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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그려지는 미래의 컴퓨팅 환경은 엄청나다. 로보트가 사람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고,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사람들은 눈앞에 가상의 스크린을 만들고 허공에 손을 허우적대며 정보를 검색하기도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는 작은 컴퓨터 - 지금의 PDA라고 보면 되겠다 - 에서 홀로그램 영상이 튀어나와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이런 미래를 살게 될 것인가?
가끔 농담을 섞어서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영화 스타트랙에서의 모습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정말 미래에는 영화나 SF소설에서 꿈꾸는 것들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치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주 오래
전 SF 소설들이 그려왔던 모습과 흡사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장래에 이런 것들을 주위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기술의 개발보다는 지난 세기의 GUI(Graphic User Interface;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인간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루어지는 인터페이스 연구들을 통해서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어떠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게 될지를 한번
예측해보도록 하자.
돈 노만은 그의 책 [보이지 않는 컴퓨터 The Invisivible Computer]에서
미래의 컴퓨터 환경은 보다 편재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사실 지난 수십 년간 컴퓨터 환경은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새로운 기술보다는 기존에 나온 기술들을 활용하여 어떻게 하면
보다 인간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최근의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컴퓨터의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인간의 경험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이다. 이 연구는
획일화된 인터페이스를 지양하고 개개인의 습관과 취향에 맞게 변화하는 인터페이스를 지향한다.
두번째는 음성인식, 필기체인식,
컴퓨터 비전 등과 같은 신기술을 통해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전통적인 인터랙션을 넘어선 멀티모덜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이다.
컴퓨팅 환경이 책상 위에서부터 일상생활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멀티모덜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는 빠른 속도로 발전되고
있다.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디자인
초기 인터페이스 설계자들은 메타포를 이용하여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데스크탑이나 파일, 폴더의
개념, 그리고 휴지통과 같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메타포들은 바로 이전까지는 고도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나 사용할 수
있었던 컴퓨터라는 기계를 우리의 책상 앞으로 옮겨놓았다.
이러한 GUI는 애플사의 컴퓨터에 처음으로 적용되어 판매되었으며
이를 위해서 애플사는 훌륭한 ‘GUI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더 이상 최근의 복잡하고
다양해진 컴퓨팅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복잡해지고 수행해야 하는 작업이 세분화되고 그 양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데스크탑 메타포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어려운 컴퓨터 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에게 이미 익숙한 ‘데스크탑’ 이라는 선험적 경험으로부터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최근과 같이 사용자가
이미 ‘데스크탑’이라는 과거의 작업개념보다는 컴퓨터 자체의 경험에 익숙한 경우 의미를 많이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에는 사용자의 경험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대화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채팅창의 경우 타이핑한 내용이 입력되며 한 줄씩 스크롤되는 형식만으로는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모티콘이라는 텍스트 방식의 감정표현 방법을 고안해 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글자
색을 달리하여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거나 굵고 강한 글자체를 사용하여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현재의 온라인 대화방
인터페이스가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아내지 못한 이유이다.
MIT 미디어랩의 Sociable Media Group에서는 ChatCircle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현실세계에서의
대화 경험을 온라인 대화방에 적용하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파티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해보자.
대개 우리는 모든 사람과 한꺼번에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대신 작은 그룹으로 모여 ‘국지적’인 대화를 나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고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내가 비록 그 사람과 가까이 있지 않아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좋건 싫건 듣게 된다.
ChatCircle은
이렇게 우리가 실제 공간에서 대화하는 방식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원의 크기를 통해 대화방에서의 그 사람의 목소리의
크기를 표현한다든지, 대화방이라는 큰 공간에서 소규모 그룹들이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며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는지 보여준다.<오른쪽의 검정화면 참조>
사용자의 경험을 담아내지 못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획일화된 인터페이스에서도 발견된다. 아무리 잘 디자인된 인터페이스도
다양한 모든 사용자의 경험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같은 워드프로세서를 쓰더라도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의
사용 습관이 다르다. 이런 경우 획일화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사용자의 사용 습관을 고려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면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효율성면에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풀다운 메뉴가 모든 메뉴 아이템을
한꺼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메뉴 아이템 위주로 보여주는 예는 다양한 사용자의 경험을 담아내려는
하나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카네기멜론대학에서는 최근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이
연구는 운전 중에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판단해 그에 적합한 시각적 지도를 보여준다.
