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은 각종 축제와 이벤트 열기로 한창이다. 바야흐로 떠오르는 영상매체이자 산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행사만 보더라도 그렇다.
세계 유일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종합축제 제4회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 1999 ; 8월 13일∼20일, 서울 COEX 전시장)이 이제 막 끝났다.
제3회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5월), 제2회 인디포럼영화제(5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개관 행사(5월) 등 서울의 행사들은 추적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서울과 가까운 부천에서는 올해 4월, 제1회 부천국제대학 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 1999)에 이어, 애니메이션 단편 상영작들이 돋보인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1999 ; 7월 16일∼24일)가 계속되었다.
충북 괴산군 화양계곡에서도 단편영화를 중심으로 1999 괴산영화축제(7월 30일∼8월 14일)가 열렸고, 마산,창원에서도 서울만화축제를 축소한 듯한 행사를 마련했는가 하면, 9월 초에 아산시에서는 한일 청소년영화제를 열 예정이고, 전주에서도 2000년 4월, 대안영화 중심의 제1회 전주영화제를 준비중이다.
또한 부산의 경우 4회 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와 별개로 올해 1월부터 시작한 제1회 부산국제판타스틱 애니메이션영화제를 성황 속에 치른 바도 있다.
여기에 한국의 실리콘벨리를 주창하면서 1995년부터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만화영상 관련산업의 적극적 지원과 유치에 나서는 강원도의 춘천시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춘천을 ‘애니타운’으로 조성하고 관련 행사들을 통해서 이를 강화,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글은 이러한 춘천이 1997년부터 매년 행사를 개최, 올해로 3회 째를 맞이한 1999 춘천국제애니타운페스티벌(CHIAF ; Chunchon International Anitown Festival)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비판을 담고 있다.
첫 해부터 특별한 인연으로 접근이 가능했던 춘천 행사를 주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위에서 예시한 다른 많은 지자체들에게도 내부의 행사를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글을 다듬었다.
부디 이 글이 ‘춘천만의 문제’라고 떠벌리는 차원의 의도로 읽히기보다는 춘천을 포함한 축제와 이벤트들이 국내의 현실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 거듭날 수 있는 근거로 쓰여지기를 바란다.
춘천의 입지와 애니타운 추진사업
춘천은 지역적, 구조적으로 수도권 2,000만 인구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그린벨트, 자연환경 보호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전체 행정구역 중 개발제한 지역이 64%를 차지 - 1996.12 현재 기준)로 인하여 정부의 개발 중심축에서 벗어나 공장부지를 한곳에 마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곧 그동안 춘천이 자기 지역을 대표할 만한 주력산업을 세울 수 없었고, 그것이 지역경제가 낙후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여건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춘천시는 1995년부터 지자체 중에서는 가장 선도적으로 굴뚝없는 무공해 환경친화형 산업(가령 만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 같은)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그 노력의 결실로 1996년 문화체육부의 만화도시 지정은 물론, 1998년에는 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 진흥구역 지정과 산업자원부의 생물산업 시범도시 지정을 받는 등 전국적인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현재 춘천시는 멀티미디어, 만화 영상산업과 생물산업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곂�경겷럽� 벤처기업이 함께 공존하는 고부가가치의 미래 지식산업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특히 춘천시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애니타운 조성계획에 잘 반영되어 있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7개년에 걸쳐 만화이미지 정보센터와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를 주축으로 기반조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웅대한 꿈과 희망의 애니타운 춘천에 만화도시가 탄생했음을 선포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홍보하여 국내 만화 및 애니메이션의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한 춘천만화축제도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최되기 시작했다.
1997, 1998년 축제행사의 진행과 그 결과
① 1997 춘천만화축제(Chunchon Anitown Festival 1997)
1995년에 개최된 제1회 서울국제만화축제(SICAF 1995)의 환상적인 성공에 이어, 1997년 여름에 서울과 춘천에서는 보란 듯이 같은 날 두 개의 행사가 동시에 개막식 테이프를 끊었다.
MBC에서 개최한 제1회 애니멕스포(AnimExpo)와 1997 춘천만화축제가 그랬다. 이 두 행사는 전시와 상영이라는 비슷한 내용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25일부터 10일간 계속되었다. 8월 중순에는 제3회 서울국제만화축제가 꼬리를 물었고, 9월 말에는 총 1억 원이라는 상금을 공모전으로 제시하며 새롭게 포문을 연 제1회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이 뒤를 이었던 한 해였다.
