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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에 부쳐

21세기는 디자인 전문가 시대

20세기는 경영자의 시대였다. 1900년대 초반에 헨리 포드가 과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는 길을 연 이래 제너럴 모터스의 알프레드 슬로언, IBM의 탐 왓슨,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같은 경영자들이 미국을 선도해왔다.
한국에서도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재벌그룹의 창업자들이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경제는 물론,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 경영자들은 20세기의 영웅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학문 분야 중에서 이론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발전이 가장 컸던 분야 역시 경영학이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 21세기에는 누가 우리의 영웅이 될 것인가? 그리고 어떤 학문 분야가 경영학을 대신해서 사회를 끌고 갈 것인가?
나는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학이 바로 정답이라고 믿는다.
20세기가 대량 생산에 의한 물질문명 사회였다면 21세기는 감성문화 속에서 소비자 개인이 기업의 부가가치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에도 레이몬드 로위, 필립 스탁, 알바 알토 같은 디자인의 대가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21세기에는 디자인 분야의 대가가 문자 그대로 우리의 영웅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디자인이 더 중요해지리라는 믿음을 우연한 기회에 얻었다.
1992년 일본에 체류하면서 산업정책을 연구하다가 통산성(通産省)의 어느 관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통산성이 일본의 산업정책을 이끌어온 과정을 질문한 나에게 이 관리는 자신이 속한 통산성을 미래성(未來省)이라고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통산성에서는 일본 경제가 10년 후 어떤 산업을 대표산업으로 내놔야 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1950년대에는 철강·기계 산업, 1960년대에는 자동차·가전산업, 1970년대에는 컴퓨터·반도체산업, 그리고 1980년대에는 통신·정보소프트웨어산업을 키웠다는 것이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1990년대에는 어떤 산업을 집중육성하고 있는가 하고 질문하였고, 그 관리는 서슴없이 디자인 산업이라고 답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21세기에는 디자인이 경제강국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 되리라는 보충설명을 곁들이는 것이었다.

그동안 디자인이란 선물을 살 때 포장하는 것, 또는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만들 때 품질과는 관계없이 예쁘게 만들어서 고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했던 나에게, 일본 통산성 관리의 설명은 디자인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
디자인이 특정 산업에 부속된 하위개념이라는 시각에서 모든 경제활동을 이끌어나가는 부가가치의 원천이자 자동차, 반도체산업 이상으로 큰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후 나는 한국이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할 때 지난 40년 동안은 일본을 뒤따라 다녔지만, 21세기에 가서는 앞서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같이는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디자인이야말로 향후 우리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집중 육성해야 할 산업이 아닌가? 이러한 추론 끝에 나는 지난 7년 동안 디자인을 연구하면서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디자인 산업의 발전과 정부의 디자인정책 개발에 몰두해왔다.

본래 경영학도였던 나에게 디자인에 대한 연구는 디자인 자체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경영학의 연구대상인 기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과거의 기업이 공장이었고, 현재의 기업이 시장에서의 유통시스템이라면, 미래의 기업은 어떤 모습이 될까?
한마디로 미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개성에 입각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시대가 될 것이고, 이 때 기업은 정성을 다해 나무를 키우듯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로 혜택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개인의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창의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바로 이 과정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디자인은 중요한 분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21세기로 넘어가면 디자인 분야는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우리 사회를 주도할 것이다.
이같이 중요한 시점에서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 각계각층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오던 <산업디자인>이 보다 전문화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앞으로 이 잡지가 디자인 산업의 발전에,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발전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기를 기대한다.


 

글_조동성(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조동성
1949년 생.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1971).
미국 오하이오주 보울링그린주립대학 경영학 석사(1973).
메사추세츠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1976).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1983∼1984)초청교수.
일본 도쿄대학(1992∼1993)초청교수.
핀란드 헬싱키 경제경영대학(1992∼1998 매년 여름학기)의 초청교수.
1978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역임하면서 서울대 기획부실장(1988∼1990).
산업정책연구원 원장(1993∼1998)
현재, 국제지역원 원장 역임.
저서로는 <국제 자원론>, <재미있는 경영 이야기>시리즈, <이제는 전략 경영시대>, <디자인, 디자인 산업, 디자인 정책>, <21세기를 위한 경영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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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 1999년 09 10월호 (166호) 첫페이지로 가기
특집 : 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디자인 조기교육
프롤로그
초등, 중등 디자인교육에 대한 발전방향
중등학교 디자인교육
먼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대학의 디자인교육
창의력 중시하는 미술교과서의 새로운 방향
교수법의 시범지역 - 일본의 색채학교
핀란드의 일상 속 디자인교육
창의성은 길러지는 것인가?
재도약에 부쳐
신지식기반산업으로서 디자인의 역할 강화
21세기는 디자인 전문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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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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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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