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 Millennium Product

영국 디자인카운슬이 선정한 밀레니엄 프로덕트, 그 이후

영국 정부가 디자인 부흥 정책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는 밀레니엄 프로덕트(millennium product)의 뒷 얘기가 ‘Exploring Design and Innovation’사이트를 통해 웹상에서 일반에게 서비스되고 있다.
영국 디자인카운슬(British Design Council)과 영국 브루넬 대학(Brunel University)이 공동으로 진행한 벤처 프로젝트 Exploring Design and Innovation은 밀레니엄 프로덕트에 선정된 1,000여 개의 제품과 서비스를 최근의 디자인 이슈별로 분류하여 기획에서부터 론칭 그리고 그 이후의 프로세스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이다.
디자인 혁신의 사례를 학생과 교수들을 위한 연구자료, 기업의 비즈니스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디자인 경영을 실행하고 있는 영국 정부의 새로운 디자인 진흥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Exploring Design and Innovation에서 소개되고 있는 사례 가운데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마케팅 리서치(marketing research) :

마케팅 리서치는 오늘날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여 판매에 성공하기까지 제외할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아무리 제 분야에 정통한 기업가와 제품 기획자들이 시장과 소비자의 급변하는 취향과 요구를 심증(心證)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케팅 리서치 과정을 거칠 것을 권하는 이유는 이것이 성공률을 한층 증대시키는데 기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의 이미지를 쇄신하여 신제품 판매망을 구축하려는 기업도 미케팅 리서치의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네슬레(Nestle)가 생산판매해온 폴로 민트(Polo Mint)는 이미 영국문화 속에서 일반명사가 돼버렸을 정도로 상업적 성공을 넘어서서 문화적 아이콘이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하고 상쾌한 향을 한층 강화한 폴로 수퍼민트(Polo Super Mint)를 개발했다.
제품개발팀은 제품의 맛 이외에도 제품 패키지, 판매 및 진열방식 등 전반적인 조사를 걸친 결과, 무설탕에 민트 크기는 기존의 10분의 1로 줄이고 맛과 향의 강도는 기존의 4배로 강화하고 프레스펀치(press punch)식 패키징 엔지니어링 기술을 도입했다.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 새로운 소비자 욕구에 부응하는 영국 네슬레의 기민한 마케팅 전략은 클래식 폴로 민트를 능가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성공적인 제품(success) :

제품의 성공은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기발한 아이디어, 미적 아름다움, 적절한 가격, 철저한 시장조사와 적용, 최적 개발 비용에 대한 판매율, 수상경력에 행운까지 겹친다면 성공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영국 햄프셔(Hampshire)에 사무실을 둔 리퀴드 크리스털(Liquid Crystal) 사가 개발한 기발한 종이 패키징 제품은 말 그대로 순간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유레카’에서 비롯됐다. 대표 브라이언 월렌(Brian Wollen)의 배우자 겸 사업 파트너인 로라 월렌은 런던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들고 온 포장요리를 차안에 쏟아 뜨리면서였다.
디자이너인 로라는 셀프클로징(self-closing) 기능이 보완된 종이 패키징을 개발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내용물이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보온성이 우수하면서도 위생적인 이 혁신적인 패키징 디자인은 음식물 외에도 선물, 화장용품, 의약품, 밀가루나 설탕, 씨리얼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는데 안성마춤일 뿐만 아니라 재활용가능하고 보기에도 좋다.

초기 재정적 부담을 안고 출발한 프로젝트였던 이유로 재정적 후원자를 모색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완성된 스퀴즈박스(Squeeze Box)는 제품판매에 들어가자마자 디자인 카운슬의 밀레니엄 프로덕트로 선정된 이후 BBC 방송의 Tomorrow’s World 생방송 이벤트에 방영되면서 현재까지도 상업적 성공을 계속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제품개발에 응용만 한다면 로우테크 제품도 얼마든지 성공적인 제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스퀴즈박스 프로젝트는 특허인증을 받고 유사제품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팀 다이내믹스(Team Dynamics) :

런던 교통국(London Transport)은 이미 우수 공공디자인으로 전세계적인 정평을 얻은 ‘디자인 의식적’인 영국 정부조직이다. 그레이터 런던 교통당국(Greater London Authority)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는 런던 교통국(Transport for London 이하 RfL)은 런던 버스, 런던 리버 서비스, 전철링크, 독랜즈 라이트 레일웨이, 공공 택시 및 운송업 라이센싱 서비스, 거리 매니지먼트, 빅토리아 코치역 등 외에도 런던 지하철(London Undergroun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런던 지하철은 최근 100년이 넘은 영국철도역 장비를 통합하고 새로운 장비와 안전장치로 개조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이에 런던 교통국의 의뢰로 런던 지하철 개혁 프로젝트를 담당한 업체는 아리아드네(Ariadne) 교통 산업 디자인 회사. 난삽하고 부피 큰 케이블을 없애고 고주파 광선 기술을 도입하여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기능적인 엔지니어링을 동시에 실현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네스 퍼거슨(Innes Furguson) 프로젝트 운영자는 보기에 좋고 기능적으로 효율적인 지하철 개조 프로젝트를 위해서 당국의 여러 부서와 여러 차례에 걸친 디자인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과정이 필수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기술적이고 미적인 사항들을 토론하고 적절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디자인 과정에서는 제품디자인의 주요 컨셉인 인체공학과 기계작동 설계, 기업 아이덴티티, 신체 부자유자를 고려한 설계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통합하는데 힘쓰는 동시에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첨단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러지를 도입하고자 했다.
한편 지하철 안전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 런던 지하철 직원들과 디자이너, 건축가, 엔지니어 사이의 긴밀한 의사교환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전문 연구원들을 고용하여 유럽 다른 국가의 교통 안전수칙 및 응용 상황을 조사하여 런던 지하철 프로젝트에 반영하기도 했다.