프로그램과 진행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재능있는 신진작가들을 찾아내 키우며 국내 관련산업의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에서는 대동소이했다.
아무튼 1997 춘천만화축제는 이러한 경쟁 속에서도 성공적이었다. 행사 후 작성된 종합평가서에 따르면, ‘만화 영상도시 춘천’의 실천의지를 국내외에 선포한 성공적인 축제였다고 풀이한다.
행사기간 동안 연일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총 20여 만 명의 관람객이 참관했다.
이는 만화도시 춘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였고, 춘천의 이미지를 대내외로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로 작용하였다. 여기에는 마임제, 인형극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통하여 축적되어온 춘천의 문화적 인프라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준비기간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성황이었다는 사실만으로 행사 전체의 성장 가능성이나 역량이 과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차라리 서로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고 치러진 당시의 경쟁 페스티벌과는 어떤 차별성을 지녀야 하는지, 전체 산업구조나 문화환경적 현실을 냉정하게 따진 만화축제의 입지와 방향이 무엇인지를 우선 밝혀보는 것이 당시로서는 훨씬 더 필요한 사안이었다. 이듬해 벌어진 축제의 결과에서 우리는 냉정한 평가와 판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② 1998 춘천국제만화축제(Chunchon International Anitown Festival 1998)
1998년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다소 길게 16일간 진행된 1998년 축제는 국내 경기침체와 더불어 각종 어려운 여건이 기획부터 그대로 반영된 행사였다. 전문 기획사에 의해 진행되던 초기 추진은 중도에 무산되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 공무원들 손에 넘어갔다.
처음이라는 프리미엄을 얹어 득을 본 전년도에 비해 결국 목표만 국제적 위상으로 격을 올린 상태였다. 당연히 행사의 내용도 전혀 초기 기획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예컨대 행사의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도록은 1회 때와 마찬가지로 2회에도 없었다.
또 대극장 규모의 스크린(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필름 상태가 아닌 채, 장편이나 단편작품 모두가 자막처리도 없이 비디오 상태로(더구나 그것도 방송용 베타테이프가 아닌 가정용 복사 테이프에 옮겨진 채로) 상영되었다. 국제적 심포지엄은 상영필름을 제공한 일본 제작자가 참가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
춘천시가 제공하는 혜택 때문에 애니타운 예정지에 입주한 제작사들은 처지가 더 딱했다. 점차 일이 없어 다시 서울로 옮겨가야 하는 불안에, 행사 전시관에 동원되어야 하는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6일간 행사장에는 제법 가족 단위의 아이들로 북적거렸지만 행사는 적자였다.
바이킹이나 코끼리 열차가 돌아가는 놀이동산이 집객을 도왔는데도 그렇다. 대개 춘천시 파견 공무원들로 구성되었던 축제 사무국 실무자들은 이 어린이용 위락시설에 지금도 집착한다. 그리고 이것을 행사의 ‘이벤트 아이템’으로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③ 반성과 성찰
올해의 행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결합된 전문가팀에서는 전년도 행사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997년 축제의 경우는 춘천 만화도시 탄생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의미와 행사 시설의 도입과 그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을 비축할 수 있어서 차후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다만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의 경험 미숙과 전문성이 결여되어 대외적인 이미지가 손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에어돔 형식으로 건립된 천여 평 규모의 컨벤션홀은 냉방장치가 안되어 있어서 관람객들은 물론 전시 참가자들에게도 아주 나쁜 기억을 갖게 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일이며, 아울러 영화제의 경우 상영 프로그램들이 그 페스티벌의 모든 인상을 좌우하니 만큼 이에 대한 특별한 보완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1998년 축제의 경우는 행사의 내실이 어떠했든지 간에 애니타운 춘천의 국제적인 홍보를 시도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행사 진행의 미숙으로 나타난 혼선과 전문성의 결여로 축제 이미지에 훼손을 가져온 사실을 지적하였다.
더구나 본말이 바뀐 듯해 보인 이벤트의 과잉은 행사 컨셉트 전체를 흔들어 페스티벌의 차별화에 큰 타격을 준 사실도 지적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중심과 체계가 있는 이벤트가 실행되어야 하며,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미분화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영역구분을 확실히 하고, 행사에서 분리와 상호 결합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을 중심에 놓고 애니타운 춘천의 산업적인 접근이 연계된 견본시 성격의 국제적 페스티벌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되었다.
