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산업디자인 잡지 > 174호

케이스 스터디 : 지엔코

트렌드를 예측하는 지엔코의 기업 전략

패션 기업에서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은 아직 친숙한 용어가 아니지만 개념 만큼은 전혀 낯설지 않다.
패션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브랜드 개발에서 상품 기획,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기업 운영의 전 과정 속에 디자인이나 스타일에 대한 전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떤 형태로든 디자인 경영의 기초적 개념이 녹아있는 분야이면서, 동시에 디자인 경영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좌우되는 분야가 바로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패션계에서 국내 스포츠 캐주얼 시장을 개척하고 3년째 톱 브랜드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지엔코의 독특한 기업 경영 방식은 패션 기업이 디자인 경영을 풀어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창의적인 답안을 제시해주는 듯 하다.


지엔코는 지난 4월 대현 인터내셔널에서 지엔코(GNCO: Great New Waving Coming)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원래 모회사인 대현에서 지분을 떼어 설립한 회사였는데 1년 만에 전직원이 회사의 주식을 모두 구매해 (주)지엔코로 독립한 것이다.
지엔코가 패션 회사로서는 드물게 벤처기업형의 경영 방식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출발과 무관하지 않다.

지엔코의 벤처기업형 운영이 두드러지는 것은 철저한 연봉제와 성과에 따른 주식배당을 통해 직원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최대한 되돌려 주는 데에 있다. .
매해 연말이 되면 지엔코의 직원들은 성과급과 주식 배당으로 거의 연봉에 가까운 배당을 받는다.
물론 이는 회사의 수익에 비례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1~2% 정도의 배당을 나누어주는 것에 비해 지엔코의 20% 배당은 파격적인 수치이다.
직원들의 주인 의식이 저절로 형성되다 보니 직원들의 이직율도 매우 낮다.
외부 자본의 도입없이 전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 되어 매년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내온 지엔코의 탄탄한 행보의 전면에는 스포트 리플레이(Sport Replay, 이하 SR)라는, 이제는 국내 스포츠 캐주얼 시장의 마일스톤이 된 브랜드가 있다.
SR은 지엔코의 디자인 디렉터 신명은 감사의 시장을 예측하는 힘과 타겟층의 새로운 니즈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탄생한 지엔코의 대표 브랜드이다.


스포츠 캐주얼 시장을 개척하라

1997년 당시 엘레쎄라는 스포츠 브랜드를 10여 년간 이끌어오고 있던 신명은 감사는 스포티한 의류가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음에 주목해, 스포츠 캐주얼 시장의 큰 가능성을 감지했다. 외국 시장에서는 흔치 않은 현상인데 유독 우리 나라에만 스포츠 웨어를 평상복으로 입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스포츠 의류를 보다 캐주얼한 스타일로 바꾸어 보려는 욕심을 늘 품고 있던 신 감사에게 이러한 시장을 함께 개척해보자는 대현 인터내셔널의 제안은 당연히 탐이 나는 것이었다.
컨셉은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활동적이고 편한 옷을 추구하는 10대들만의 욕구를 만족시켜 새로운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컨셉은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만한 브랜드가 없어서 굉장히 고생스러웠다.
머리 속에 정리된 컨셉을 막상 디자이너들에게 전달하면 때로는 완전한 캐주얼 스타일로, 때로는 완전한 스포츠형으로 디자인이 나왔다. 두 유형을 잘 섞는 작업이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98년 봄, 비로소 스포츠 의류와 캐주얼 의류의 중간 영역인 스포트 리플레이가 탄생했다. 론칭 준비중에 IMF가 닥쳤지만 지엔코는 흔들리지 않았다.
SR은 이러한 컨셉이 유행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장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 대한 지엔코의 판단은 정확했고, 이듬해 SR은 10대들의 거리를 온통 힙합 스타일의 스포츠 캐주얼로 물들이면서 잇달아 경쟁 브랜드들을 출현시켰다.
론칭 이후 3년째 추종 브랜드들을 따돌리는 선도적인 디자인으로 지속적인 선두를 지켜왔던 SR은 이제 새로운 전략을 준비중에 있다.
후발 브랜드들이 많이 등장한 가운데 3년이 지나니 디자인 차별화가 점점 힘들어졌고, 디자인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것은 이 시장이 이미 성숙했다는 얘기도 되지만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품 자체의 차별화 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 전략이나 가격 차별화 등의 정책으로 시장을 넓혀가야 하는데, 그때부터의 경쟁이 진짜 실력이라고 본 것이다 .

