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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디자인 조기교육 5

개방적이고 다양한 교수법의 시범지역 - 일본의 '색채학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칠지 예측할 수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사에 불안하다. 각종 사고를 비롯하여 재해, 환경문제 그리고 급변하는 교육정책 등 매일 지뢰밭을 걷듯 아슬아슬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신세기를 그리 밝게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불확실, 혼돈의 시대 등 부정적인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1970년대 이후 우리 나라는 인구 증가와 공업화로 인하여 양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변화를 경험해왔다. 이러한 양적인 팽창은 생활 수준의 향상과 고도의 분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되었다.
특히 무분별한 물질중심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오던 아름다운 풍습과 가족제도마저 해체되는 등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화와 정보화, 다원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오늘날, 핸드폰, 컴퓨터등 유형의 상품에서부터 음악, 영화, 만화, 드라마 등 청소년들이 즐기는 무형에 이르기까지 모방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아 우리를 더욱 맥빠지게 한다.
새로운 것을 쉽게 찾고자 하는 욕구에 비해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에 우리 모두가 너무 인색한 것 같다.

또한 1990년대 이후부터 생활수준의 향상 및 다양한 지역간의 교류로 인하여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도 예전보다 더욱 외국의 교육 방법론이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과 같은 변혁기에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해야 하는 교육계에서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특히 사회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새로운 가치의식을 수용하는 창의적인 인간을 육성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시기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1980년대에 우리와 비슷한 혼돈스러운 사회 상황을 맞이했던 일본의 교육현장의 사례를 통해 그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 대응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우리에게 의미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변화하는 일본의 미술교육

일본의 미술교육은 패전 이후 크게 3번에 걸쳐 변화를 겪었다. 먼저 1950년에는 미군 주도하에 입법된 민주교육법안을 기준으로 신교육의 체계 확립이 이루어졌다.
미술교육의 목표에 있어서도 냉혹한 현실을 풋풋한 인간미(人間美)나 체험에서 얻을 수 있는 미감(美感)의 표현을 통해 환상적인 사회로 구현해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당시의 비인간적인 사회 분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따라서 내용이나 색채가 다소 과장된 구상적인 풍경화가 대중 목욕탕이나 이발소 등에 걸리게 되고, 가정에서도 그림을 장식용으로 걸어두는 등 미술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이 시기의 미술교육도 획일적인 주제에 의하여 기교적인 묘사방법의 훈련이 강조된 실사교육이 주로 행하여졌다.

두 번째는 1970년대에 이르러 일본의 경제 발전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특히 1970년에 오사카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일반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 행사였다. 이때부터 디자인 분야의 역할과 필요성이 대중에게 강조되었던 것이다.
오카모토 다로(岡本太郞)가 디자인한 박람회의 심벌 ‘태양의 탑’(높이 70m)은 당시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조형물로서 예술 작품으로서만이 아닌 강한 상징성의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이때만 해도 예술은 수단으로만 인식되어 앞서 있는 서구식의 의미나 방법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 모방성이 강한 형식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시기로 양적 팽창기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80년대에 이르러 일본 사회는 공업화로 인해 부의 추구가 중시되고 인간성이 결여된 물질만능 사회로 서서히 변모하게 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야기되기 시작한다.
미술교육 분야에서도 이러한 시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방향을 제시한 모임이 하나 둘 생겨났으며, 그중 가장 혁신적인 것이 ‘미술교육 세미나’로 후에 ‘색채학교’로 발전된다.


자발적인 대안제시 차원에서 설립된 색채학교

색채학교는 획일적이고 기교적인 묘사법에 치우친 일본의 미술교육의 문제점을 해결코자 아동 심리학자인 스에나가 다미오(未永蒼生)와 편집디자이너인 에자키 야스코(江崎泰子)를 중심으로 1989년에 미술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들간의 대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워크숍에서 시작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은 고도성장기에 발생한 많은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게 된다. 그러나 유독 미술교육만은 새로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구시대의 입시위주 교육체계에 머문 상태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시시각각의 변화에 다양한 요구를 하게 되었고, 일선 교육기관의 미술교육 제도로서는 그들의 요구나 관심에 호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술 교사들간의 정보교환을 위한 모임이 활발하게 결성되었다.
그중에서도 ‘미술교육 세미나’는 수강생들의 감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했으며, 개성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색채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면서 ‘색채 세미나’로 명칭이 변경된다.

