)
벤치주인: 오렐 퓨슬리 서적
(Orell Fussli Buchhandlung)
퀴담 _ Quidam
작가: 아로마 프로덕션(Aroma Productions AG)
벤치주인: 소레일 서커스
(Cirque du soleil)
로타를 위하여 _ For Lottar
폭풍 ‘로타’에 쓰러 넘어져 벤치 재료로 사용된 나무들에 헌정한 벤치
작가: 데코 팀(Deko Team)
벤치주인: 모디사(Modissa)
실패작 _ Misslungen
작가: 슈토네 만
벤치주인: VBZ
뱅커(의자주인) _ The Banker
작가: 레나테(Renate)
벤치주인: 지텐슈푸어(Sittenspu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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