재정 혁신(Financial Innovation) :

작든 크든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의 생명줄은 돈이다. 아무리 기발하고 우수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개발 수단과 그 수단을 뒷받침할 돈이 없다면 아무리 우수한 아이디어와 컨셉도 무참히 사장될 수밖에 없다.
개인 디자이너나 소규모 디자인 회사의 경우, 크레이에티브 작업에 참여하는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나 재정 후원자를 상대로 자금지원 요청을 하여 프로젝트 프로세스를 운영해 나가야 하는 것은 현대 디자이너라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업무 가운데 하나가 된지 오래다.
대기업이나 재정 예산이 다소 넉넉한 업체의 경우, 예산확보가 2차적인 이슈일지 몰라도 아이디어를 내세우는 중소기업이나 재정 예산이 넉넉치 못한 개인의 경우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서구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인터넷 관련 벤처산업이 급부상했던 1999년과 2000년, 관련 산업체들은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와 추진력만 있으면 투자자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닷컴 업계가 추줌하기 시작한 시기에 재정확보는 또 다른 도전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의 지원에 거의 의존하는 미국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독특한 사업 컨셉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개인이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장제도가 발달해 있다.
특히 최근 현 영국 블레어 총리의 디자인 진흥정책으로 영국에서는 DTI(영국 중소기업체들이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비롯한 제도적 재정지급 제도가 있어서 많은 기업들은 이들의 지원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에는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라고 무릎을 칠만큼 기초적인 원리를 이용한 기발한 것들이 흔히 등장한다.
영국의 프리플레이 에너지(Freeplay Energy) 사는 그런 제품을 성공적인 상품으로 전환시킨 대표적인 업체 가운데 하나다.
요즘처럼 하이테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태엽감기식 골동시계의 원리를 빌어 태엽식 라디오를 개발한 이들의 프리플레이 태엽감기식 라디오는 단 20초 동안 밥을 주면 라디오를 30분 동안 작동할 수 있다고 한다.
건전지나 전원코드가 값비싼 제3세계 시장을 위해 저가제품으로 기획된 이 제품은 유럽시장에서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BBC를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에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여 판매를 촉진했다. 라디오 이외에도 야광등과 같은 저에너지 전자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성공적인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발한 아이디어와 컨셉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만한 업체측의 설득력있는 비즈니즈 전략과 정부 및 개인 투자자들의 안목이 혼연일체가 되어 우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규정이 절실한 우리 나라의 현실 속에서 영국 정부의 디자인 부흥정책과 밀레니엄 프로덕트(Millennium Product) 선정제도는 적잖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사이트
www.designcouncol.org.uk
www.brunel.ac.uk/research/exploring

글_박진아(통신원, 오스트리아)

아리아드네(Ariadne)
교통 산업 디자인 회사에서 리뉴얼한 런던 지하철 역내.
프로젝트 운영자는 보기에 좋고 효율적인 지하철 개조 프로젝트를 위해서 당국의 여러 부서와 여러 차례에 걸친 디자인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쳤으며, 건축가와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기술적이고 미적인 사항들을 토론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 함께 노력한 점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한다.

네슬레(Nestle)가 1998년 새롭게 출시한
폴로 수퍼민트(Polo Super Mint).
이미 영국문화 속에서 일반명사가 되어 버렸을 정도로 상업적 성공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이 된 폴로 민트를 능가하는 판매고를 올린데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하고 마케팅 리서치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한 결과라고 한다.

프리플레이 에너지(Freeplay Energy) 사에서 개발한 태엽감기식 라디오.
요즘처럼 하이테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태엽감기식 골동시계의 원리를 빌어 태엽식 라디오를 개발한 프리플레이 태엽감기식 라디오는 단 20초 동안 밥을 주면 30분 동안 작동할 수 있다고 한다.
건전지나 전원코드가 값비싼 제3세계 시장을 위해 저가제품으로 기획된 이 제품은 유럽시장에서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서 본격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리퀴드 크리스털(Liquid Crystal) 사가 개발한 스퀴즈박스(Squeeze Box).
셀프클로징(self-closing) 기능이 보완된 종이 패키징으로, 내용물이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보온성이 우수하면서도 위생적이다.
초기 재정적 부담을 안고 출발한 프로젝트였지만 제품판매에 들어가자마자 디자인 카운슬의 밀레니엄 프로덕트로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상업적 성공을 계속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제품개발에 응용만 한다면 로우테크 제품도 얼마든지 성공적인 제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 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