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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디자인 조기교육 7

창의성은 길러지는 것인가?

어린 시절의 풍부한 경험이 창의성 좌우

창의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세계 여러 나라가 창의성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소위 아이디어 전쟁이란 말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창의성에 관해서는 심리학이나 관련 학문 분야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버논(Vernon, 1989)은 “창의성은 예술, 문학 분야를 비롯하여 자연과학, 사회과학, 철학 분야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생각이나 통찰력, 발명이나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연구가는 “창의성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엉뚱한 짓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동열 교수는 어떤 의사가 능숙한 솜씨로 어려운 수술을 척척 해낸다면 ‘기술이 좋다’거나 ‘능숙한 솜씨’라고는 할 수 있지만 ‘창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창의적이라는 것은 예전에는 없던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당면과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창의성과 성격과의 관계를 조사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지적 모험심이 크며
② 인내심이 많고
③ 지적 호기심 내지 궁금증이 많고
④ 새로운 경험이나 정보에 높은 수용성 내지 개방성을 보이고
⑤ 자기가 하는 일에 미치다시피 심취하고 열중하는 경향이 있고
⑥ 자기가 하는 일에 뚜렷한 목적의식과 참여의식이 있고
⑦ 외부에서 오는 규제나 구속을 배척하며
⑧ 때로는 퇴행적이고 반추적인 사고, 혼자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많고
⑨ 그가 있음으로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고
⑩ 광범위한 흥미를 가지고 있고
⑪ 오리지낼리티와 창의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⑫ 행동이나 태도에서 남과는 다른 비(非)관례적이고
⑬ 직감력이 풍부하고
⑭ 기회 포착을 잘하며
⑮ 자기비판과 자신감간의 내적 갈등을 갖는다.

간트너(Gandner)는 자기 전공 분야에서 비범하게 창의성을 발휘한 아인슈타인, 프로이드, 간디, 엘리어트,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그라함 등 7명에 대한 전기를 통해 성격 특성을 연구했다(1993년).
이들 7명이 어떤 공통점이 있느냐에 관심을 갖고 분석을 했는데
① 확고한 자기 자신감
② 황소고집
③ 일에 몰두하는 능력
④ 왕성한 활동력
⑤ 뚜렷한 목적의식
⑥ 자기 자신이나 남으로부터의 높은 기대감 등이었다.
앞서 말한 7명은 그야말로 세계를 주름잡던 인물들이었지만 흥미있는 공통사항은 유아기 때 풍부한 경험을 하였고, 어린 시절의 지적, 사회적, 정서적 성향을 그대로 보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중심적이거나 질문을 많이 하는 등 다소 어린 아이와 같은 특성을 보여줄 때가 많다는 점이다.


내면의 생각을 가시화시키는 미술

인간은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까치가 나무 위에 집을 짓는 것도 일종의 창조다.
그러나 까치집은 100년 세월이 흘러도 그 한계를 넘지는 못한다. 100년 전이나 현재나 똑같은 모양의 까치집일 뿐이다.
인간만이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갖고 창조를 계속한다. 그 욕망은 또 다른 무엇을 추구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해간다.

미술에서 창조적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보이게(可視)하는 것이다. 어떤 존재를 실물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머리 속의 상상, 생각 또는 철학적 사상도 가시적 수단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드는 작업과정은 평면이건 입체이건 또는 인식할 수 있는 기호나 색깔로 창작행위를 통해 그 사람의 인간적인 내면이 드러나게 된다. 개인의 능력이나 감각이 직관을 통해 어떻게 이미지화 되느냐와 밀접한 것이다.
가령 같은 호랑이를 동물원에서 구경했더라도 A라는 사람은 얼룩무늬를 인상적으로 느꼈을 수가 있고, B는 날카로운 발톱과 두 눈동자에 강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각기 나름대로 느낀 것을 당사자가 직관적으로 취사선택하여 미술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가 바로 미술만이 갖는 특징이다.

미술표현은 회화나 조각 또는 디자인을 포함해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우선 생겨야 한다.
그것은 창의적인 요소 중 가장 기초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 볼까 하는 마음이 또 다시 생기면 창작 행위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때 작업하는 과정이 즐겁다면 더없이 좋은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평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접근하지만,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전개해야 흥미가 생긴다. 가령 독수리가 사냥하기 전에 먹이를 발견하고 행동하는 경우와 같다. 목적 없이 손가락만 오락가락 하면 곧 싫증이 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림1)은 독일 아이가 그린 그림이다.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하나 하나씩 새까지 날아가고 있음이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새를 잡으려면 방아쇠를 당기고 총알이 나에게로부터 출발하여 목표물에 맞춰져야 된다는 사실을 충실히 성립시키고 있다.
이 그림과 비슷한 그림을 그린 한국 아이는 포수가 쏜 총에 새가 이미 정통으로 맞아 있는 그림이다. 날아가고 있는 총알은 그릴 필요가 없다. ‘누가 그 정도도 못 맞추겠는가’라고 생각하므로 총알이 나가고 있는 단계는 이미 시시한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과 표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보다 흥미가 있는 한국적인 풍토가 어린 아이의 그림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한국적 미감을 객관화시키는 노력 필요

