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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디자인 조기교육 3

먼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대학의 디자인 교육

디자인의 의미

영국의 시인 예이츠는 ‘디자인이란 민족적 운치를 세계에 알리는 소리 없는 외교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여기서 옛 시인의 낭만적 수사라고 단순히 흘려보낼 수 없는 범상치 않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21세기라는 이른바 새로운 밀레니엄의 박두는 그 개벽의 밤하늘을 수놓을 폭죽들의 화려함 만큼이나 현란한 도전적 화두들로 가득 차 있다.

‘무한경쟁’ ‘문화전쟁’ 등의 숨막히는 용어들이 21세기의 개막에 긴장을 더해준다. 21세기에는 무엇보다 경제적 무한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아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개발한 상품들을 문화적으로 잘 다듬어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디자인이 과거의 변방적 위치에서 미술의 주류로 떠오르는 것도 이러한 경쟁과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기인하는 바 클 것이다. 자동차, 전자, 제품, 가구에서부터 패션, 책,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은 상품의 구매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
예이츠의 표현대로 ‘디자인은 한 나라의 상품을 세계에 알리는 소리 없는 통상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이츠의 표현을 이 정도로 해석하는데 그칠 경우, 우리는 디자인이 지닌 더 중요한 의미를 놓치게 된다. 어원상 디자인이란 단어에는 ‘이미 존재하는 기호를 해석해서 새로운 기호를 창조하는 행위’라는 뜻이 담겨 있다.
(김민수, 21세기 디자인 문화 탐사: 디자인, 문화, 상징의 변증법, 솔, 1997, 6p)
이 뜻을 곰곰이 들여다 볼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디자인이란 기존의 전통과 문화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이다. 기호가 사회적 관습의 일종임을 염두에 둔다면, 디자인이란 전통과 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사회적 관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를 간과하고 이루어진 디자인은 사회적 소통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는 획기적인 선풍을 불러일으켰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외면당하는 디자인, 또는 우리 나라에서는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서양에서는 시큰둥한 디자인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몸에 착 달라붙게 디자인된 일반 남성용 체육복이 서양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았으며, 김치독 냉장고나 물걸레 청소기는 우리 나라에서는 잘 디자인된 제품으로 호응을 받지만 서양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디자인이 어떤 사회, 문화적 관습 속에서 이루어졌는가를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두 번째 시사점은 디자인은 기존의 개념을 넘어서서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내는 능동적 활동이라는 점이다.
예술의 핵심인 창조성이 디자인 분야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특히 오늘날 해체주의 디자인들은 이 창조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가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과 창조적인 능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다소 사변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날 우리 주변의 곳곳에서도 전통적인 문양이나 형태 등을 새롭게 해석하여 현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한 디자인이 실제로 힘을 얻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방패연 모양을 지붕에 적용한 2002년 서울 월드컵 상암경기장이나 고대 동굴벽화의 형상을 응용하여 픽토그램으로 만든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디자인도 또 다른 예로 꼽을 수 있다.


디자인과 초등교육

전통에 대한 이해력과 창조력이라는 디자인의 기본 정신은 실용적인 면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예술교육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전통에 대한 이해력과 창조력은 예술적 소양이 한창 발달하는 초등학교 미술교육의 최종 지향점으로 설정될 수 있다.
이 점을 확인키 위해 초등학생의 예술적 경험이 어떠한 발전 단계를 거치는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예술적 경험은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의 발전을 거친다
(이 점에 대한 상세한 논의에 대해서는 Michael J. Parsons, How We Understand Art: A Cognitive Developmental Account of Aesthetic Experie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7, 20-26p).

첫 단계는 미술품을 제작하거나 감상하면서 개인적 즐거움을 얻는 단계이다.
무엇을 재현하는가 또는 무엇이 표현되었는가에 대한 여부를 떠나 그림 속의 선이나 색 등을 그리거나 보면서 즐거워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미술제작을 통해 바깥 세계의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또는 미술감상을 통해 바깥 세계의 무엇이 재현되었는가를 살펴보는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미술제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또는 미술감상을 통해 작가의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표현되었는가를 살펴보는 단계이다.

