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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 4 : body & interface
face 2 hip mentality

화장실 공간과 심리적 인터페이스

엉덩이는 안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원한다
화장실이란 공간은 왠지 신비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안정된다.
물론 모든 화장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자신이 안전하다고 인정한 화장실에서만 그러한 마음이 든다. 그 조그만 공간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면 세상에서 유일한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난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생애 최초로 극심한 프라이버시 박탈감을 느끼는 군대에서조차 화장실은 애인의 편지를 맘껏 펼쳐놓고 궁상 떨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폐쇄된 인터페이스는,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준다.

심리적 안정감이 생리욕구 해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사해주는 플래시 게임이 있다.
게임에서 사람들은 늘어서있는 소변기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소변기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화장실에 들어섰을 때의 정황을 생각해보면 손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가령 다섯 개의 변기가 늘어서 있는데 오른쪽 맨 끝에 다른 사람이 이미 일을 보고 있다고 해보자. 자신은 어디에 자리를 잡을 것인가? 반대편 맨 끝으로 자연스레 가게 되는 것이다.
감추고 싶은 공간, 비밀에의 욕구는 화장실 인터페이스의 핵심을 이룬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홀로 온전한 시간을 가지거나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이때 홀로 있음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엉덩이를 제외한 다른 신체부위의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를 못내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취하는 방법은 담배를 피우거나 신문, 혹은 책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다. 화장실 낙서문화는 이조차 준비하지 못한 다급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적 배설이라는 또 다른 욕구해소 형태에 불과하다.
요즘에는 인터랙션 기능이 첨부된 채팅이라는 경쟁상대에게 침식당해 상당부분 위축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화장실 낙서문화는 폐쇄성과 비밀스러움이라는 화장실 인터페이스에서 파생된 사회적 정화기능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해우소’는 이를 나타내는 조금 고매한 이름에 다름 아니다. 생리적 걱정 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심까지 소멸시키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이 모든 공간의 중심에 엉덩이 인터페이스의 핵심 변기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절대로 더러워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은폐라는 화장실의 성질에 부합되는 것으로 ‘절대깨끗’에 대한 요구는 변기의 대표색이 흰색이라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물리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은폐색은 똥색이겠지만 여기서 요구되는 은폐는 심리적 은폐이며 이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색으로 아무래도 흰색을 선택한 모양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앉는 방향 역시 화장실이란 공간 인터페이스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왜 문 쪽을 향해 앉도록 되어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문쪽을 향해 앉으면 바깥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침입자가 나타나더라도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침입자는 아니더라도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노크를 쉽게 할 수는 있겠다.
본능적으로 냄새를 피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바깥 공기가 더 잘 통하는 문쪽으로 앉는 것이 냄새로부터 좀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변소의 문이 있는 쪽을 향해 앉는 이 인터페이스가 만국 공통은 아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는 그 반대 방향으로 앉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사생활의 역사, 혹은 의식적인 심리 상에서 화장실 인터페이스의 긍정적인 면을 피력한 것이라면 무의식적 의식 속에서 화장실은 이와 반대로 극도의 불안감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밤의 화장실은 다 큰 성인의 경우에도 문득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는 공간이다. 빨간휴지 파란휴지의 전통은 생각보다 오랜 것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화장실에 귀신이 있다고 믿어왔다.
특히 우리 민간 귀신 중 집안에 사는 귀신들은 대개 복을 주는 귀신인데 비해 뒷간 귀신만은 성질이 더러워서 화를 가져다주는 못된 귀신이었던 모양이다.

이를 척신, 혹은 칙신이라 불렀는데 대부분 여자귀신으로 여겨졌으며 매월 6일, 16일, 26일과 같이 6자가 들어가 있는 날에는 변소에 있지만 그 외의 날엔 밖에 나다닌다. 그래서 6자가 들어있는 날엔 변소에 가지 않는 편이 좋다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또 강원도에서는 뒷간을 지은 뒤에 반드시 길일을 받아 제물과 부적을 갖추고 탈이 없도록 해달라고 고사를 올리는 풍습이 있었으며, 아이들이 똥 구덩이에 신발을 빠뜨렸을 때에도 떡을 마련해 액땜을 빌었다고 한다.
이 뒷간 귀신은 긴 머리칼을 발에 걸고 헤아리는 버릇이 있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놀라서 머리카락을 뒤집어 씌우는데 귀신을 만난 사람들은 이때부터 앓다가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칙간에 갈 때 문을 열기 전에 서너 번 기침 소리를 내면 귀신이 피한다는 기록도 있고, 제주도의 칙시부인은 원래 문신(門神)이었던 남(南)선비의 첩이었으나 본처를 죽였다가 그 아들에게 복수를 당해 뒷간 귀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폐쇄적 인터페이스란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지만 반대로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는 공간을 형성하며 심리적 안정과 무의식적 불안이 겹쳐지는 속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와, 원한다면 사회적 욕구 모두 발산할 수 있는 묘한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화장실이란 공간은 현대 감성공학이나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생리욕구 배설이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에 심리적, 감성적인 측면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본다면 물리적, 기능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인터페이스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료제공_인터바스

db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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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1 meeting with inte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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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2 time, space, interface

	시간, 공간,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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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건축, 인터페이스, 의사소통

	사이버 세계의 시간과 공간

inter3 UI for print

	인쇄매체를 위한 유저인터페이스

	책을 위한 인터페이스

	잡지 디자인, 차이를 위한 투쟁의 역사

	만화 인터페이스, 암묵적 기호에 의한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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