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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니저 인터뷰 : LG전자 김철호 부사장

디자이너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굿디자인상을 휩쓸던 LG전자가 지난해에는 디자인경영대상, 올해는 김철호 부사장이 2000 디자인 경 영대상 공로부문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앞선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구자홍 부회장을 두고 ‘디자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최고 경영자’라는 말을 아끼지 않으며, 김철호 부사장을 두고는 ‘카리스마가 있는 디자인 매니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LG전자의 모든 디자인 관련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철호 부사장의 역사는 한 개인의 역사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디자인 매니저로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특집을 위해 만난 김 부사장은 LG 전자의 미래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디자인계의 발전을 기원하는 큰 그릇의 사람이었다.



2000 디자인 경영대상에서 공로부문 최고상인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신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30여 년 디자인계에 몸담아오시면서 노력하신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처음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했던 시절을 회고해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부산에 있는 금성사에 첫 출근한 날이 74년 1월 1일이었으니까 28년 정도가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상황들은 참으로 열악했다.
어렵게 취직은 했는데, 곧바로 수입과 연결되는 부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디자이너(당시에는 의장기사로 불림)로서의 위상을 찾기도 어려웠고, 특히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그래서 83년 운전면허를 딸 때 택시기사를 할 수 있는 1종 보통을 선택했다고 한다).

좌절감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산업화의 발전과 함께 이 분야는 앞으로 굉장히 중요해질터이니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디자인 부서를 맡았던 부서장들을 설득시키면서, 업무의 특성과 역할을 넓혀나갔다.
다행히 이헌조 회장님과 구자홍 부회장님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계셨고, 그런 점들이 도전의식과 미래에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어려움도 많았고 다른 곳으로 이직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렇게 기업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앞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 계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되었나 보다.


부사장의 자리에 계신 분이 20여 년 전에 택시기사를 할 수 있는 운전면허증을 신청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시점에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들릴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부사장님이 디자이너로 입사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승진하신 족적(族籍)이 결국 우리나라 기업체에서 디자인 매니저가 성장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매니저로 일하시면서 의미 깊었던 일이나 사건들이 있으면 말씀해달라.

가장 기뻤을 때는 1991년에 디자이너로서 최초로 이사가 되었을 때이다. 무엇보다도 최고 경영자가 디자이너의 중요성과 역할을 인정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었다.
이를 계기로 기업 내에서도 디자이너의 위상이 점점 높아졌고, 디자이너 스스로도 기업체에 임원이 생기자 자부심을 갖게 되었으며 대외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는 1991년도 아일랜드 더블린에 해외디자인연구소 법인을 만들었던 일이다.
국내에서의 활동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럽 시장을 공략,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세 번째는 3년 전부터 회사 내에서 디자인을 전략적인 측면에서 계획하고 실천해나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CIPD(Corporate Identity through Product Design) 제도나 DCR(Design Creative Report) 제도 등을 통해 LG전자의 아이덴티티(퍼스낼리티)를 디자인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동질성의 구현뿐만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이 수치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기업 경영 환경도 많이 바뀌었으리라 생각한다. 전환기의 시점에 디자인 매니저로서 사업에 대한 판단과 역할이 매우 중요했으리라 보는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해가는 과정은 기업에 있어서 생존의 선택과 같은 매우 중요한 판단이다.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를 주도해가야 하는 전자 업체의 경우, 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정보가 없으면 업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판단과 전략 수립은 전사적으로 참여하고 연구하면서 결론을 내리게 되고, 우리의 장점이라면 그것을 공유하고 실천하기 위해 전체가 빠르게 대처하고 변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리더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전체가 리더가 되어서 함께 변화해가고 있다.


디자이너들도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시대가 아니라 시장환경 조사, 리서치, 컨셉 설정 등 나름의 매니지먼트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부사장님께서 디자이너 개개인의 능력을 개발시키기 위해 자주 하시는 말씀은 무엇인가?

