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모든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의 첫 단계이다.
디자인은 모든 인간들이 어떤 일을 행동으로 옮기기 이전에 차분히 앉은 자세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과정과 다름이 없다.
이 세상은 이제 온통 디자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간 중심의 세상, 고객 중심의 21세기를 맞이하겠다는 것도 인간생활을 편리하고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제품 디자인의 역사는 짧다. 더욱이 디자이너들에게 진정한 ‘창작’의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는 극히 드문 것 같다. 디자인 프로젝트가 주어질 때 이미 많은 부분이 구체화되어 있거나 아예 타사제품이 하나의 레퍼런스(reference) 모델로 주어지는 경우도 많다.
디자이너들에게는 그저 약간의 변화를 만들어줄 것을 주문할 뿐이다.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단기적인 프로젝트에 익숙해져 있고, 디자이너들에게 프로젝트를 주는 기업인들은 디자인을 통한 가치창조의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악순환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디자인 가치에 대한 오해는 바로 디자인 피(비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디자이너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어떤 기업이 수 억불의 매출을 이루었다고 하자. 그 경우의 디자인 피가 불과 백만불의 매출을 올린 상품의 디자인 피와 같다면 디자이너의 가치 측정은 일반 노동자들의 획일적인 보상제도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기업들은 디자이너에게 프로젝트를 줄 때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행동에 사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디자이너들의 가치를 측정하여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디자이너들의 생각, 즉 아이디어에 대한 대가 지불을 피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디자이너들의 진정한 가치인 지적재산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에 익숙한 디자이너들 역시 자신의 기능에 대한 확신이 없다. 어떤 작업을 시작할 때 머리 속을 타사의 제품으로 가득 채워놓은 후에 무작정 그리기 시작한다. 이미 창조의 추구를 포기한 경우다.
디자이너 스스로 창조자가 되는 길은 없을까?
‘Design First’. 디자인을 먼저 하는 방식을 생각해보자.
디자이너들은 교육을 통해서 또는 타고난 재능에 의해서 일반인보다 여러 면에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평범하게만 보이는 사물들이 디자이너들의 눈에는 새롭게 보일 수 있다.
일반인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도 디자이너들에게는 어떠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디자이너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재산으로 갖고 있다. 따라서 상상력을 통해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볼 수도 있다.
“내가 만약에 이 제품의 소비자라면….”이라는 상상을 통해 개선점을 소비자 입장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러한 진정한 디자이너들의 가치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그 기업의 디자인 파워는 엄청난 것이다. 디자이너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세계 시장을 정복하는 케이스들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디자인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디자이너로부터 제안되는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기업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스스로 만들어서 진행할 수 있는 슈퍼 디자이너(super designer)를 기용하고, 그들에게 가장 창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자격을 갖추어야 슈퍼 디자이너라 할 수 있다.
1. 스스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창조할 수 있다.
2. 풍부한 상상력과 경험을 통해 시장 속의 소비자가 될 수 있다.
3. 디자인의 가치를 아이디어 제안에 둔다.
4.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머리 속으로 거의 완벽하게 그릴 수 있다.
5. 상상력과 기억력 속에 담겨 있는 그림을 시각화하여 표현할 수 있다.
6. 표현된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명확히 설득할 수 있다.
7. 완결된 디자인이 시장 속에서 어떠한 가치창조를 할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21세기는 그야말로 디자인 경쟁 시대가 될 것이다. 지난 100년간의 산업기술혁명, 정보통신혁명을 통해 이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나 판매하는 기술 등은 평준화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면 지구촌 어디에서라도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싼 값에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다.
이제는 누가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는 누가 더 빨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개발에 착안해서 시장에 내놓는가에 기업의 승패가 달려 있으므로 진정한 디자인(아이디어) 경쟁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21세기를 맞는 이 시점에 한국의 디자인을 전망한다면 미래는 매우 밝다. 아직까지 디자인 잠재력을 10% 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만약 나머지 90%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그 힘은 대단할 것이다.
다만 디자이너들의 잠재력이 인정되고 활용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글_김영세(이노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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