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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디자인했을까? 투명한 사면체의 추억, 삼각포리 커피우유 학창시절. 때르르릉, 마침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매점으로 쪼르라니 달려간다. 우동이며, 라면, 오뎅을 단숨에 헤치우고 다시 계산대 앞을 기웃거린다. 종이 칠세라 냅다 교실까지 뛰어갈 각오를 하면서 미소를 띠고 마지막으로 꼭 고르는 게 있다. 앞으로 보거나 뒤로 보거나 다시 돌려봐도 언제나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투명한 용기에 담긴 커피우유. 꼭지점 부근을 살짝 가위로 오려내거나 빨대 끝에 기를 모아 푹 구멍을 내면 달짝지근한 커피맛의 시원한 우유가 빨대를 타고 지루한 수학시간도 너끈했다. | 냄비에서 맥주병, 그리고 테트라팩으로 이른바 ‘삼각포리 커피우유’로 불리는 이 제품은 지금도 서울우유가 1972년에 처음 출시했던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판매되고 있다. 다 먹고 난 병의 회수가 여의치 않은 학교 급식에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일까. 요즈음에도 학생, 특히 중고등학교 여학생과 여대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쌉쌀한 커피 맛과 함께 하는 단맛, 아직은 커피를 먹으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는 통쾌함, 그러면서도 커피라기보다는 우유인 이 제품이 주는 안심과 부드러움이 이 커피우유의 장수 비결이다. 하지만 같은 커피우유라도 종이팩에 들어있는 것보다 이 삼각포리 커피우유를 선호하는 걸 보면, 역시 이 우유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독특한 패키지 덕분이라는 게 서울우유 손경식 디자인 실장의 설명이다. “남성들보다 맛에 민감한 여성들이 많이 찾지요. 종이팩에 담긴 우유에는 펄프 냄새가 나지만 이 패키지에 담긴 우유는 맛이 깔끔합니다. 또 내용물이 보이는데다, 차가운 음료의 느낌을 주고, 뭐니뭐니해도 가볍고 모양이 독특하잖아요?” 이 정사면체 모양의 삼각포리 패키지는 1972년에 일본 이즈미사(社)의 지로팩(Jiro pack) 충전기의 도입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충전기의 이름을 따서 ‘지로팩’이라고 명한 이 패키지는 0.15mm 두께의 폴리에틸렌 필름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출간된 [골판지-지기 이야기](김청, 포장산업)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우유가 처음으로 판매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우유는 냄비나 주석통에 담아 유통되었다. 1937년 서울우유의 전신인 경성우유협동조합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우유 처리시설도 들어서고, 일본에서 병을 수입, 제품다운 모양새를 갖춰 판매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수요가 늘고, 병의 회수가 힘들었던 시절에는 미군용 휘발유통이나 맥주병을 이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직접 병을 생산하여 사용한 것은 위생관념이 생기는 1960년대 초반에 들면서이다. 그러다가 생산비도 적게 들고 위생적이며 가볍고 회수할 필요가 없는 이 지로팩이 등장했는데, 당시로선 가히 혁신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우유포장의 혁신은 이즈미사의 지로팩이 아니라 ‘테트라팩(Tetra Pak)’에서 비롯되었다. 지로팩은 소재를 폴리에틸렌으로 달리 했을 뿐, 공정이나 사면체 형태는 테트라팩사(社)의 ‘테트라클래식(Tetra Classic)’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 왜 사면체인가 테트라팩은 1952년, 테트라팩사의 설립자 루벤 라우징(Ruben Rausing) 박사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획기적인 포장 기술이자 패키지의 이름이다. 우유는 모든 영양소가 고르게 함유되어 있지만, 유통과정에서 냉장보관 등의 주의를 조금만 소흘히 해도 미생물의 번식 등으로 변질의 우려가 높은 식품이다. 라우징 박사는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한 최고로 위생적인 우유 패키지를 고민하였고 그 결과 ‘사면체’의 형태에 기초를 둔 원리를 고안하였다.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한 테트라팩 원리는 우선 플라스틱을 입힌 종이 두루마리가 기계를 통과하면서 튜브 모양으로 성형이 되고 그 종이 튜브 속에 음료물이 채워짐과 동시에 밀폐, 접착이 되는데, 접착 방향에 의해 사면체의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연속적인 기계의 작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이물질이 들어갈 염려가 없어 매우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소비자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각포리 커피우유 생산 당시 서울우유에서는 테트라팩과 지로팩을 놓고 고민하던 중, 재료 생산이 가능했던 지로팩을 택했다. 흥미로운 것은 서울우유보다 한발 앞서 1971년 남양유업에서 이 ‘삼각포리’와 같은 형태인 테트라클래식 패키지의 우유제품을 생산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상품은 곧 생산이 중단되었다. 서울우유 또한 삼각포리 흰 우유를 80년대 후반까지 판매했지만 이 또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일본에서도 더 이상 지로팩 상품을 볼 수 없다. 