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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 일상과 미디어 리터러시

시대읽기일상과 미디어 리터러시 - n.TOP과 매직n의 광고 
한때 지하철 5호선과 6호선 광고면이 암호 같은 광고로 도배된 적이 있다.
광고주는 LG, 지하철 내부는 온통 ‘디지털 세상’을 열어 간다는 LG 광고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 광고에서 중장년층이 알아볼 수 있는 기호는 LG 로고 말고는 없었다.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친근한 내용이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광고였다.
광고가 이모티콘(emoticon)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던 탓이다. 이모티콘은 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로 키보드의 기호, 숫자, 알파벳 등을 적절하게 배합해 주로 얼굴표정을 닮게 만든 그림문자,스마일리(Smiley) 라고도 한다.

| 모바일 네트워크와 신세대
버스 안이나 강의실, 도서관, 극장 등 어디에서나 핸드폰을 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젊은이들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각종 약어와 발랄한 이모티콘을 날리고 있는 이들에게 휴대폰은 그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필수품이다.
신세대들에게 있어 이동통신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휴대전화는 그들의 존재증명이며 그들의 아이덴티티다. 언제 어디에 있든지 그들의 존재는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한다.
그야말로 벨이 울리면 ‘드라마’가 시작되고, 벨이 울리지 않으면 세상에서 소외된 듯한 외로움에 떤다. 이들에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이끼 낀 금석문이다.

신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것은 ‘모바일 네트워크’다. 휴대전화로 채팅을 하고, 게임을 즐기며, 주식을 사고 판다.
인터넷 세상도 항해하고, 핸드폰 화면 속에 홈페이지까지 만든다.
그야말로 ‘내손 안의 작은 세상’이라는 모회사의 슬로건이 명실상부한 세상이다. IMT 2000, PDA 등 각종 네트워크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생활 속의 기술’로 자리잡았다.
이런 달라진 환경을 잘 보여주는 광고가 n.TOP과 매직n의 CF 시리즈다.

엔탑의 최근 광고는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유머광고다. 영화 주인공인 유오성과 장동건이 비장한 표정으로 ‘나는 지는 건 몬 참는다’고 하면서 휴대폰으로 게임하는 광고다.
이 광고에 묻혀버린 이전의 이은경, 장동건의 광고도 흥미롭다. 차안에서, 방안에서 각각 무료해 몸을 비틀던 이들이 휴대폰으로 엔탑을 하는 장면. ‘나는 TTL이다. 난 엔탑을 한다’라고 선언한다.
매직n은 멀티 스팟 형식의 광고 3편을 내보내고 있다. 저속 콤마 촬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 광고는 극도로 절제된 세트 안에서 모델과 TV, 신문, PC만을 보여준다. 게스트로 달마시안 종 개 한 마리도 등장한다.
TV와 신문, PC가 원빈을 향해 요동을 치지만 모델 원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에 빠져 있다.
그러다가 문득 미안한 듯 미소를 짓고 TV, PC, 신문을 향해 ‘죄송합니다’ 하며 꾸벅 절을 한다.

이 두 광고는 무선인터넷, 손 안의 이동전화만 있으면 TV, 신문, PC 등 다른 매체가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선인터넷만 있으면 얼마든지 세상과 소통하고, 모든 정보와 오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n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대중매체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라는 돈 탭스콥의 말 그대로다.

|| 디지털 리터러시와 돼지털
그런가하면 엔탑이나 매직n 광고와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 광고도 있다. LG IMT-2000의 CF가 그것이다.
광고에서는 퇴근길의 남편이 어물전에 들러 핸드폰의 카메라를 이용해 집에 있는 아내에게 생선을 고르게 한다. 신기한 듯 그게 뭐냐고 묻는 생선가게 아주머니의 질문에 “디지털 세상이잖아요?”라고 대답하자 아주머니는 “돼지털?” 하고 되묻는다.

‘디지털’을 ‘돼지털’로 희화하는 이 촌극은 디지털에 대한 무지나 거부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에 대한 친근함과 만만함을 조성한다.
그러나 이모티콘을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모르듯이, 디지털도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채로 세상이 변해간다. 이것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의 특성이다.
경제학자이자 유행분석가인 다비트 보스하르트(David Bosshart)에 의하면 현시대는 소비자 독해력(consumer literacy)과 미디어 독해력이 필수적인 사회다. 소비자 독해력이란 소비의 다양한 현상체계 속에서 소비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 소비가 보내는 메시지, 상징성, 기호를 읽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미디어 독해력이란 일상을 뚫고 들어오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그것의 상징성 그리고 메시지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매체가 생활을 바꾸는 시기에 살고 있다. 이동통신과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이들 매체가 개인주의 사회의 단면을 부각하고 우리 언어습관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핸드폰 문화의 개인주의와 부박함만을 강조하기에 이미 그것은 너무나 긴밀한 우리의 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매체환경이 그러하다면 그 리터러시를 습득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편이 폐해를 막는 방법이다.
‘디지털 집사가 당신을 돕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네그로폰테의 말처럼 컴퓨터와 디지털의 진화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좀더 편리한 인터페이스의 추구가 아닌가.

글_마정미 (광고 평론가, 동명정보대 겸임교수)
마정미는 동명정보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평론가, 광고평론가로 활동하면서 [한겨레 21]과 [출판 저널] 등에 기고하고 있다. 주요저서로 [최진실 신드롬, 광고, 거짓말쟁이], [지루한 광고에 도시락을 던져라] 등이 있다.
 

신문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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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 프리텔의 매직n. TV광고
손 안의 이동전화만 있으면 TV, 신문, PC 등 다른 매체가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SK텔레콤의 n.Top TV광고 [친구]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