실제로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사용해 보면 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운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지도의 확대/축소 혹은 이동과 같은 조작에 어려움이 있다.
둘째로 모든 지도가 획일화된 그래픽을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그 안에서 찾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개발중인 시스템은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지, 고속도로를
달리는지, 아니면 속도를 줄이고 목적지를 찾는지 등에 대해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황을 판단해서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추상화하여 보여준다.
물론 지도의 확대/축소와 같은 조작도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조작된다.
멀티모덜 유저인터페이스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전통적인 입력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여겨진다.
컴퓨터가 더 이상 '데스크탑' 에만 존재하지
않고 PDA를 비롯한 다양한 휴대용 컴퓨터가 생활에 파고들면서 더 이상 기존의 인터랙션만을 통해서는 정보를 다양하게
조작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군다나 컴퓨터가 계속 스스로 모습을 숨기고 우리의 일상생활로 파고들면서 이러한 다양한 인터랙션
방법에 대한 필요는 증가되고 있다.
필기체인식, 음성인식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이러한 멀티모덜 인터랙션의 좋은 예인데
기술의 수준이 이미 거의 완성의 단계에 이르러 많은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화 자동응답 시스템, 장애자를
위한 컴퓨터 등에서는 음성인식 시스템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도 음성인식 시스템이
서서히 도입되고 있다. 필기체인식과 같은 기술 역시 이미 수많은 PDA에서 사용되고 있다.
멀티모덜 인터페이스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첨단분야는 TUI(Tangible User Interface)와 컴퓨터비전(Computer Vision)
등이다.
Tangible User Interface는 MIT 미디어랩의 Tangible Media Group에서 처음
제안되어 지금은 여러 학교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TUI는 인간이 실생활에서 오랜 시간 발전시켜온
감각과 운동을 인터페이스에 적용시키고자 한다.
즉 실재로 물건을 만지고 느끼고 잡고 옮기는 등의 행위를 통해 디지털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다.
TUI의 연구에서는 현실의 공간과 컴퓨터 상의 공간사이에 벽이 없다. 사용자가 컴퓨터 안에 담긴 그림을 끄집어내어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 다른 사람이 다시 드래그하여 자신의 컴퓨터 안에 담기도 한다.
또 다른 첨단 연구분야는 컴퓨터 비전인데, 말 그대로 컴퓨터에 눈을 달아주는 것이다. 컴퓨터가 저장한 이미지를 분석해서
사람의 신분을 파악하기도 하고, 사용자의 감정상태를 알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는 첨단 자동차 정보시스템에도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지금 졸고 있는지, 피곤한 상태인지를 컴퓨터가 분석하여 운전자의 주위를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컴퓨터 비전을 이용한 또 다른 재미있는 연구 중 하나는 제스츄어 인터랙션이다. 시스템에 달린 컴퓨터가 사용자의 손
움직임 등을 파악하여 어떠한 지시를 내리는지를 파악한다.
다시 자동차의 예를 들자면, 운전 중에 지도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때, 혹은 전화를 받거나 끌 때, 음악을 선곡할 때 기기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는 대신 운전자는 수신호를 사용해
기기를 조작한다. 아직은 카메라가 있어야 하고 충분한 빛이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미래의 인터페이스에서 이러한
제스츄어 인터랙션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의 인터페이스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현란한 기술보다는 보다 인간을 위한 기술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인류는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만 줄달음쳐왔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도 어느
정도 그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이렇게 발전된 기술을 어떻게 하면 보다 인간에게 편리한 기술로 자리잡게 할 것인가가
인터페이스 연구자들의 공통된 관심사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어쩌면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는 것이 형체가 분명하지
않고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에 편재되듯이 인터페이스도 그렇게 편재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공통적인 관심사는 예전이나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변하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글_이준환, 카네기멜론대학 HCI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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