물론 유럽에서는 여전히 테트라클래식이 꾸준히, 다양한 용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테트라클래식의 아류 즈음 되는 지로팩은 ‘삼각포리’라는 이름으로 한국화되고 독립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한물 간듯한 패키지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과 다방 커피를 차게 식혀 우유를 부은 듯한 그 맛의 기막힌 어울림에다, 학창시절의 향수까지 담아내며 수줍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내용물과 패키지 사이의 조화 뿐만 아니라 상품이 소비되는 맥락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디자인의 정체성을 형성함이란 이런 것이 아닐지. 테트라팩사는 테트라팩사는 세계 각처에 78개 지사와 66개의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는 스웨덴의 세계적 패키지 회사이다. 1951년 설립된 테트라팩사는 테트라클래식의 독창적인 포장시스템을 비롯, 계속적인 연구로 테트라 무균팩(Tetra Aseptic Pak)을 발명하여 액체식품의 유통에 커다란 혁명을 이루어 왔다. 무균시스템은 제품에 고온의 열을 가해 멸균한 후 상온으로 식혀 수 초 안에 밀봉하는 것으로, 이 과정을 통해서 모든 미생물이 제거되는 가장 위생적인 포장 기술이다. 짧은 시간에 처리됨으로써 전통적인 저온살균이나 캔 저장방식에 비해 영양소의 파괴와 맛의 변질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으로 우유, 두유, 쥬스 등 상하기 쉬운 음료 식품들을 냉장보관 없이 6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테트라팩은 가장 먼저 만들어진 테트라클래식 외에 육면체 모양의 테트라브릭(Tetra Brik), 패키지 상단이 박공형태인 테트라렉스(Tetra Rex), 닫고 열기 편리한 테트라톱(Tetra Top), 테트라프리즈마(Prisma), 웨지(Wedge), 피노(Fino) 등의 모델을 생산한다. 각각의 모델들은 내용물의 특성에 따라 우유, 미네럴 워터, 알콜은 물론 최근에는 두부나 사골국 등의 패키지로도 사용되고 있다. 테트라팩은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유리병이나 스틸 캔(steel can)에 비해 50%나 원가가 저렴해서 유리병을 거의 완전히 대치하며 음료용 패키지의 대명사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 테트라팩과 환경문제 종이팩에서 PET 병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 다양한 모델의 테트라팩 패키지가 매일 2억 개씩 150개 나라에 공급되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각종 음료들의 상당수도 테트라팩을 사용한 것들이다. 편리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엄청난 쓰레기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테트라팩은 75%의 종이, 20%의 폴리에틸렌, 5%의 알루미늄 호일로 만들어집니다. 원료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종이는 북유럽의 숲에서 공급되는 펄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숲의 나무는 베어지는 양보다 새로 심는 양이 더 많지요. 또한 테트라팩 제품들은 최소의 에너지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매입에도 최소한의 공간으로 충분합니다. 게다가 병제품의 경우 포장의 무게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데 비해 테트라팩 사용 제품은 5%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운송회수가 줄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감소됩니다. 그만큼 병제품에 비해 환경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씨안 클링스포(Ossian Clingspor) 한국 테트라팩 사장은 말한다. 그의 설명은 테트라팩이 패키지회사의 선두주자로서 그들이 제품과 제작공정으로 인한 환경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과 전략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들려주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각종 포장용기들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들은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테트라팩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테트라팩은 전혀 재활용되지 않으며, 녹색소비자연대 등 환경 및 소비자 단체에서는 우유병살리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객관적인 연구와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이 좀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Tetra Brik

루벤라우징 서울우유 삼각포리 커피우유의 패키지는 5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된 테트라팩사의 테트라클래식이 변형된 것이지만, 내용물과의 조화 뿐 아니라 상품의 소비되는 맥락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디자인의 예이다.     Tetra Classic

Tetra Prisma     Tetra Rex

글_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