네 번째 단계는 자신이 제작한 미술품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또는 자신이 감상한 미술품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감상하는가를 고려하는 단계이다. 자신의 제작이나 감상이 개인적 활동이 아니라 사회나 문화의 전통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임을 의식하여 개인적 제작과 감상을 사회 속에서 객관화하려는 단계인 것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사회, 문화적으로 객관화된 제작이나 감상의 전통적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자기에게 맞도록, 또는 자기 시대에 맞게 재창조해내는 단계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디자인의 기본 정신이 예술적 경험의 고차적 단계인 네 번째 및 다섯 번째와 부합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에서 디자인을 교육시키는 일은 곧 초등학생들의 예술적 경험을 고차적 단계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기존의 디자인 속에 담겨져 있는 사회, 문화적 정신을 가르치고 나아가 기존의 디자인을 학생 스스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게 함으로써, 디자인 교육은 초등학생에게 디자인의 기본정신에 대한 함양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예술적 경험을 발전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디자인 교육은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미술을 이해하고 애호하는 태도를 가지게’하려는, 그리고 ‘느낌과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려는’ 현행 우리 나라 초등 미술 교육의 일부 목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체육, 음악, 미술, 외국어, 교육부, 1998, 95p, 97p).


교육대학에서의 디자인 교육의 지향점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디자인 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온전히 실행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올바른 지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들의 올바른 지도역량을 함양시키는 중심에는 교육대학의 미술교육이 놓여 있다.

첫째, 교육대학의 디자인 교육은 미래의 교사들에게 디자인이 지닌 사회겧화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 교육은 실기교육을 넘어서 인문교육을 포용하는 형태로까지 나가야 한다.

둘째, 교육대학의 디자인 교육은 미래의 교사들에게 창의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 디자인의 전통적 의미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역량을 배양시켜야 한다.
창조성의 장점을 맛본 교사만이 학생들의 창조성을 인정하고 그 창조성에 대한 개발에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디자인 교육을 둘러싼 여러 시설들에 대한 확충이 필요하다. 창조성은 머리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조성을 구체화시켜주는 여러 과정을 통해 발생, 수정, 발전된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미술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교육시설의 불충분이라고 답했다.
(박낙규 외, 대학 예술 교육의 현황과 개선방안: 미래적 모형의 제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예술 문화연구소, 1999, 99p).

실습실이나 디자인 관련 자료실 등의 확충도 급하지만 21세기의 창조성은 그것을 실현시키고 북돋워줄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표현 매체가 종이나 캔버스에서 스크린과 모니터로, 표현도구가 물감이나 실크스크린에서 마우스나 전자펜으로 확대되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변화하는 컴퓨터 디자인의 기술을 다양하게 훈련하고 응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교사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기를 짊어질 초등학생들조차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넷째, 이른바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컴퓨터가 새 밀레니엄의 견인차라면, 환경은 새 밀레니엄의 아킬레스 건(腱)이다.
컴퓨터 기술의 화려한 청사진도 그 청사진을 구현할 환경이 나쁘다면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공해를 덜 배출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생기술을 수용하는 등의 디자인을 통해 환경보호에 힘쓰고, 디자인 교육에도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다섯째, 위에서 언급한 방향으로 디자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대학에서 디자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양적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담임교사 한 명이 전체 교과를 모두 지도하는 초등학교의 경우, 미술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교육대학의 편제상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한 부류는 미술교육을 전공한 후 담임을 맡는 전공 교사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타전공자로 미술 과목을 교과교육과 실기교육을 통해 별도로 담임을 맡는 경우다.
그러나 미술교육을 전공한 경우라도 국어, 수학, 사회, 윤리 등 13개 이상의 다른 전공과목 중 하나일 뿐이므로 초등학교 미술교육의 대부분이 비전공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디자인 교육, 나아가 미술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술교육 전공 교사들을 통한 전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개선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표1과 표2를 참고로 문제점을 짚어보자. 먼저 미술교육 전공자들이 심화과정을 통해 배우는 미술 전문 교과는 전체 150여 학점 중 21학점 정도에 불과하다.
사범대학이나 일반대학의 경우 전공학점이 40학점에 이른다는 사실을 참고한다면, 교육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전공학점은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미술교육 전공자일지라도 미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는 그만큼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표 1) 인천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심화과정 편제(1998~1999)
과목 학점
  소묘
조형교육연구, 미술의 이해 중 택1
서양화
동양화
아동미술의 연구
공예
서예
미술교육론
조소
디자인, 판화 중 택1
2
3
2
2
2
2
2
2
2
2
21
(출처 : 인천교육대학교 대학요람 1998~1999, 70p)