SR의 타겟층을 넓혀온 방법도 이러한 전략 중의 하나였다. 출시 첫 해 10대 브랜드 매니아들을 대거 확보한 SR은 바로 이듬해부터 오히려 매니아를 떨쳐내는 작업을 하며 때에 따라 고객의 폭을 넓히고, 줄이고 하는 마케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물론 주된 마케팅은 여전히 초기에 설정한 10대 타겟층으로 묶어두고 있지만 디자인에 점차 대중적인 스타일을 도입해 올해는 중학생에서 30대 주부까지 고객의 폭을 확대시켰다. SR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층이 그만큼 확산된 것이다.

SR의 성공적인 론칭 이후 지엔코는 또 하나의 브랜드를 준비했다. 보다 타겟층의 연령을 높여 젊지만 보수적인 집단을 위해 만든 고급 캐주얼 브랜드, 써어스데이 아일랜드(Thursday Island, 이하 TI)가 그것이다.
TI는 왠만한 트렌드로는 자신만의 개성이 흔들리지 않으며 게스의 청바지보다는 리바이스의 청바지를 선호하는 층을 위한 섬세한 타겟팅으로 SR과 철저히 차별화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마케팅팀의 김한신 팀장은 “SR과 TI 고객의 교집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디자인과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이다.
고객이 중첩되면 두 브랜드를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SR과는 생활의 범주가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넓혀나가는 TI의 이미지 창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SR과 TI 마케팅의 중심에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제시한다는 패션 마케팅의 기본적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마케팅 방식에서 각 브랜드의 웹 사이트를 통한 이미지 전략도 한몫 하고 있다. 심지어 SR은 브랜드 매니아보다 웹 매니아 층이 더 두터워졌다.
드라마로 구성한 서바이벌 일본어 강좌나 퍼즐 등의 게임, 사이버 자판기 등 철저히 그들의 문화를 반영한 내용이 웹사이트의 고정 팬들을 붙잡아두고 있는 것이다. SR의 웹사이트는 10대들이 이후 성인이 되어 10대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이 브랜드에 대한 추억이 자연스레 떠오르도록 이미지를 잡아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웹 방문자들의 뇌리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세뇌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TI 웹 사이트 또한 약간 낯설고 이국적인 전체 분위기 속에 타겟 고객의 낭만적 취향을 한껏 자극하는 이미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전혀 설명적이지 않은 사이트의 구성 요소들이 오히려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머천다이저의 마인드와 능력을 갖춘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이러한 문화를 주도하고 만들어내는 지엔코 브랜드 파워의 원천은 지엔코의 디자인실에 있다.
지엔코의 디자이너들은 늘 바쁘다. 초기의 컨셉 제안에서 개발 방향, 제품 트렌드, 컬러 등의 분석을 거쳐 디자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업무의 전부일 것 같은 작업은 지엔코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업무에 불과하다.
디자인 작업을 마친 디자이너들은 완성된 디자인이 제대로 제품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과정을 진행하고, 매장에 내보낸 후에는 자신이 디자인한 아이템의 판매량을 매일 분석한다. 매일 아침, 전산 시스템을 통해 바로 전날 자기 디자인의 제품들이 몇 개나 팔렸는가를 아이템별, 색상별, 사이즈별로 직접 체크하는 것이다.