그중에서도 ‘미술교육 세미나’는 수강생들의 감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했으며, 개성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색채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면서 ‘색채 세미나’로 명칭이 변경된다.
초기 연구 모임인 ‘색채 세미나’에서는 당시 일본이 당면한 미술교육의 과제와 문제점을 제기하며 ‘색채학교’의 필요성과 설립 이념을 확립했다. 이때 제기된 문제점과 당면 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 교육의 기본 정신을 무시한 테크닉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감성이 강한 어린이들에게 외면당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학생의 적성이나 능력에 맞는 미술교육 방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② 화구, 기법 등 기존의 한정적인 자료나 표현기법의 이용으로 인하여 학생들의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배제되어 있다.
③ 현장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능력의 부족, 즉 교사들 각각의 상황이나 조건 등에 따라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자질이나 학습지도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적절한 세미나와 재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색채학교’의 설립이 모색되었다. 구심점이 된 스에나가는 미술교육의 문제와 해결 방안에 관해서 많은 연구 결과와 저서를 낸 전문가이다.
특히 그의 저서 중 <색채자유자재(色彩自由自在)>는 1980년대 일본이 직면한 기존의 교육방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선 미술 교사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어 ‘색채학교’가 설립하게 된다.
몇몇 교육 관련자의 자발적인 대안제시의 노력으로 개설된 색채학교는 획일화되어 있던 당시 일본의 미술교육의 문제해결을 위한 것으로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개인의 능력과 흥미를 가장 중시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실행되어온 미술교육의 이념은 보다 많은 기술적 표현을 전수시켜 훌륭한 작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히 색채학교가 설립되던 1980년대 후반쯤부터는 컴퓨터가 일반화되었다. 따라서 컴퓨터 기기의 사용방법과 기술개발 등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정서함양이나 창의력 개발을 위한 노력은 차츰 등한시되었다.
또한 1990년대를 기점으로 교육기관마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양적인 면만을 추구하던 기존의 교육 이념이 무너져 내리는 이중고를 맞이했다.

이러한 일본 교육기관의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89년에 ‘색채학교’가 설립된 것은 필연적인 요구였을지는 모르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그동안의 그릇된 교육관을 버리고 어린이들의 창의력겭齪着쩜 높인다는 새로운 가치 기준의 마련은 이후 일본의 미술교육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색채학교’의 교육이념은 오로지 전문가만을 육성하는 미술교육으로 인하여 발생된 폐단을 지적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모든 수강생을 우수한 예술가만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기존의 교육이념에서 탈피하고 미술을 좋아하는 수강생(색채 표현능력 중심)과 미술을 이해하는 수강생(색채 감상능력 중심)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운영에서 가능했다.

이로 인해 미술에 흥미가 있는 수강생뿐만 아니라 미술활동에 자신이 없거나 싫어하는 수강생들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미술에 친근감을 느끼고 기본소양을 습득함으로써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는 간접적으로라도 미술환경에 참여할 수 있는 잠재적 미술 애호가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술을 통한 원만한 사회를 구현한다는 원대한 목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수립할 때 고려되었던 교육이념은 다음과 같다.
① 자신감 증대: 어린이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중시한다.
② 상상력 증대: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마음껏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③ 지식증대: 어린이들의 능력에 알맞게 다양한 과정을 마련하고 흥미를 유지한다.
④ 표현력 증대: 우뇌(감각)와 좌뇌(논리)의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습득시킨다.

