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산업디자인 잡지 > 167호

21세기 주력 산업 | 패션

전략적인 브랜드 개발로 세계화에 동참

이 땅에 패션산업이 대중화된지도 벌써 4반 세기가 넘어서고 있다.
20여 년 남짓한 세월 속에 우리의 패션산업은 연 20조 원이 넘는 내수시장을 보유하게 되었고, 20년간 연 평균 20%가 넘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다.
특히 신세대들이 본격적으로 거리에 등장하고 거품경제가 만연하던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 이후까지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의 패션산업은 고도의 양적 팽창 뿐만 아니라 패션 트렌드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다양한 내용적 경험을 이룩해왔던 것이 우리 패션시장의 지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성숙기로 전환하는 패션 시장
연간 20조원을 웃도는 시장의 크기는 이미 세계 10대 패션국의 위치를 점하고는 있으나, 무분별한 팽창 일변도의 정책으로 공급은 수요를 훨씬 웃돌아 엄청난 재고가 전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과열 양상을 띤 해외 브랜드의 국내 유입과 소비자의 지나친 패션 몰입 현상은 오히려 패션시장의 지나친 거품현상을 유발, 불안정한 산업구조를 야기시키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브랜드조차 탄생시키지 못한 형편이다.

그러나 지난 1995년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의생활을 추구하는 성향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시장의 성향도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지금까지의 거품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되었다.
더욱이 외환사태로 야기된 총체적 경제난국을 겪으면서 패션 시장의 구조변혁을 거의 혁명의 단계로까지 요구하게 되었으며, 지금의 패션시장 및 관련 업체는 생존과 구조조정을 통한 안정적 발전이라는 2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패션산업은 철저히 마케팅 주기에 입각한 사업 형태라 볼 수 있다.
작게는 유행이나 디자인이 한 주기를 이루면서 생성과 발전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이루고, 크게는 산업 자체가 큰 주기를 이루면서 그 주기에 따른 산업 인프라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패션 의류시장은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전환하는 시장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의 20-30% 성장곡선은 1993년을 기점으로 10% 대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1997년 이후는 한 자리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표 1. 한국 의류시장 외형 및 성장률
연도 외형(억 원) 성장률
1995
1996
1997
1998
1999(추정)
163,100
182,340
198,930
188,185
206,062
111.8%
111.8%
109.1%
94.6%
109.5%
산출근거 : 브랜드 실사, 통계청 도시가계연보, 섬유관련 자료
 

<표1>에서와 같이 현재 한국 의류시장의 외형은 약 20조로 추정되며 이 수치는 물가지수나 기타 경기지수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우리 의류시장의 한계치라 할 수 있다.
향후 한국 의류시장의 성장은 3-5% 이내로 추정되며 이는 물가변동에 따른 수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내수 패션시장은 완전한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시장 교체적 성격이 아니면 시장 확대 개념은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신규시장의 개척이나 단순 진입은 기존 시장 교체를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한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내수 시장은 전체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소비자의 변화추이가 가장 변수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향후 패션 산업의 발전적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현재의 제조, 생산 중심의 산업 구조를 소비자의 요구에 보다 부응할 수 있는 신 유통 개념을 개발하거나 디자인 개발력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형태로 전환시켜야 하는 당위적 요구를 수용해야만 한다.
또한 이미 한계에 이른 내수시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경험과 인프라를 토대로 해외시장으로의 전략적 공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무한한 잠재력을 토대로 성숙한 구조 연출
현재 한국 의류시장은 <표2>에서처럼 여성, 남성, 영캐주얼, 아동,유아, 이너웨어, 침장,기타등 6개의 복종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전체 시장에서 여성복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해 왔는데 반해 1990년대 중반 이후는 영캐주얼이 시장 제1군을 점유하는 변화가 나타난다. 이는 전반적인 캐주얼 현상 및 다운 에이징(down aging) 현상, 그리고 젊은층이 전체 문화를 주도해나가는 현상에 기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체 어패럴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기업군이나 여성복 전문 중견 기업군이 패션산업의 기획, 생산 분야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현상이 초래되었고, 중소기업과 같이 변화의 가능성이 쉬운 어패럴군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표 2. 복종별 의류시장 외형(1999년 추정)
복종구분 외형(억 원) 점유율(%)
여성복
남성복
영캐주얼
아동,유아
이너웨어
침장,기타
43,157
39,564
49,661
25,551
24,315
20,812
22.4%
19.2%
24.1%
12.4%
11.8%
10.1%

