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element : fabric

청바지에 나타난 천의 얼굴

청바지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의복 중의 하나이다.
의류제품 중 단품으로는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청바지는 우리 삶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청바지를 이토록 인기있는 아이템으로 만든 것일까?

무엇보다 청바지의 특징은 ‘데님’이라는 소재의 독특함에 기인한다. 데님의 기원은 1853년 골드러시 시절, 미국에서 상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금광을 캐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만들게 되면서부터이다.
프랑스 님(Nimes)지방에서 수입한 세르쥐 데 님(Serge de Nimes)이라는 내구성이 강한 소재는 미국에서 데님이라 불리며 청바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이를 값이 저렴하면서 오래가는 인디고 염료로 염색하면서 블루진(bluejeans)이라 명명되기 시작하였다.

젊음, 반항, 자유의 상징
청바지가 실용적인 노동자의 의복에서 젊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코드로 작용하게 된 것은 1950년에 이르러서였다.
1950년대는 패션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중대한 관심사가 되었던 시기였고, 기성복의 발전과 더불어 젊은이들에 의한 유행이 생기기 시작하였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여기에 영화나 TV 등 대중 매체의 보급에 따라 스타가 탄생하게 되는데, 당시 유명 스타였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제임스 딘(James Dean) 등이 착용하였던 가죽재킷과 청바지 ‘리바이스 501’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되기 시작하였다.
반항적인 스타들의 영화 속 이미지는 지나친 고상함과 권위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찬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이 시기에는 리바이스(Levi’s), 랭글러(Wrangler), 리(Lee) 등의 브랜드들이 크게 성공함으로써 청바지 브랜드가 유명 기성복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50년대 후반 서구로부터 도입된 춤이 인기를 끌고 청춘영화가 크게 흥행을 거두기 시작하였는데, 그 당시 대표적인 청춘 영화였던 ‘맨발의 청춘’에 등장한 트위스트 춤과 청바지는 유행에 민감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청바지의 도입 이후, 본격적으로 청바지의 착용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였다.
독재적 유신정권에 대한 반항과 자유와 순수, 낭만에 대한 젊은이들의 욕구는 청년 문화라 불리는 ‘통기타 문화’를 통해서 분출될 수 있었다.
통기타 가수들이 즐겨 입었던 청바지는 생맥주와 함께 청년 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청바지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벌쯤 갖추었을 만한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고급스러운 쿠튀르진의 출현
1970년대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진 착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잘 재단된’ 디자이너 진이 만들어졌다.
착용자의 신체에 딱 맞도록, 어울리도록 특별히 재단된 이런 값비싼 진은 디자이너의 서명이 있는 로고를 부착하여 더욱 호사스러웠고, 이런 디자이너 진의 가격은 당시 선도 브랜드였던 리바이스보다 50%나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잘 팔려나갔다.
하위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청바지가 고급 쿠튀르 아이템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정교하게 재단되었다는 구성적인 특징을 가진, 디자이너의 로고나 서명이 선명하게 달려 있는 고급 청바지는 이때부터 꾸준한 매출을 보이면서 성장을 거듭하였다.
몇 년 전부터는 럭셔리 트렌드와 함께 비즈(beads), 자수 등 수공예적인 디테일이 가미되어 이전과는 전혀 색다른 화려한 청바지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예복이나 드레스 등에나 사용되던 비즈나 자수등의 장식을 응용함으로써 청바지를 이제 더 이상 캐주얼 아이템만이 아닌 정장용으로까지 착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성적 매력의 함축적 표현
원래 청바지가 젊은이들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는 청바지가 유니섹스 패션이라는 것이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청바지는 ‘유니섹스’라는 이미지로 더욱 젊은이들의 호응과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후에 유니섹스를 상징하였던 청바지는 그 자체로 성적인 매력의 표상으로 전환될 수 있었는데, 이를 이용하여 도발적인 청바지 광고를 하였던 효시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이었다.
디자이너 진의 탄생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캘빈 클라인은 당시 미성년이었던 여배우 브룩 쉴즈를 내세워 “나와 내 캘빈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속삭이는 도발적인 광고를 만들었다.이 원색적인 광고는 한편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디자이너 진이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하였다.
이런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청바지 광고가 계속 성공적인 매출을 가져오게 되자, 디자이너 진 브랜드의 대부분이 이런 광고를 모색하게 되었고, 섹시하고 도발적인 청바지 이미지는 일부 진브랜드 광고의 표본이 되어 매우 특징적인 청바지 시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청바지가 등장한 이래로, 청바지의 수요는 계속 증가해왔고, 데님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아이템들이 패션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청바지 브랜드에서뿐만 아니라,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브랜드 등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데님 아이템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전통적인 형태의 청바지뿐 아니라, 여러 가지 워싱 등의 가공을 첨가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변화를 이용하여 색다르고 더욱 패셔너블한 데님 아이템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이를 반영하는 추세일 것이다. 이는 단지 청바지가 캐주얼하고 실용적이라는 전통적인 관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청바지는 단지 바지의 일종이 아니라,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거쳐 응집되어, 매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시대적 또는 문화적 코드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글_왕지연 패션 저널리스트

프랑스 학생 시위 현장
대부분의 학생들이 청바지를 착용한 것을 볼 수 있다.
1973.

브룩 쉴즈를 내세운 캘빈 클라인의 광고.
1978.

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를 이용한 베르사체 쿠튀르진 광고.
1996.

최근 새롭게 선보인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 광고.
2002.

자료제공 :
리바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