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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니저 인터뷰 : 삼성전자 정국현 상무

디자이너이기를 거부하라

삼성전자는 올해 많은 상을 받았다. IDEA 상을 비롯하여 iF상을 11개나 한꺼번에 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지난해 12월 15일에는 2000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디자인경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디자인경영센터를 정식 출범시켰는데, 96년 ‘디자인 혁명 선언’ 이후 마케팅의 핵심이었던 디자인을 이제는 경영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경영 의지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국현 상무는 ‘디자이너이기를 거부하라’는 말로 이야기의 화두를 던진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매니지먼트하는 능력없이 단순히 디자인 작업에만 머무르다보면 결국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디자인 출신의 매니저로서 모범을 보이고 있는 정국현 상무의 ‘디자이닝(designing)’론은 새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브랜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기업의 자산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등가 개념으로 인식하면서부터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삼성전자를 언급하게 된다.
영국 인터브랜드 사가 평가(1999년 기준)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약 52억 달러)는 세계 43위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내적 가치에 비하면 아직도 평가절하되어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어쨌든 이러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삼성전자의 핵심적인 디자인 경영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1∼2년 반짝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겨루기 위해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닫고 브랜드 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지만,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력은 일찍부터 준비되었다고 생각한다.
93년 LA에서 임원 회의가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세계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았던 삼성전자의 제품과 경쟁상품을 구입하여 비교 분석하면서 혹독하게 품평회를 했는데, 그때 이건희 회장이 전문가들 보다 더 빨리 정확하게 제품에 대해 평을 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CEO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그렇게 언급할 정도면 삼성은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되었다.

또한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언한 96년 신년사에서 꽤 많은 시간을 디자인 중시에 할애하면서 ‘앞으로는 디자인이 더욱 중요하다, 디자이너를 믿어야 한다’는 말을 비롯하여 ‘폭넓은 경험을 해라’ ‘타 전공자들을 수용해서 같이 제품을 개발하라’는 등 디자이너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CEO가 갖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중요도와 관심도가 삼성전자의 주요 임원들에게 수시로 전달됨으로써 디자인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또한 디자이너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따라와 주었고, 교육 프로그램과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한 탓인지 디자인이 어느날 굉장히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는 해외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디자인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이것도 내부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 같다.
사실 95년에 처음 iF 디자인상을 받을 때만 해도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는데, 계속적으로 인정을 받다보니까 젊은 디자이너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 제품과 나란히 경쟁하는 글로벌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기업 내의 정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iF 상을 11점이나 수상했는데, 우연이라기보다는 디자인력에 있어서 그만큼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또한 디자인 선행 개발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한 히트 상품의 발굴, 그리고 다수의 디자인 지적재산권과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주요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 경영이라면 조직경영과 프로젝트 경영이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계속해서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데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 뒷받침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디자인 종합 품질 평가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외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디자인심의회를 구성하여 년 2회 디자인 아이덴티티(DI: Design Identity)의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리뷰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외부의 시각에서 DI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7대 주력 제품(TV, 핸드폰, 모니터, PC, DVD, 프린터, 전자렌지) 위주로 조형성, 컬러, 소재, 인터페이스, 마무리 등 평가를 받아 의견을 취합해서 디자인 부서로 피드백하는 제도이다.
제품 출시 전에는 내부적으로, 출시된 이후에는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평가까지 디자이너가 책임을 지고 관심을 갖다보면 더욱 좋은 디자인으로 발전해갈 수 있다.


그러한 제도들을 통해 ‘삼성다움’이 가시화되고 있는 부분들도 있다고 보는가?
앞서 말한 디자인 아이덴티티 프로그램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제조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상품을 만들겠다는 노력의 결과가 고스란히 상품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디지털 제품의 경우 기술력을 선행 확보해놓은 것들이 많아서 이를 상품화시킬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디자인이 좋다는 개념 자체도 제품의 외형적인 측면보다는 그 제품 자체가 갖는 원형의 가치, 즉 기존에는 없었던 기능과 컨셉을 적용한 제품일 경우에 포괄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출시되는 제품을 보고 ‘삼성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언제 정식으로 출범했으며, 어떤 일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가?
디자인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 97년 IMF 직후 2년 정도였다. 일의 수량도 줄었고, 디자인 조직이 GPM(Global Product Manager) 사업 단위로 분리되면서 각각의 아이템에만 몰두하는 미시적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디자이너들이 사업부별로 분리는 되어 있었지만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한 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디자이너들의 위상이나 업무 순환제 등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청해서 외부 경영진단을 받아보았는데, 회사의 경영방침과 일의 비전을 비교해보았을 때 디자인에 대한 경영 결정에서의 배려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지난해 2월부터 정식 출범한 디자인경영센터에서는 사업 단위별로 분리되어 있는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종합적으로 하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 디자인 주도의 미래 상품발굴, 기능 강화 등 전사 디자인을 총괄하는 전략적 디자인 경영 실현을 위한 제2의 디자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능력 개발을 위해 최근 도입된 여러 제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창의적인 그룹의 경우 조직 관리는 더욱 조심스럽고 어려운 면도 있을 것 같다.
포상 제도가 여러 가지 있다. 삼성그룹상이 있고, 올해 시무식에 처음으로 도입된 삼성전자 부회장상인 베스트 5 디자이너 시상식이 있다. 30~35세의 젊은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우수 디자이너를 5명 선정하여 MDI(Marketing Development Incentive), 우수 제안에 대한 디자인 포상 등을 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내부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더욱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냄으로써 삼성다운 디자인을 위해 계속 단련시켜 나갈 생각이다.
그밖에도 4개의 큰 사업부로 나뉘어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업무를 바꿔서 할 수 있는 업무 순환제 등을 통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창의적인 집단에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환경으로 급속도로 변화되면서 디자이너 스스로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디자인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지만, 세상이 온통 디자인, 디자인하는 소리를 듣다보면 디자이너는 더 이상 특별히 존재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은 더욱 요구되지 않겠는가?