사실 완전한 산업 마켓 중심의 애니메이션 전문 페스티벌로 정립되려면 MIFA나 MIPCOM 등의 견본시처럼 일정한 국제적 신뢰와 상당한 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한 접근을 위해서는 1, 2회 때 다소 실추된 지역적 행사의 내용을 과감하게 축소시키고, 춘천 애니타운의 레이블을 가시화 시킬 수 있는 행사추진이 요망되었다.
애니메이션 산업 마켓의 전단계인 투자지원을 통한 춘천 축제의 이미지 고양은 그래서 필요했다. 창작 기획안에 최소한의 지원금을 밀어주어 산업현장의 창작물 활성화를 이루려는 독립창작물 기획 공모전이나 애니타운 프로젝트 프로모션과 같은 행사가 우선 배치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이를 통해 애니타운 크레딧이 확보된다면 국제적인 산업마켓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또 그렇게 확보된 작품들이 바로 쇼케이스(Showcase)에 내걸리는 작품들로 묶여질 것이고, 상영회를 통해 타겟별로 일반 관객들에게도 수용되는 것이다.
④ CHIAF 1999의 행사 추진방향
1999 춘천 축제는 춘천 애니타운 건설 프로젝트와 유기적인 연대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종사자, 투자자, 구매자들과 신진 인력의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는 여건을 우선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과 관련 상품의 수직적 가치 재생산 구조를 가시화 할 수 있거나, 그 촉진제로 기능하는 페스티벌이 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애니메이션 중심의 멀티미디어 산업축제’로 볼 수 있다.
1997년과 1998년도의 축제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올해 함께 개최되는 다른 페스티벌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며, 애니메이션 산업과 애니타운 프로젝트 그리고 춘천시 행사를 묶어내는 일관된 컨셉트와 전문성을 획득하자는 취지에서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컨셉트였다.
행사의 주제 또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이미지인 ‘디지털 - 새 천년과의 조우(Digital, Close Encounter with A Millennium)’로 정해 현재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의 세계적 변화 조류에 조응하는 한편, 기존의 디지털 이벤트를 정리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전환’이라는 세기말의 이미지에 부합되도록 고려하였다.
이것은 프랑스의 이마지나와 뉴욕의 디지털살롱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지털 영상축제와의 연계 추진을 통해 세계로 향한 홍보 기회를 제공받고 춘천행사의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집중성에 그 뜻이 있었다.
CHIAF 1999와 지자체 행사의 문제점
① 임의적인 조직체계
우선, 올해 춘천의 경우는 처음으로 행사총감독(Festival Director) 체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나 인식은 없었다.
상식적으로는 축제의 색깔을 지휘하는 행사총감독이 동 행사의 집행위원장의 권한과 책임을 수행한다. 이를 행사 단위의 조직적인 체계로 뒷받침해야 차별적인 프로그램들이 실천될 수 있다. 이는 행사총감독의 전결권 문제로 귀착된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권한과 한계 설정없이 이 제도의 정착은 어렵다.
오히려 춘천시의 축제조직위원회(사무국)의 경우는 시 조직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즉, 부시장→기획실장→정책담당관(과장)→총괄팀장(계장)→파견직원이라는 보고체계와 결재라인이 전부였다.
따라서 행사기획을 담당한 전문팀원과 춘천시의 파견 공무원 위주의 사무국 체계는 조직위 혹은 집행위 단위로 융합되지 못한 채 행사 준비가 추진되고 말았다.
이런 경우, 행사기획자의 입안들은 신속하게 검토, 수용되지 못하고 결재라인을 맴도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별도 체계를 유지하는 파견직원들을 사안별로 설득, 이해시키려는 소모적 회의나 설전이 계획의 수립과 집행을 방해하는 때도 많다.
꼭 필요했던 분야별 전문직 인원의 채용 문제, 행사들의 우선순위나 예산배분 및 선결 집행의 문제, 나아가 행사의 방향성 문제들까지 결정은 없고, 시기를 상실하여 추진이 불가능해지거나 결국 현실에서 어긋나는 차별성 없는 기획으로 행사가 변질되기 쉽다.
