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동서남북이라는 절대방위는 생각만큼 그렇게 자주 쓰이지 않는다. 어떤 사물이나 장소의 위치를 가리킬
때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왼쪽, 오른쪽, 앞쪽, 뒤쪽 같은 상대적인 방향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식탁 위의 수저를
오른쪽에 놓는다고 하지, 동쪽에 놓는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건 제삿상 차릴 때나 쓰는 말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멜라네시아의 원주민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절대적인 방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심지어 바다
한 가운데서 배가 뒤집힌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그 사건이 서쪽에서 일어났으면 자신의 위치와 상관없이 정확히 서쪽을
가리키면서 말하는 식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어떤 지리적인 공간에서도 동서남북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놀라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간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방위였던 시절의 옛 사람들이 요즘 사람들보다 뛰어난
방위감각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조선시대 아녀자를 위한 예절지침서의 일종이었던 [내훈(內訓)]에 보면,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 숫자와 더불어 동서남북을 분간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나온다.
西.
자석은 적어도 중국에서는 굉장히 오래 전부터 알려진 물건이다.
옛날의 나침반은 지금처럼 북쪽을 가리키지 않고 남쪽을
가리켰다. 지남철(指南鐵)이라는 말은 거기서 유래했다. 그리고 바늘 대신 수저나 국자를 판 위에 올려 놓은 모양이었는데,
이는 큰 국자 모양을 한 큰곰자리가 북극성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혹은 물고기 모양의 지남어(指南漁)를 물바가지 위에
동동 띄워서 쓰기도 했다.
南.
지침을 둘러싼 문자판을 보다 정밀하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나침반에 수저나 물고기 대신 바늘을 도입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과학사가인 니덤에 의하면 이 새로운 나침반은 이후에 만들어진 모든 문자반과 자동계기류의 조상이 되었다. 침과 문자판을
이용하여 양을 측정하는 아날로그 계기판은 오늘날 모든 기계의 표준적인 인터페이스에 해당한다.
그들의 기원은 7 ~
8세기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후에 아랍인들을 거쳐서 유럽으로 전래되었다. 아랍인들은
이것을 개조해서 언제 어디서나 메카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정교한 나침반을 만들었다. 한편 유럽인들은 이 나침반을 이용하여
원양 항해에 나섰다.
물론 중국인들도 항해에 나침반을 사용했지만, 사실 그 진짜 중요한 용도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점복과 풍수지리이다.
北.
풍수지리는 오랫동안 한국문화의 일부분이었으며, 현제에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 방위란 물리적 방향 이상의
철학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천간, 지지, 그리고 팔괘가 표시된 나침반은 방향보다는 우주의 운행 이치를 알기 위한
도구에 더 가깝다. 따라서 나침반 중에 가장 정교한 것은 바로 지관(地官)들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방위는 십육방위에서
삼십육 방위까지 세분되어 있으며, 문자반에 그려진 동심원만 40개가 넘는 것도 있다.
나경(羅經), 혹은 패철(佩鐵)이라고도
하는 이 나침반은 요즘도 묘자리를 잡아주는 풍수가나 지관들에 의해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다.
제사상에 수저가 놓이는 방향과 묘에 관이 들어가는 방향이야말로 한국인의 방위 인식의 근저를 말해주고 있음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글_편집실
|
|
지관들이 묘자리나 풍수를 볼 때 사용하는 패철(佩鐵)
금과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현대의 나침반.
디자인 Theo M. Designteam
|
|
designdb Home > designdb �옟吏� > 181�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