때문에 기존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대기업은 유통에서나 소비자로부터 2군 브랜드로 물러나는 형편이 되었고, 후발 주자인 군소 업체에 의해 패션시장의 전체 주도권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요즈음 이런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많은 중견 어패럴은 도산과 정리의 수순을 밟게 되었으며 전체 의류시장의 혼미한 상황이 돌발하게 되었다.
이러한 중소기업 중심의 패션산업 구조는 빠른 유행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는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패션사업의 허약한 구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단된다.
현재 우리 나라 패션산업이 갖고 있는 문제를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비자의 변화나 국제적인 패션 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나 브랜드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소비자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토대로 다양한 생활문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패션상품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브랜드는 종전의 거품시대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며 소비자와의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지오다노’나 동대문 재래상권이 소비자에게 크게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 점으로 분석된다.
또한 통신의 발전과 위성방송의 영향으로 세계는 하나의 패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세계의 각 기업들은 이 세계시장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반해 우리의 패션 기업은 그 영세성과 적응력 미흡으로 인해 우물안 개구리의 형태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둘째, 우리 패션 산업의 문제는 디자인 가치에 대한 인식부재에 기인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단순 모방 차원에서만 디자인을 강구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의 패션디자인을 보면, 디자인은 없고 유행만 존재하는 형태로 상품 진열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디자인에 특별한 투자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이너의 머리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창작보다는 복사에 여념이 없는 것이 우리의 실상인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 없이 패션 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며 세계화는 더더욱 요원한 것이다.

셋째, 정보 전략에 대한 부재 현상이다. 패션산업은 현재 정보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속하고 빠른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패션 정보를 담당하는 기관도 거의 부재할 뿐만 아니라 정보 활용에 있어서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매일매일 진화하는 소비자의 패션요구에 대한 대응 없이는 패션산업은 그 존재성을 잃게 마련이다

넷째, 문화산업으로서의 패션산업에 대한 인식 미흡을 지적할 수 있다. 패션은 어떤 시대의 동질류의 사람이 함께 인식하는 문화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의 패션산업은 의류산업의 형태를 크게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션 산업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문화산업의 한 방편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브랜드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의 패션산업은 몸짓만 성장한 그러나 아직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너무 빨리 성장해서 아직 체계적이고 완숙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섬유산업과 봉제산업을 토대로 성장했다는 점을 상기할 때 토대가 강한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룩했다는 것도 우리의 가능성을 반증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는 패션산업을 처음 시작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산 기반과 20여 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내수시장에서는 성숙한 구조를 연출해야 할 것이며, 전략적인 브랜드 개발을 통해 세계화에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글_김인선(코오롱상사 코오롱 패션 시스템 과장)


김인선
1963년 서울 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광고대행사 A&A 마케팅 과장을 거쳐 현재 코오롱상사 KFS 패션 마케팅 컨설턴트를 담당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잡지 목록으로 가기designdb 메인화면으로 가기
산업디자인 1999년 11 12월호 (167호) 첫페이지로 가기
특집 :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다
[prologue] 메이드 인 코리아
made in Korea, 한국브랜드의 자존심을 건다
애니콜   / 셀빅   / 케녹스   / 세인트제임스
한샘   / 롯데리아 / 투나인 / 롤리타렘피카
루디스 / 명성황후 / 로만손 / 모닝글로리
퍼시스 / 타미 / EF 소나타 / LG디지털TV
삼성전자렌지 / 대물낚시광 / 쌈지 / 시스템
21세기 주력산업
제품 / 패션 / 자동차 / 게임 / 애니메이션
리포트
세계 속 한국 상품의 현주소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를 세계속에 심는 문화유산 다시보기
대학 자체 개발 브랜드 속속 출현
특별기획- 시드니 디자인99대회 성과와 평가
2001 ICSID 총회, 감동적인 행사로 만들어야
인터뷰 - ICSID 부회장 이순인
전통, 현대가 어우러진 ICOGRADA 행사준비
실내디자인분야 국제행사를 위한 미래 과제
즐거운 서울의 이미지를 알린 한국홍보관
컬럼
기업의 가치를 창조하는 21세기형 디자이너
새로운 세기, 바람, 그리고 디자인의 비전
인터넷디자인탐험
메이드 인 지구- 한세기를 정리하는 사이트들 속속 선보여
디자인 파워
세계적 명품에서 design을 읽는다 II
산업디자인 정보 - 원형을 찾아서
금속공예   /   악기
연재를 마치며
design 소식
리뷰 - 20세기 마지막 자동차 전시
전시 / 공모전 / KIDP소식 / 업계소식 / 기타


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조회수 : 2,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