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special : speed

느림의 미학

누구도 술이 빨리 익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 않는다
○ 천천히 익어가는 시간만큼 술 속에 깊은 맛이 스며듦을 아는 까닭이다
○ 청춘이 빨리 흘러가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젊은이도 없다
○ 현재의 순간이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 오늘날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느림의 찬미는 무조건 빠름을 비난함이 아니다
○ 느림의 목소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빠름의 오류가 흩어놓은 조화로운 삶이다
○ 삶이 균형을 잃으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 빠름의 윤리가 느림의 여유를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며 빠름의 논리가 모든 삶의 방식을 대체하는 탓이다
○ 키워드 스페셜 스피드, 이번에는 초고속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주는 느림에 관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du bon usage de la lenteur」
피에르 쌍소 지음 | 김주경 옮김 | 231쪽 | A6 | 동문선 현대신서 50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는
파스칼의 말에 공감한다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쌍소가 소개하는 느림의 9계명을 실천해보자.

1. 빈둥거릴 것 -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
2. 들을 것 - 신뢰할 만한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3. 권태 - 무의미할 때까지 반복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취미를 가질 것
4. 꿈을 꿀 것 - 자기 안에 희미하나마 기민하고 예민한 하나의 의식을 자리잡아 둘 것
5. 기다릴 것 - 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둘 것
6. 마음의 고향 - 존재의 퇴색한 부분을 간직할 것
7. 쓸 것 - 마음속의 진실을 형상화할 것
8. 술 - 그것은 지혜의 학교
9. 모데라토 칸타빌레 - 절제보다는 절도를 가질 것

「느림 la lenteur」
밀란 쿤데라 지음 | 김병욱 옮김 | 182쪽 | B6 | 민음사

르몽드가 쓴 서평을 보면
10년에 걸쳐, 그러나 일순간에 그림을 완성한 추앙추란 화가에 대한 우화가 나온다.
이 우화가 말하는 느림과 속도의 불확실성은 이 소설 자체에도 해당될 것이다.
이 소설은 느리게 읽을 수가 없다.
느림의 즐거움을, 그리고 현대의 속도에 대한 안타까움을 한순간에 전해주는
소설 ‘느림’은 추앙추의 그림과 닮은 꼴이다.
50개의 짧은 메타포를 통해 밀란 쿤데라가 선사하는
느림의 관념 속으로 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