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디지털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벌써 ‘인터넷 냉장고’가 개발되어 주목을 끌면서 디지털 시대의 출범을 알리고 있다.
브이싱크 테크놀로지라는 일본의 벤처기업에서 만든 이 신제품은 냉장고 문에 액정 패널을 부착하여 주부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도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키보드가 필요 없는 이 냉장고는 문에 달린 액정 스크린에 손을 대거나 패널 밑에 붙어 있는 마이크를 통해 목소리로 인터넷을 조작하면 된다. 1999년 말 실험 가정에서의 모니터링을 거쳐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또한 인터넷 기능을 부착한 소니의 초소형 노트북 ‘바이오(Vaio)’가 시장에 출시되어 젊은 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날개 돋힌 듯이 팔리고 있다. 98년 하반기에 발매된 후 1년만에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PC로 부상하였다.
귀엽고 깜찍한 디자인과 색깔로, 기존의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 된 신제품의 출시가 성공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한 발 앞당기게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역시 시판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사용되어왔던 PC와 TV를 융합하기 위해 대용량의 서버를 달아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하기 시작했으며, 여러 형태로 모아진 컨텐츠를 간단하게 편집하고 가공하는 디바이스(device) 기능이 부착된 디지털 시대의 신제품인 정보 가전제품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제품들은 일방적인 형태가 아닌 쌍방향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는 98년 11월 말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었으며, 일본 역시 21세기 초 인공위성을 발사하게 되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컬러 TV를 대체할 새로운 디지털 TV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일본의 전자 회사들은 디지털 TV 시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테이프는 마쓰시다가 끊었다.
마쓰시다는 1998년 8월, 디지털 56인치 프로젝션 TV를 미국 시장에 발매했는데, 불과 몇 분만에 수십 대가 팔렸을 만큼 호조를 보였다고 한다.
히다치나 소니 등도 1998년 말부터 출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미국이 지상파 디지털 방송 지역을 점차 확대할 예정으로 있어 디지털 TV의 판매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디지털 신제품은 PC와 전자제품,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의 복합화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전자회사, PC회사, 소프트웨어 회사라 할지라도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세계 유명기업간의 전략적인 제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998년, 사실상 PC 소프트웨어의 표준을 거머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일본의 소니, 히다치, 마쓰시다 등 유명 전자제품 회사들과 잇달아 제휴를 체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일본의 경우, 21세기 초반이 되면 디지털 제품의 시장 규모는 수 조 엔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이와같이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제품의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본의 전자 회사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의 가전 회사들도 신제품 출시를 둘러싸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입장이다.
비록 지금은 정상의 위치에 있는 전자 회사일지라도 디지털 제품의 시장경쟁에서 일단 뒤지게 되면 21세기에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제품을 생산할 기술력이 확보된다 해도 문제는 가격이다.
아날로그 제품은 한 번 구입하면 10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제품은 기술의 진보에 따라 2년 내지 3년 단위로 제품 사이클이 짧아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가격의 디지털 제품은 소비자에게 많은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앞서 말한 인터넷 냉장고의 경우에도 일반 냉장고보다 30% 정도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한다. 따라서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는 더욱 힘들게 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제품이 추구하는 편리함을 보장해주기 위해 어떠한 디자인을 채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까다로운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기존의 제품보다 더욱 편리하고,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디지털 제품 역시 초기에는 기능을 중요시하겠지만, 결국은 디자인이나 컬러 등 고감도 기능이 디지털 제품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_김근동(삼성경제연구소 정책 T/F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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