② 전문성이 결합되기 힘든 지역적 배타성
지역적 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여러 지자체마다 다양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인구 24만 명의 춘천의 경우는, 지역여건에서 오는 나름의 문제와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성 때문에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기업 유치, 첨단산업, 연구단지 조성 등 생산기반 마련을 위한 각종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춘천축제의 필요성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데 유익하게 작용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또 전문가들이 설정한 춘천축제의 방향성은 지역여건의 다양한 개선점 중에 하나인 애니메이션 산업 분야의 발전을 위한 제안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많이 부딪치는 문제가 우리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라는 배타적인 태도나 무시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배타성은 개별 분야의 전문성마저 불신하려는 오만과 따돌림으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우리 지역은 위락시설이 갖추어진 행사여야 현장에 사람들이 모인다’라든가, ‘우리 시는 원래부터 이렇다, 혹은 저렇다’라는 강변은 분명한 편견이다. 차라리 지역 주민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더 절실할뿐더러 행사준비 자체에도 시민단체 등을 포함시켜 이를 현실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
토착적인 입지의 기반과 발전 전망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분야별 전문적인 힘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가 증폭될 때 축제나 영화제도 저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③ 기초없는 실적 위주의 업무추진
춘천시의 경우, 가장 원천적인 문제는 시 전체가 애니메이션 산업발전에 필요한 접근성(교통망 등), 정보교환성(국내외 자료 호환이나 통신망), 집중성(입지조건 등) 등 기초적인 인프라가 아직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인프라의 기초적인 구축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사회에서 주목받는 산업분야를 서둘러 유치하려는 의욕과 실적이 앞서다가 빚은 결과이다. 만화영상산업에서 게임산업으로, 다시 멀티미디어 영상산업으로 나아가, 하이테크 벤처타운으로 시 공무원들은 이미 진행중인 사업의 실적 보고서를 미룬 채, 새로 추진할 프로젝트의 기안서를 작성하는 업무에 바쁘다. 그러면 당연히 기초가 부실해지기 쉽다.
지자체의 행사들도 이런 선도적 사업들의 공세에 치어 추진실체를 상실할 우려가 높다. 대개 지속되는 지역행사의 경우, 이전 행사의 실적을 기초로 하게 마련인데 그 기초 자체가 부실하다면 행사가 제대로 치러질 리 없다.
그러나 현실은 행사의 새로운 기획입안들이 그런 경험들로 재단되어 버리는 문제가 왕왕 발생한다. 그래서 해당년도 행사의 방향성에 대한 일치된 합의를 거들기보다는 과거의 관행으로 임기응변하는 긴급한 처방이 여전하다.
그러한 처방은 경우에 따라 새로 채용된 전문역량들을 무력하게 하여 전반적인 행사의 취지나 방향성을 살리는 쪽으로 전문성의 무게를 실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행사로 만들어야
현재 1999 춘천국제애니타운페스티벌은 아직 진행중인 것으로 되어 있다. 즉, 올해의 행사는 견본시 성격을 강화해서 ‘국제행사’로서의 면모를 다지는 것으로 하고, 붐업 조성기인 7∼8월에 일반인 중심의 애니메이션 축제를 열고(이미 7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 진행됨), 9∼10월에는 애니메이션 전문 매니아와의 만남의 시기로 설정해 전문인력 육성과 양성을 위한 워크숍, 취업박람회 등을 마련하며, 11월 춘천 하이테크 벤처타운 준공에 맞춰 다양한 국제적 교류 및 비즈니스를 위한 마켓의 장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지자체의 축제 이벤트로서는 장기적인, 한 해의 하반기가 전부 할애되는 지역행사가 탄생된 꼴이다. 축제가 이렇게 변경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행사추진을 위해 함께 결합했던 전문팀들이 공무원 중심의 추진조직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중도 퇴진할 정도로 내실없이 진행된 지자체 행사의 실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춘천시의 공무원들이 일부의 편협한 전문가들보다 훨씬 화려하게 춘천만화축제를 꾸며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광주 비엔날레의 총감독 해임 파문에서 보듯이 행정관료 중심의 행사조직은 합리적인 절차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판단이나 편의적 발상에 의해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럴 경우 미래 춘천의 문화, 산업적 전망이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본질적인 발전에 전혀 무익한 결과만 줄뿐이다.
광주 비엔날레의 운영을 민간 문화예술인 중심구조로 개혁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광주에만 울리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지자체의 이벤트나 행사 추진 주체들은 투명하고 공익적인 운영과 지역시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 절차를 가진 조직체계나 구조로 각자의 이벤트나 행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1997 춘천만화축제백서>, 춘천시, 1997
◎ ‘미래 지식산업의 중심도시 춘천’, 춘천시 홍보용 카탈로그, 1999
◎ 1999 춘천국제애니타운페스티벌(CHIAF) 기본계획서, CHIAF 1999 연구개발팀
◎ <씨네21> 제212호. 한겨레신문사, 1999. 7. 27
◎ 제3회 춘천국제애니타운페스티벌 행사개요, 동 조직위원회, 1999
글_이용배(계원조형예술대학 디자인계열 애니메이션 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