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element : metal

무거운 금속이 들려주는 쇠의 목소리, 헤비메탈

헤비메탈의 역사
일반적으로 록 음악의 시초는 1950년대 초중반 빌 헤일리(Bill Haley)가 부른 ‘Rock Around The Clock’으로 본다.
그리고, 록큰롤의 형식적 완성에 큰 영향을 미친 척 베리(Chuck Berry), 록큰롤의 대중화에 기여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대중에게 널리 노출된 뮤지션으로서, 이들은 록큰롤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록 음악의 흐름은 1960년대에 이르러 비틀즈(The Beatles),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후(The Who), 야드버즈(The Yardbirds), 레드 제플린(Led Zepplin), 딥 퍼플(Deep Purple)같은 그룹들의 출연에 힘입어 블루스와 연계되는 경향을 보였고, 이것은 일렉트릭 기타가 가진 금속성을 최대한으로 부각시킨 하드록을 탄생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동안 미비한 활용에 그쳤던 알루미늄이 1950년대 들어 물질문명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금속으로 대두되고 있을 무렵, 저기 음악계 한편에서는 록큰롤과 하드록이 백인 음악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록 음악은 당시 큰 사회적 이슈를 형성하고 있던 히피 문화와 맞물려 사이키델릭이라는 또 하나의 장르를 탄생시켰고, 이후 프로그레시브, 아방가르드같이 보다 예술성을 강조한 갈래가 등장하며 록 음악의 다양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다른 그 무엇보다 록 음악이 가진 칼날 같은 음색과 딱딱하고 묵직한 질감을 최대한으로 추구한 갈래로는 헤비메탈을 꼽아야 할 것이다.

찢어지는 듯한 보컬과 귀가 터질 듯한 굉음, 검은 가죽 패션과 금속 장신구. 헤비메탈이란 말만큼 그 음악을 잘 묘사해주는 이름도 없을 것이다.
이 용어는 1972년 뉴욕 밴드인 불루 오이스터 컬트(Blue Oyster Cult)로부터 유래한다.
두 가지 유력한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 밴드가 데뷔할 당시 매니저였던 샌디 펄먼이 다른 밴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캐치프레이즈라는 설로 미국의 작가 윌리엄 배로즈의 소설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한 음악평론가가 이들의 라이브 공연을 듣고 “마치 커다란 쇳덩이를 자르는 듯한 굉음”이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어느 것이 사실이든 사람들은 이 새로운 하드록을 표현할 말로 이보다 더 적절한 용어를 찾아내지 못했다.
헤비메탈이란 말은 80년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며 기존의 하드록의 지위를 계승하게 된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헤비메탈은 이후 1990년대 초까지 급속도로 분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각각의 서브 장르를 낳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스래시메탈보다 한 단계 발전한 파괴력을 가진 데스메탈, 중세 사상을 탐닉하는 고딕메탈, 무겁고 느린 전개로 스피드에 대한 집착을 버린 둠메탈, 밴드 라인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궁극의 테크닉에 도전한 프로그레시브메탈, 스래시메탈의 스피드업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메탈, 대중적인 멜로디를 강조하여 대중성을 높인 멜로딕메탈, 흑마술에 입각한 마이너리티 정신을 강조한 블랙메탈, 펑키한 리듬 라인을 강조한 펑키메탈, 헤비메탈이 가진 힘에 초점을 맞춘 파워메탈, 전자음악과의 융합을 시도한 인더스트리얼메탈, 클래식 테마를 차용해 속주 위주의 기타 플레이를 강조한 바로크메탈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세분화된 장르적 파생이 이루어졌다.
(덧붙여, 이 각각의 하위 장르는 그 안에서 또 다시 몇 가지 갈래가 나뉘며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매니아들의 구미에 맞는 형태로 진화한다.
위의 예는 아주 기초적인 분류일 뿐이다).

헤비메탈의 매력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헤비메탈에 열광할까?
일반적으로 헤비메탈이라고 하면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헤비메탈에 빠진 사람들은 그 음악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음악에 금속성 강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조금이라도 강조된 음악은 시끄럽다며 듣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소음에 불과했던 음악이 어느 날 우연히 들어보니 기막힌 멜로디와 감정의 고조 상태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날 이후로 록과 헤비메탈을 미친 듯이 찾아들었다.
왜 갑자기 그렇게 싫어하던 금속성의 미학에 빠져버린 걸까?