아날로그 시대에는 제품 하나 하나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고, 판매할 수도 있고, 또 나름의 독자성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제품들이 횡적으로 연결되다 보니까 이제는 사업부 자체는 의미가 없어지고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단일 제품으로 디자인했던 것을 앞으로는 자동차나 비행기 등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T/F 체제로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업무 프로세스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디자인은 이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작하여 론칭할 때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하며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이라는 말은 디자이닝(designing)이라는 말로 바뀌어야 더 적합하다. 그래서 최근에 이러한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고 리드해나가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이기를 거부하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새로운 시야를 내부에 포용하지 않으면 디자이너의 가치는 단순 노동자에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디자이너가 프로젝트 리더가 되어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를 세우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론칭 계획을 세우고, 평가까지 하는 새로운 역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디자인 전공자로서 MBA 과정을 공부하여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는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2003년이면 삼성전자는 디자인 경영 체제가 정착된다고 말하는데, 그때 삼성전자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게 되는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화 중심의 세계화’이다. 앞으로는 제품을 판매한다기보다는 문화를 판매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본사 디자인경영센터를 중심 축으로 샌프란시스코, 런던, 도쿄 등의 해외 연구소를 통해 현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시장 특성을 고려한 각 거점별 역할과 기능을 특화하여 현지 완결형 글로벌 디자인 개발 체제를 운영할 생각이다.
물론 해외 지사도 확장될 것이고, 활동의 1/3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등 국내외 디자인 교류도 강화되고, 인하우스 디자인 회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내부에서도 디자인 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인원도 350명 정도로 늘어날 것이며, 지역별, 시기별로 디자인을 개발하고 론칭하는 토탈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단순함이 최고의 경쟁력이다>라는 책에서 컨설팅 회사인 젠슨 그룹의 최고 경영자이자 정보 설계사인 빌 젠슨(Bill Jensen)은 단순함이야말로 무한한 선택의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고, 단순한 회사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을 우리 기업에 도입해본다면 시사하는 점이 있지 않은가?

갈수록 경쟁력 없는 사업이나 많은 물건들이 도태되고 없어질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집에 갖추어두고 있는 물건이 약 3만 점 정도 된다고 한다.
사람이 생활하는 데 모두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제품의 기능이 통합되면서 없어지기도 할 것이다.
기업 측에서 이런 순환의 과정을 지켜보면 재미있다. PC를 다루는 분야에서 PDA를 개발하는 팀이 있고, 핸드폰을 다루는 분야에서 PDA로 접근하는 쪽이 있는데, 핸드폰 쪽에서 접근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고 한다.
기업 내부에서도 이렇게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 서로 경쟁하게 된다. TV와 모니터도 마찬가지다. 내부에서도 통폐합, 새로운 사업의 진입 등을 고민하게 되고, 앞으로 상품은 기존 개념에서 조금씩 변한 스타일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개념의, 용도도 전혀 새로운 제품이 나올 것이다.


삼성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이제는 해외에서 선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최근 전경련 7개 회사가 발표한 ‘2003 트렌드 예측’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국내 기업들이 공동으로 모여 연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전경련 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2003 트렌드 예측’은 7개 회사의 전문가들이 6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합숙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만들어낸 결과다.
예전과 달리 LG, 삼성이라는 경쟁심리는 다소 없어졌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로 경쟁해야 한다는 공동 의식을 갖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이 혹독한 세계 경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포함해서 중소기업들도 출발점을 올렸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고, 그런 면에서 애정을 갖고 있다.


글_양난영(편집장)


정국현
1951년생.
1974년 한양대(공업디자인 전공)를 졸업.
1988년 일본 치바대학 대학원에서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전공.
1977년 삼성전자 디자인실에 입사
1992년 삼성전자 디자인실 실장 취임,
1993년 삼성전자 디자인실 이사 취임,
현재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1979년 한국산업디자인전람회 대통령상 수상,
1984년 한국산업디자인전람회 추천작가상,
2000년 제34회 발명의 날 철탑산업훈장 수상-국내 최다 디자인지적재산권 확보,
2000년 제2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삼성전자가 디자인경영 대상(2000)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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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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