프로그램의 운영에 있어서는 두 그룹간의 분류로 인하여 발생되는 차별이나 이질감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주제별로 세미나를 구분, 수강생이 주제를 선택하는 세미나 방식이 도입되었다.
물론 주제를 선택할 때는 전문 교사와의 상담을 통하여 나이와 개인의 능력, 흥미 등을 고려한 후 개인별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수강생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유행이나 시사성에 맞춰 세미나 내용은 수시로 개발된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인하여 색채학교의 형태가 마련되었다.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현재는 크게 4종류의 색채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있다.
① 재교육 프로그램: 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미술 교사들을 위한 워크숍
② 색채심리, 표현기법 등의 전문 프로그램: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디자인, 패션디자인, 편집디자인 등, 색채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를 위한 워크숍
③ 문화 프로그램: 색채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일반 수강생을 위한 워크숍
④ 어린이 아틀리에: 색채학교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등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아틀리에’는 찰흙교실, 공상과학교실, 곤충교실 등의 여러 가지 세미나로 나누어지고 있으며, 수강생의 희망에 따라 수강 시기나 세미나의 수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이수한 세미나의 수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므로 수강생 자신이 스스로의 능력을 측정해 볼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수강생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며 개방적이고 다양한 교수법과 경험을 중시하는 교과목의 편성은 효과적인 감성능력을 길러준다.


한국적 특성이 가미된 교수법 개발되어야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하는 교육제도까지도 선진 외국의 교육제도를 그대로 모방할뿐더러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뒤바꿔버리는 식이어서 미래의 주역인 어린 새싹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물론, 현실에 맞지 않고 문제가 되는 제도를 과감히 변화시킬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전의 앞뒤가 있듯이 변화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때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영화 ‘서편제’에서 수양딸의 눈을 멀게 하여 판소리의 진수를 전수하고 오로지 기예에 전념하도록 한 내용이 모 영화제에 출품되어 서구인에게 놀라움을 조성하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다.
물론 서구인에게는 인도(人道)에 어긋난 잔혹행위로 비쳐졌을지 모르지만 일견 한국적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의 미술교육도 교사 중심의 주입식 교수법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가를 유도하고 학생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한국적 특성이 가미된 교수법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글_정도성(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업디자인학과 교수)



합판과 물감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퍼즐로 '색과 구조'를 주제로 공간감을 강조한 작품이다.



종이 찰흙을 이용하여 자신의 표정을 만든 작품으로 입이나 눈 등 특징적인 요소를 색으로 강조하는 것을 익힌다.



야채의 단면을 이용하여 도장을 만들어 그림을 완성시켰다.
형태의 특성을 이해시키는 수업이다.



주위에 산재한 폐품과 색종이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곤충모형의 작품으로, 재료의 가능성을 인지시키는 수업이다.



색종이를 오려붙여 색을 자유롭게 이용한 작품으로 '우주인의 지구를 위한 선물'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종이 찰흙과 물감을 이용해서 만든 동물로 형태와 색의 조화를 인식시키는 수업이다.



'어린이 아틀리에'의 수업 광경

정도성
1957년 일본 도쿄 생.
후지사와 전자(주), 도요구치 디자인연구소, 후쿠다 디자인의 디자이너로 활동.
울산대학교 조교수 .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조교수.
국민대학교 중등교원 연수원 색채교육 담당.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조교수 역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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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 1999년 09 10월호 (166호) 첫페이지로 가기
특집 : 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디자인 조기교육
프롤로그
초등, 중등 디자인교육에 대한 발전방향
중등학교 디자인교육
먼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대학의 디자인교육
창의력 중시하는 미술교과서의 새로운 방향
교수법의 시범지역 - 일본의 색채학교
핀란드의 일상 속 디자인교육
창의성은 길러지는 것인가?
재도약에 부쳐
신지식기반산업으로서 디자인의 역할 강화
21세기는 디자인 전문가 시대
특별기고, 컬럼
미래 디자인의 전망 - 인터랙션 디자인
경험을 재촉할때, 디자인은 미래를 예측한다.
디지털 제품이 쏟아진다
지식기반 경제의 기둥, 문화산업
시그라프, 주체로서의 디자인을 찾아서
인터뷰
[디자인경영] 저자 정경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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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디자인 관련 기반 조사
산업디자인 정보 - 원형을 찾아서
의복, 직물류 /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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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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