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 people

톡.톡 ..튀.는..문.구.들.의..즐.거.운..반.란
공책 (0-check) 권재혁, 조수정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있다｜그들에게 세상은 무한대의 상상력 공간이다｜
그들은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색을 입힌 문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우유팩은 달력이 되어 나오고 유리 시험관은 깜찍한 편지지가 된다｜
비스켓 속에는 포스트잇이 숨어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이 ‘문구’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마치 마술을 부리듯 일상의 자질구레한 물건들에게 ‘문구’라는 새 이름을 붙여주는 이들이 문구회사 ‘공책(O-check stationery)’의 사장이자 디자이너인 권재혁 씨와 조수정 씨다.

단순함, 놀라움, 그리고 즐거운 웃음
“재미있는 문구류를 만들고 싶었어요. 문구도 이제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심플(Simple), 서프라이즈(Surprise), 스마일(Smile)’을 뜻하는 ‘3S’ 정신으로 문구를 디자인합니다. 즐겁고 자유로운 정신, 유머와 따뜻한 감성, 신선한 아이디어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문구정신이랍니다.”
사실 문구점에 가면 우리는 늘 똑같은 모습의 노트와 편지지를 만난다. 그래서 문구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린 ‘공책(O-check)’의 등장은 즐겁다. 단순히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보면 즐겁고, 사서 책상 앞에 두고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아이디어에 유머가 가득한 ‘공책(O-check)’의 문구는 색다른 재미까지 선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보고 즐기는 문구’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점이 더 매력적이다. 그들이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재혁 씨와 조수정 씨는 바란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우리 문구에 대한 매니아가 형성되기를 말이다.
이것은 비스켓이 아니다

이들이 처음 문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올 1월에 있었던 이대 앞 한 쇼핑센터 공모전에서였다.
냉장고라는 주제를 정해놓고 여기에 맞는 문구를 디자인했다. 따라서 음식물이 주요한 소재가 되었고, 우유팩과 비스켓의 등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유팩은 편지지와 달력으로 변신했다. 비스켓 모양의 뚜껑을 열면 그 속에는 포스트잇이 들어있다. 쟁반에 놓으면 흡사 간식시간을 연상케 한다. 이런 디자인은 곧바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교보문고에 매장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문구는 단순하면서도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신선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재생지 느낌이 나는 노트(룰드 노트북 세트)에는 펜을 꽂아둘 수 있도록 표지에 고무줄을 붙여 놓았다. 실험도구로 사용하는 시험관이나 삼각, 둥근 플라스크는 속에 알록달록한 편지지를 담는 용기로 만들었으며 슬라이드는 작고 깜찍한 카드가 된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이들은 재래시장을 즐겨 찾는다.
방산시장이나 황학동 벼룩시장, 전자상가가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시장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소품들이 많다. 전자상가에서는 종종 재미있는 부속품을 발견한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은 꼭 사둔다. 이것을 가지고 2~3주 정도 고민하면 새로운 제품이 탄생한다.
아직까지는 수작업이 많고 직원이 3명 밖에 없어 밀려드는 물량을 채우기 바쁘다. 하지만 이들은 틈틈이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나 홍대와 명동거리를 찾아다닌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감각을 흠뻑 느껴볼 수도 있고 디자인 잡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활 자체가 디자인을 위한 준비단계인 것이다.

세로? 가로? 고정관념을 깨라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제품을 만들며 실수하는 일도 제법 많다. 특히 인쇄 과정에서 종종 실수를 하게 된다.
이를테면 가로로 넘기는 노트를 만들려고 했는데 종이 인쇄방향이 세로로 넘기는 형태로 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세로로 넘기는 노트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잘라 특이한 형태의 노트를 만들었다. 이것이 룰드 노트북 세트인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권재혁 씨와 조수정 씨는 원래 의상디자이너였다. 의류회사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을 계기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의기투합 했다.
그리고 전혀 경험이 없었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무기삼아 겁없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문구 디자인에 도전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에 만족감은 그 이상이다.

공책(O-check) must go on!
얼마전 ‘공책(O-check)’은 사무실을 옮겼다. 소규모로 시작해 인력이 부족한 탓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 문구 외에 의류 디자인도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을 본 홍콩의 한 바이어가 이들에게 문구뿐만 아니라 의류 디자인도 요청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욕만 앞서 무조건 하겠다는 자세로 일했지만 지금은 신용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작지만 ‘공책(O-check)’이란 문구의 이미지를 심어놓는 일이 더 중요하죠. 손맛이 남아있는 아기자기한 문구류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디자인한 문구, 의류, 생활용품과 카페가 함께 있는 멀티샵을 갖고 싶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첫발을 내딛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가는 일임을 잊지 않고 있다.
연말에는 ‘공책(O-check)’의 공식 홈페이지를 열 예정이다. 현재는 임시 게시판(http://www.o-check.net)이 있지만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 전문가에게 작업을 맡겼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도 게을리 하지는 않는다. 백화점 입점을 위한 준비 작업 중이라고 한다. 매장에서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그 뿌듯함으로 큰 힘을 얻는다고 말하는 권재혁 씨와 조수정 씨.
오늘이 아닌 내일을 향해, 그리고 빛나는 젊음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디자인이 항상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

｜공책(O-check)｜을 만날 수 있는 곳
On-line
● store.jungle.co.kr
● http://www.1300k.com
● http://www.e-hyundai.com
● designblue.co.kr
● http://www.morning365.co.kr

Off-line
● 교보문고 광화문점, 대구점
● 가나아트 인사점

글 | 육미정(자유기고가) mjyook@freechal.com ● 사진 | 윤행석 객원기자
 

우유팩 달력
달력으로 변신한 우유팩. 앞부분에 달력을
끼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비스켓 포스트잇
비스켓 뚜껑 안에 친숙한 포스트잇을 집어넣었다｜

룰드 노트북 세트
재생지 느낌이 나는 룰드 노트북 세트. 표지에 펜을 꽂아둘 수 있도록 고무줄을 부착해 놓았다｜

스프링 스케줄 노트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실용적인 스케줄 노트｜

플라스크 편지지
실험도구로 사용하는 플라스크를 알록달록하고 깜찍한 편지지를 담는 용기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