수요가 적은 제품의 철수 시기나 수요가 많은 제품에 관한 재주문도 머천다이저와 상의하여 디자이너가 직접 처리한다. 또한 디자이너들은 1년에 4번 시즌 상품을 기획하고 매달 월 기획을 준비하며, 각 컨셉에 맞는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맨투맨으로 종종 시장 조사를 나선다.
디자이너가 고객을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고객의 취향을 직접 느끼기 위해 일일 판매원으로 나서서 고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전문 머천다이저들도 있지만 결국 디자이너가 고객과 지속적으로 접하는 머천다이저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디자이너에게 머천다이저로서의 마인드와 수행 능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디자인 업무의 책임과 비중을 배가시킨 배경에는, 자기 디자인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질줄 아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형성시킨 임원진의 역할이 크다.
처음에는 신입 디자이너들이나 외부에서 영입된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분위기 적응에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있는 만능 디자이너들로 바뀌곤 한다.

지엔코는 지난 5월 전문적인 마켓 리서치를 통해 각 브랜드에 적합한 새로운 컨셉을 제시하는 정보분석팀을 만들었다.
브랜드 두 개를 운영하다 보니 디자인 디렉터가 디자이너들과 늘 호흡하며 자신의 생각을 바로 전달했던 때와는 달리,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두 브랜드별로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시간상 어려워져 이를 보강하기 위해 구성한 팀이다.
이 정보분석팀은 경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베테랑 디자이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정말 옷을 아는 사람들이 이 팀을 이끌어야 하고, 그 역할을 점점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지엔코의 철학이며, 각 개인이 좋은 디자이너로서 커나갈 수 있는 바탕을 잘 만들어주는 일도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늘 디자이너들에게 회사를 위해 일하는 동시에 스스로가 커야 한다고 강조하고 직원 개개인의 컨디션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통해 조직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며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바탕을 만들어 가는 노력 또한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눈높이를 같이 하는 철저한 소비자 분석과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 육성, 투명한 경영과 건강한 재무구조를 통한 회사의 뒷받침,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의 작업에 대해 책임을 부여하는 여러 제도들이 지엔코를 여타 패션 기업들과 차별화 시키고 있는 것 같다며, 보다 전문적이고 인간적인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제시하는 것이 지엔코의 가장 큰 꿈이라는 신명은 감사의 담담한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축적된 듯한 디자인 경영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결국 디자인 경영의 출발은 좋은 디자이너를 가려내는 눈에서 좌우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글_김영미(자유기고가)

www.s-replay.co.kr

[Thursday Island
광고]

designdb잡지 목록으로 가기designdb 메인화면으로 가기
designdb 2001년 1 2월호 (174호) 첫페이지로 가기
이슈:디자인경영,생존을 위한 미래의 준비
기업경쟁력, 디자인 경영에 달려있다.
케이스 스터디
일룸 / 삼성전자 / 지엔코
FID / LG전자 / 약국의 디자인
디자인 매니저 인터뷰
한국도자기 김성수 대표
LG전자 김철호 부사장
동아연필 김충경 대표
애경산업 안용찬 대표
삼성전자 정국현 상무
진단과 제언
소니다움의 경영으로 성공한 바이오의 신화
영국 디자인카운슬이 선정한 밀레니엄 프로덕트, 그 이후
SBS 다큐멘터리 제작후기
'21세기 생존전략-디자인'
디자인정책
2001년 디자인정책,브랜드 강국을 꿈꾼다.
디자인디비 닷컴 프로젝트
포럼
한중일 전자산업 협력방안
중소기업 신제품디자인개발의 전략적 역할
특집 : 디자인 경영 교육
디자인 경영 교육
미국 협회 및 재단에서의 디자인교육
미국디자인경영협회 / 미국기업디자인재단
디자인 대학에서의 디자인 경영교육
영국 브르넬대학 '디자인,경영과 혁신'과정
인터뷰:브루넬대학 나오미 고닉 교수
미국 프랫인스티튜트 디자인 경영 프로그램
인터뷰:프랫 인스티튜트 빌 슈로더 교수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디자인 경영과정
영국, 경영대학에서의 디자인 경영교육
웨스트 민스터 대학 / 센트럴 잉글랜드 대학
공학적 개념과 통합된 디자인 경영교육
헬싱키 3개 대학
한국 산업정책연구원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디자인 소식
KIDP 소식 / 이벤트 / school / 기타


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조회수 : 5,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