개개인의 능력이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조언을 하거나 전문가적인 위치에서 그들을 가르치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의 역할이라면 우선 능력있는 사람을 선발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다음에는 디자이너 개개인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서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동기부여라는 것이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또는 칭찬만 많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히트상품이 된다든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혼이 깃든 제품을 만들어 출시할 때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 등은 어느 물질적인 보상보다 귀중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렇게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갖추어나가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새로운 지식에 대한 습득은 디자이너 스스로의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MBA 과정이나 기타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거기에 맞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다. 개개인이 자신의 목표와 능력에 맞게 도전하는 모습에는 격려를, 그런 행동이 없는 사람에게는 자극을 준다.
내 자신도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도전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모습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엄하게 다스리는 카리스마가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누가 정보를 갖다 주기보다는 스스로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자율적으로 일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기업체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 채널들이 다양하게 필요할 것 같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내외의 새로운 정보와 트렌드를 어떤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내가 모르는 내용은 숨기지 않고 직원들에게 지식을 구하는 타입이다. 특히 새로운 분야나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질문을 받는 쪽에서도 자기 전문 분야에서 만큼은 확실한 지식을 갖추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또한 LG전자 국제공모전을 치르면서 해외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준 유명 디자이너나 대학교수들과도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유수한 인사들을 모시고 1년에 몇 차례씩 세미나도 하고 있다.
그밖에도 소니와 도요타, IDEO, 피치(Fitch), 필립스, 애플 등 기업체와 해외 학교 등과도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서 컬러나 소재, 디자인 요소들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받고 있다. 또한 디자인을 인하우스 디자이너에게만 맡기지 않고 아웃소싱함으로써 해외 유수한 기업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연구소가 있는 이 건물의 외적 환경 뿐만 아니라 프리젠테이션룸이나 쇼룸, 사진 스튜디오, 기자재 등은 외국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고, 인사관리에서도 디자이너에게 좋은 제도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게 되면 디자이너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게 되고, 수준도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을 것 같다.

환경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좋은 환경을 갖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보면 된다. 문래동의 건물에 10년 이상 있다가 역삼동 건물로 옮겨왔는데, 이것은 사실 회사로서도 굉장한 투자다.
구자홍 부회장이 디자인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한 기대를 우리가 충분히 만족시켜준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장소,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최고의 디자인 환경에서 최고의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3년 후면 최소한 우리 디자인이 선진국의 디자인을 능가하는 제품이 상당히 많이 나오리라 본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LG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가?
디지털 TV와 PDP(Plasma Display Panel), 플라트론(Flatron) 모니터 등을 들 수 있다. 디지털 TV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나란히 많은 특허를 자체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TV 구동을 위한 핵심 칩을 자체기술로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다.
플라즈마 화상표시 장치에 대한 앞선 연구와 투자로 60인치급 PDP 시제품을 여러 해 전에 개발 성공하였으며, 지금은 양산 직전 단계에 와 있다. 이것은 일본이나 유럽 브랜드보다 월등히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해준다.
플라트론(Flatron) 모니터 역시 세계 최초이자 세계 유일의 내외부 100% 평면 모니터로 세계 최소 수준의 해상도와 화질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CD-ROM(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 CDMA Phone, 에어컨디셔너 등이 높은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2001년도 조직 관리나 개인적인 일 등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디자인연구소에 임원급(상무) 디자이너가 1명 있다. 그 외에도 올해는 1∼2명의 임원이 더 탄생해서 LG전자가 여러 측면에서 우리 나라 디자인계를 리드해나가는 위상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한 나 뿐만 아니라 조직원에게도 좀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서 혁신적인 활동을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디자인 실명제를 도입하여 히트 상품이 탄생했을 때는 디자이너가 직접 상과 인센티브,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자부심도 함께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밖에도 우리 나라 디자인계를 위해 할 일은 2001 ICSID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우리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로 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전경련에서 준비하고 있는 디자인엑스포를 충실히 치러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ICSID 행사와 같은 기간에 치러지는 제6회 LG전자 국제공모전을 세계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치룬다는 생각으로 이벤트화할 생각이다.


LG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착실히 도약하고 있는데, 향후 5년, 10년 뒤의 비전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디지털 리더 LG’라는 슬로건으로 압축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통해 인간적인 해석이 담긴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디지털 리더 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PDP, 디지털 TV용 핵심칩 등 디지털 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상품을 갖고 있는 것이 많아졌다.
이제는 세계 일류 업체들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하며, 보다 원대한 비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LG 또는 삼성같은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이 앞으로는 세계적인 리더가 될 수 있는 기술력을 더욱 갖추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보다 우선적으로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디자인에 의해 히트상품이 많이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향후 2, 3년간의 최대 주력제품은 역시 디지털 TV다.
아울러 홈 네트워크(Home Network)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형 백색가전제품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제품 개발을 통해 LG의 디지털 퍼스낼리티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이자 비전이다.


글_양난영(편집장)


김철호
1947년생.
1974년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
1987년 한양대 대학원 제품디자인 석사학위
2001년 현재 한양대 제품디자인 박사과정 중.
경희대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를 역임,
현재 LG전자 부사장으로 재직중.
1986년 제21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에서 대통령상 수상,
1992년 디자인부문 유공자 대통령 표창,
2000년 제2회 대한민국 디자인경영대상 공로부문 은탑산업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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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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