(표 2) 서울교육대학교 심화과정 편제(1993~1995)
  과목 학점
심화필수 소묘
회화
미술과 교수법
디자인, 공예
조소
서예 1
3
2
2
2
2
21
심화선택 조소 2, 서예 2 중 택1
서양화, 공예 중 택1
동양화, 판화 중 택1
디자인, 유화 중 택1
2
2
2
2
 
(출처:이규선,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육과정에 관한 소고,사향미술교육논총 2집 1995, 127p)


더욱이 교육대학 미술교육 전공자들을 선발하는 시험에 미술관련 이론 및 실기시험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대학의 미술 전공자들에 비해 그 기초가 약한 경우가 많다.
또한 21학점의 교과 시간 중에서도 디자인 관련 수업은 서양화, 동양화를 비롯하여 공예, 저서. 미술교육론, 판화 등과 함께 2학점만 이수하면 된다. 심지어는 공예와 디자인이 하나의 과목으로 묶여 2학점 교과로 개설된 경우도 있으며, 다른 미술 교과와 디자인 중 하나를 택일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2학점만 디자인 수업을 받은 후 초등학교에서 올바른 디자인 교육을 시행하기는 여러 가지로 무리다.
그러므로 디자인 교육, 나아가 미술교육의 수업시간이 늘어나지 않고서는 미술 전담교사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그 교육의 질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지금 상태로는 디자인 교육이 주마간산격일 수밖에 없으므로 양적인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겠다.

그동안 디자인 교육은 이른바 순수미술 분야에 비해 그 중요성이 도외시되어 왔다. 그리고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실용적 수단에서 언급하고 그친 점도 많았다.
그러나 앞서의 논의들을 고려해 볼 때 디자인 교육은 예술교육, 나아가 인성교육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할 수 있다. 수업시간의 확대 등을 통해 디자인 교육의 기회를 넓힘으로써 미래 교사들의 예술적 실기능력, 나아가 창조성 및 인성을 함양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급속도로 발전해 가는 디자인 분야의 성과들을 이미 교직에 있는 교육대학 졸업생들에게 가르쳐주는 평생교육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을 재학중에 받았다 할지라도, 새로운 내용들을 계속 습득하지 지 않는다면 교육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들이 21세기의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우가 범해져서는 안된다. 교사들이 새로운 디자인 기술을 익히고 그 기술의 사회, 문화적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기회를 연수 등을 통해 마련해주어야 한다.

교육대학은 일반대학보다 더 먼 미래를 보아야 한다.
일반대학은 4년 후에 사회에 배출될 동량들을 키우는 곳이지만, 교육대학은 그보다 더 먼 후 사회의 동량들을 가르칠 교육자들을 키우는 곳이다. 더 긴 눈길로 변화하는 세상을 보고 더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교육대학의 디자인 교육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글_김진엽(인천교육대학 미술교육과 강사)


김진엽
1963년 생.
서울대 미학과(1986).
서울대 대학원(1990).
미국 템플대학교 철학박사 학위(1995).
논문‘새로운 라오콘 속으로: 그린버그의 미술비평에 대하여’
논문‘예술에 대한 이론 교육의 지향점’ 등.
현재 인천교육대학교 미술교육학과 강사를 역임하면서 미학, 미술비평론, 예술 교육에 관한 연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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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 1999년 09 10월호 (166호) 첫페이지로 가기
특집 : 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디자인 조기교육
프롤로그
초등, 중등 디자인교육에 대한 발전방향
중등학교 디자인교육
먼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대학의 디자인교육
창의력 중시하는 미술교과서의 새로운 방향
교수법의 시범지역 - 일본의 색채학교
핀란드의 일상 속 디자인교육
창의성은 길러지는 것인가?
재도약에 부쳐
신지식기반산업으로서 디자인의 역할 강화
21세기는 디자인 전문가 시대
특별기고, 컬럼
미래 디자인의 전망 - 인터랙션 디자인
경험을 재촉할때, 디자인은 미래를 예측한다.
디지털 제품이 쏟아진다
지식기반 경제의 기둥, 문화산업
시그라프, 주체로서의 디자인을 찾아서
인터뷰
[디자인경영] 저자 정경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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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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