그것은 이 세상을 이루는 물건들이 각기 저마다의 목적과 특성에 알맞은 소재로 만들어져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무언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 때 그 물건을 이루는 요소로는 매우 다양한 소재가 쓰인다.
플라스틱, 유리, 나무, 돌 등 지구상엔 무수히 많은 소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헤비메탈도 똑같다. 인간의 감성을 조절하는 수많은 요소, 그 중에서 음악만으로 범위를 좁혀본다면,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이완작용으로서의 음악이 있다면,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감정의 응축상태를 한순간에 증폭시켜줄 수 있는 흥분작용으로서의 음악도 있다.
바로 헤비메탈이 후자에 해당되는 가장 대표적인 음악이라는 얘기다. 한가지 감정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듯(자신이 음악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만 아니라면), 한가지 음악만 듣고 산다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음악의 카테고리에서 우리나라 대중들은 ‘발라드와 댄스’라는 지극히 한정된 두 가지 장르만을 취하여 사는 불행한(?) 음악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여기에 몇 가지 장르를 더 추가하여 즐기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신나는 음악은 ‘4인조 댄스 그룹 아무개가 부른 XXX’가 될 테지만, 그들에게 가장 신나는 음악은 ‘4인조 록 밴드 아무개가 부른 XXX’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각자의 취향이 다르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겠고, 이건 단지 일반적인 세계적 경향을 짚은 것뿐이다).
헤비메탈이 가진 짜릿한 농축의 매력을 알고 있는 그들에게 금속성이 결여된 밋밋한 댄스 음악은 ‘파티 음악’ 이상의 매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금속성의 미학을 설파하는 헤비메탈 추천음반 베스트 5
1. METALLICA / Metallica (Black Album)
드라마틱한 스래시메탈을 선보였던 메탈리카가 보다 싱글 지향의 대중 음악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앨범으로, 기존까지 자신들의 색채를 잘 유지하고 있으면서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추가하였다.
아울러 발라드 트랙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사실이 의외로 대중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2. MEGADETH / Rust In Peace
사회 비판적인 가사와 전쟁을 반대하는 이념으로 지적인 스래시메탈을 설파했던 메가데스의 4집.
스래시메탈의 마지막 전성기 시절에 발매된 작품이라 그런지 이 앨범 안에는 1980년대 발전했던 스래시메탈의 모든 요소가 집약되어 담겨 있다.
헤비메탈에 있어서 기타 리프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작품.

3. STRYPER / To Hell With The Devil
사타니즘 음악이라 하여 교회에서 헤비메탈을 금기시하는 경향도 있지만,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99%의 헤비메탈은 사타니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헤비한 음악’일 뿐이다. 그리고, 스트라이퍼 같은 그룹은 오히려 그와 반대로 헤비메탈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크리스찬메탈 밴드라 말할 수 있다.
김경호가 이 팀의 보컬리스트를 모델로 두고 연습했을 정도로 뛰어난 고음이 돋보인다.

4. JUDAS PRIEST / Painkiller
수십 톤의 쇳덩어리가 듣는 이의 가슴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중압감을 느끼게 하는 정통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1990년대 명반으로, 메탈계 최고의 보컬리스트라 손꼽히는 롭 헬포드(Rob Halford)가 자신의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금속성이라는 명제에 가장 잘 들어맞는 음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

5. YNGWIE MALMSTEEN / Rising Force
클래식 멜로디를 기타로 연주하며 고전 음악과 헤비메탈의 결합을 시도한 앨범으로, 스웨덴 출신의 속주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이 내놓은 데뷔작.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 헤비메탈 계에 있어서 하나의 특징이라면, 그 특징은 바로 이 앨범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크메탈의 시발격이 된 작품.

글_김봉환, 월간 [핫뮤직] 기자, Rock Analyst

METALLICA.
Metallica(Black Album).

MEGADETH.
Rust In Peace.

STRYPER.
To Hell With The Devil.

JUDAS PRIEST.
Paink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