한국인은 마음 속에 커다란 욕망을 갖고 있더라도 겉으로는 직접 드러내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면 세계를 서서히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에 의해 창호지가 생겨났고, 고체도 액체도 아닌 중간의 물렁물렁한 떡이 창조되었던 것이다.
서양식의 미적 개념과 가치관이 온통 세상의 기준이 되고 있지만 한국인의 가슴 속에 담겨 있는 이 은근한 맛과 절제의 미학을 잘 끌어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분명하고 아름다운 산과 계곡, 물 등 자연과의 교감이 풍부한 환경조건을 갖고 있다.
경치가 좋아서인지 옛부터 훌륭한 예술가와 기업가, 운동가 등도 많이 배출되었다. 한국인의 감각은 비교도 안될 만큼 뛰어나다. 4천만 국민 모두가 예술적 기질과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한국인이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갖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직관력’이다. 가령 목수나 흙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尺)를 잘 쓰지 않고 눈으로 적당히 맞춘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딱 들어맞는다.
부엌에서 김치 담그는 할머니가 고춧가루를 적당히 퍼담는데, 맛이 그만이다. 서양요리의 경우는 고춧가루 몇 그램(또는 몇스푼 등), 마늘 몇 쪽 하는 정확성을 중시여길 뿐 적당량을 감지하는 직관력은 통용이 되지 않는다.
서양의 인부들은 자 없으면 길이를 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을 못한다. 창의적 유전인자가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핏줄에는 연연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유머감각과 더불어 일상생활에 감(感)이 풍부한 기질이 흐르고 있다. 감이라는 것은 딱히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느낌이나 알아차릴 수 있는 어떤 감정이다.


'무형의 자산'에 투자해야

현대사의 몇몇 큰 고비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가치관이 많이 변화되어 왔다.
군사문화를 경험하면서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배금사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며, 고위직, 하위직 가리지 않고 부정부패가 연일 뉴스 첫머리를 장식한다.
이러는 사이 각국의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연구와 투자 열기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미술 디자인은 곧 산업전쟁처럼 미국과 유럽을 공략해야 되는 운명을 갖는다. 한국이나 중국, 싱가포르 등의 산업 제품은 미국 수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아시아 지역의 상품 판매는 제품의 포장에서 승부가 날 정도록 첨예한 실정이다.
현지에서 보면 매우 긴장되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들이 많다. 필자는 매번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한국 상품의 디자인 수준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된다.

중국이 7∼8년 전부터 대미수출 상품의 디자인 가치에 대한 뼈저린 아픔을 느낀 나머지 디자인 교육의 대변혁을 실시했다.
초, 중, 고 미술교육에서 디자인 영역을 대폭 확대시킨 것이다. 종전의 10%에서 22∼25%로 디자인 부분을 넓혔다. 미국,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도 미술 교과서에서 다루는 디자인 영역의 비중이 50% 정도다.
일본은 아예 ‘디자인’과 ‘공예’를 분리, 독립시켰다. 따라서 디자인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디자인 수업만 90∼100%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초, 중, 고 디자인 교육은 스위스를 모델로 삼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은 스위스나 미국, 독일을 모델로 삼고 있지만, 이러한 나라들의 좋은 사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정서와 전통을 접목시켰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일본적인 감각을 인위적으로 부각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평소 전통미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계속해오면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스타일’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확실히 구축할 수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디자인 교육은 바로 국민교육이며 산업교육이고 바로 국가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미래가 바로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글_김정(숭의대학 교수, 서양화가)



김환기 작.


 


백남준 작.


 


안상수 작.


그림 1.

김 정
1941년 생.
경희대학교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독일에서 연구 및 아우구스부르그 객원교수 역임.
개인전 국내외 12회.
그룹전 150여 회
저서 <미술교육총론>(1990)
<세계의 미술교육>(1995)
<미술교육학 원론>(199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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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 1999년 09 10월호 (166호) 첫페이지로 가기
특집 : 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디자인 조기교육
프롤로그
초등, 중등 디자인교육에 대한 발전방향
중등학교 디자인교육
먼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대학의 디자인교육
창의력 중시하는 미술교과서의 새로운 방향
교수법의 시범지역 - 일본의 색채학교
핀란드의 일상 속 디자인교육
창의성은 길러지는 것인가?
재도약에 부쳐
신지식기반산업으로서 디자인의 역할 강화
21세기는 디자인 전문가 시대
특별기고, 컬럼
미래 디자인의 전망 - 인터랙션 디자인
경험을 재촉할때, 디자인은 미래를 예측한다.
디지털 제품이 쏟아진다
지식기반 경제의 기둥, 문화산업
시그라프, 주체로서의 디자인을 찾아서
인터뷰
[디자인경영] 저자 정경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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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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