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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 4 : body & interface
face 4 skin sociality

옷은 피부로의 회귀를 꿈꾼다

오늘날의 패션 전문가들은 옷(그리고 모자와 같은 유사물들)이 열 제어 매커니즘으로서 더 이상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마치 사나운 짐승을 잡아 그 껍질을 벗겨 추위를 막았던 가죽의 효능은 간데없고 그 위세만 남았다는 식의 이러한 생각은 문명의 발달이 모든 사회에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뿌리깊은 오해 때문에 생긴 잘못으로 보인다.
확실히 오늘날에는 옷을 대신하여 더 확장되고 세련된 기계장치들이 열 제어 기능을 맡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해당 사물의 기원의 비밀은 마치 인체 진화의 흔적기관처럼 여전히 비밀스런 임무를 맡고 있는 법이다.

여기에 대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옷과 섹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옷을 입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더 많은 섹스를 요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를 옷의 사회적 기능과 시각문화의 발달을 근거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짙다.
옷을 입음으로써 자아를 규정하려는 욕망과 눈을 위해 옷을 입는 시각문화의 특성이 맞물려 누드와 섹스라는 성적인 코드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옷이 필요없는 사회에서 누드, 즉 옷을 입지 않은 상태가 섹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이런 설명은 부분적으로 타당성을 가진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파고들면 다른 사실이 드러난다. 사회학자들은 옷과 섹스의 관계를 열 메커니즘에 의한 잉여 에너지 생성으로 설명한다. 옷에 의해 보존된 잉여 에너지가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일 때, 옷을 입지 않는 사람이 옷을 입는 사람에 비해 40% 이상 음식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추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효능과 위세가 더 이상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는 오늘날의 옷을 생각해볼 때, 이런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비춰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열 제어 매커니즘으로서의 옷은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망각, 즉 효능과 위세의 분리라는 생각의 정점에 소위 ‘정장’이 있다. 여기서의 ‘정장’은 양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에 소속되기 위한 입장권이자 옷의 사회적 인터페이스를 이루고 있는 부분을 말한다.
마치 지하철 패스를 넣고 전철을 타듯,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사회의 울타리로 들어가기 위해 그에 맞는 합당한 옷을 필요로 한다. 옷을 입고 그 울타리로 접근하면 해당 사회의 시스템이 소리없이 작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각 사회마다 요구하는 정장은 다르다.
우리는 테크노바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힙합바지를, 수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영복을,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검은 옷을 입는다.
사회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인터페이스 장치들을 옷을 매개로 자유로이 드나드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앞을 가로막는 장애는 없지만 코드에 맞지 않는 옷은 종종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 때의 정장은 순수하게 개념만으로 이루어진 옷이다. 누드만이 허용된 사회에서의 정장은 벌거벗은 몸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정장이 물질세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개념으로서의 옷을 최초로 깨달은 선구자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케케묵은 옷의 열 제어 매커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것은 의복이 열 제어 매커니즘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오래된 도구였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옷을 피부의 확장으로 여기는 것이 가능해지고 옷의 사회적 기능 역시 피부 자체의 기능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옷은 피부가 가지고 있었던 생리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옷이라는 도구를 보다 원형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옷의 주름을 펴는 다림질의 기능과 그 욕망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피부의 주름과 노화 방지라는 생리적 욕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옷을 고를 때 중요시 여기는 옷감의 감촉 역시 이를 받아들이는 피부를 상정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각적인 것만을 필요로 하던 지난 시대와 달리 요즘은 오감 모두 충족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옷이란 도구를 새로 디자인할 때, 그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옷은 피부로의 회귀를 꿈꾼다.
요란한 공작새의 깃털 장식만으로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복잡한 사회적 인터페이스 기능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각문화의 유산을 지닌 지금까지의 옷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자질이 부족하다.
지금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옷이라고 해봐야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온도의 변화에 상관없이 일정 온도를 유지해준다던가, 옷 전체가 전도체로 되어 있어 항상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를 유지해준다던가, 아니면 물에 빠졌을 때 저절로 구명조끼처럼 공기로 부풀어오른다던가 등 하지만 옷을 피부의 확장으로 생각한다면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을 때 얼굴 피부가 붉어지는 일이라든지(얼굴 붉힘은 정신이 직접 작용하여 일어나는 몇 안 되는 신체변화 중의 하나이다), 혹은 공포나 추위를 느꼈을 때 닭살이 돋는 것과 같은, 보다 직접적인 인간의 감성을 반영한 인터페이스를 갖출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db note

	인터페이스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inter1 meeting with interface

	인터페이스, 만남의 또 다른 이름

inter2 time, space, interface

	시간, 공간, 인터페이스

	고지도와 현대지도의 공간인식

	달력을 둘러싼 과학과 권력의 이중주

	나침반과 방위인식

	시계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 건축, 인터페이스, 의사소통

	사이버 세계의 시간과 공간

inter3 UI for print

	인쇄매체를 위한 유저인터페이스

	책을 위한 인터페이스

	잡지 디자인, 차이를 위한 투쟁의 역사

	만화 인터페이스, 암묵적 기호에 의한 수사학

inter4 body & interface

	몸 & 인터페이스

	문 손잡이, 다른 공간으로의 인터페이스

	화장실 공간과 심리적 인터페이스

	관찰당하는 눈,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희생자

	옷은 피부로의 회귀를 꿈꾼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몇 가지 몸들의 물음

inter5 the_future_of_interface.come

	인터페이스의 미래


design 소식

	2002 GD상품 시상식 및 전시회 개최 외

db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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