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element : plastic

오밀조밀한 플라스틱의 손맛, 프라모델

프라모델은 플라스틱의 적자(嫡子)이자 자신의 감수성을 세상에 드러내는 첨병이다.
적자라는 것은 어떤 모양이건 마음대로, 혹은 대량으로 또 얼마든지 조립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물건이란 점에서, 첨병은 그러한 장점을 가지고 아이들을 유혹해 플라스틱 세대를 키워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미술 속에 나타난 프라모델이 그 존재 자체에서 유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현실 속의 프라모델은 그 완성 과정, 혹은 완성된 후의 모습에 절대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완성된 프라모델을 가지고 혼자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80년대 프라모델(그 당시의 공식 용어로는 ‘조립식’)의 영원한 명작 ‘철인 28호’의 경우에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표면처리와 관절 움직임으로 가지고 놀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난감이었다. 덕분에 미끄럼틀에서 떨어지는 등 험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어서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고 팔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이들은 그가 더 이상 지구를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망신창이가 되면 지칠 줄 모르고 문방구로 달려가 똑같은 모델을 구입하여 다시 만들곤 했다.
그야말로 불사신의 용사였던 것이다.

‘플라스틱’과 ‘모델’의 합성어인 ‘프라모델(plastic + model)’이 본격적으로 만들어 진 것은 1960년대, 플라스틱 시대가 꽃피던 무렵과 일치한다.
정교한 모형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플라스틱 사출기술과 세밀한 금형 제작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1960년대 초 목제 모형이나 과학교재 등을 생산하던 일본의 타미야(Tamiya)가 플라스틱으로 실제 모형을 축소시킨 일명 스케일 모형(1/OO로 축소시킨 비교적 정교한 모형)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프라모델은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게 된다.
당시 타미야가 만든 프라모델들은 전세계 모형 완구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으며 당시까지만 해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미국, 예를 들면 비행기 모형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모노그램을 비롯한 쟁쟁한 완구 회사들을 제치고 일본을 프라모델 강국으로 올려놓는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70년대에 들어와서야 몇몇 프라모델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기에 이들은 대부분 독자적인 모델을 내놓기보다는 주로 다른 나라의 프라모델, 특히 일본 제품을 들여와 그대로 본뜬 카피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들은 특히 TV를 통해 방영되던 일본 만화영화와 함께 당시 자라나던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신들 특유의 플라스틱 틀에 맞게 형성하게 된다. 이때 세워졌던 프라모델 회사들이 대부분 독자적인 기술축적이나 새로운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유독 아카데미과학은 달랐다.
아카데미과학은 아직 국내 프라모델 시장이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도 틈틈이 자신만의 기술적 노하우를 쌓는 것은 물론 철처한 고증과 사실을 기초로 튼튼한 모델 디자인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노력은 1990년 독일의 뉴렌베르크 세계 완구쇼에서 ‘올해의 모델상’을 수상하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 후 아카데미과학에서 내놓은 모델들은 거의 매년 세계 완구쇼에서 각종 모델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아카데미과학은 수출이 수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프라모델은 더 이상 아이들의 플라스틱 놀이로만 치부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대부분 컴퓨터 게임에 빼앗겨버린 지금, 프라모델은 새롭게 형성된 젊은 매니아층을 기반으로 점차 성인들의 놀이로 바뀌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가격도 예전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고 그만큼 수준높은 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수요층이 두껍지 못해 일부 고가 모델의 경우는 아예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70~80년대 조립식의 오밀조밀한 손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에게 프라모델은 매력적인 물건임에 틀림없다.

자료제공_아카데미 과학
글_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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