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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주력 산업 | 자동차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급선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다시 정보화 사회로의 전이를 거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인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극히 제한적인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던 원시시대부터 점차 주변의 다른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그 폭을 넓혀온 인간의 생활은 급기야 산업화로 발전하면서부터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로 되었다. 산업화 사회 이전의 5천 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산업화 사회의 변화마저도 최근 정보화 사회로 진전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과거 그간의 인류 역사상 이루었던 변화의 양보다 더 큰 변화가 5년 아니 1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각 분야에서는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그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산업이라고 일컫는 모든 분야에서 무차별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9세기 말에 등장해 이제 갓 1세기 정도의 시간이 지난 자동차는 이런 사회적, 아니 인류 문명의 변화에 어쩌면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세기를 통틀어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자동차는 인간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많은 부분 벗어나게 해 주었으며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또한 짧은 시간 동안 자동차는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쳐 이제는 결코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인류 문명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으로 대별되는 자동차의 흐름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상품으로 위치하기 시작한 것은 1930년 미국의 대공황이 계기였다. 그때까지 자동차는 귀족들을 위한 사치품 정도로 여겨졌다. 흔히 말하는 독창성이 요구되지 않았다.
당시까지는 자동차의 스타일링에 대해 걱정하거나 그것이 판매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 대공황은 각 기업들에게 ‘산업 디자인’의 개념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산업 디자인의 요체다. 산업디자인은 처음에는 그냥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보다 많은 물건을 파는데 목적을 두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디자인이 물건을 아름답게 할 뿐 아니라 실용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체는 기능을 쫓는다(Form follows Function)’는 말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의 자동차들은 각기 그 색깔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외형에서 차별화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기업의 흥망과도 직결되었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유럽 국가들의 자동차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 찾기에 혼신을 기울였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3포인티드 스타, BMW는 프로펠러, 아우디는 4륜 마크, 프랑스의 푸조는 라이온 등등 어디에서 보아도 확연히 구별되는 소위 말하는 ‘패밀리 룩(family look)’개념을 정립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실루엣만 보고도 어느 메이커의 차인지를 알 수 있고 계기판의 디자인만으로도 그 제조회사를 유추할 수 있다. 그것이 유럽차들의 특징이다.

이와는 달리 미국의 자동차들은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였다. 물론 1920년대 350여 개에 달하던 메이커들이 빅3로 통합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디비전별로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는 그들의 이미지를 통합한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의 자동차는 1980년대 이후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모방으로 시작한 만큼 내세울 만한 확실한 것이 없자 그들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차 만들기에 주력했다. 일본 차의 스타일링은 유럽 차와 같은 아이덴티티는 없지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4년 혹은 늦어도 6년만 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모델로 바뀌는 일본 차는 10년 혹은 12년 정도가 걸리는 유럽 차들에 비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본 차들이 장기로 내세운 것은 각종 편의장치다.
사실 자동차 본연의 기능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는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라든지 ECS(전자제어 서스펜션), 전자제어 트랜스미션, 4WS(네바퀴 조향장치)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한 인텔리전트 시스템 도입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어쨌든 지금 지구상에서 자력에 의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나라는 10여 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다시 유럽 차와 미국 차, 일본 차로 크게 구별된다.
유럽 차는 전통을 중시한 그들만의 아이덴티티, 미국 차는 그런 전통보다는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존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스케일, 일본 차는 소비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동원한 시대 감각에 충실한 차 만들기를 하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시도
이런 특징이 1990년대 말 들어서는 하나의 합일점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디자인 면에서 본다면 라운드화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일 것이다. 부분적으로 다시 직선이 살아난다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날카로운 성냥갑 형태의 선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소음과 공기저항 등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밀려나고 말았다. 고작해야 선은 살아 있지만 각 에지(edge)를 둥그렇게 처리하는 것은 이제 당연시되고 있다.

두 번째로 큰 주제가 다운사이징과 플랫폼 공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인텔리전트 개념의 등장이다.
다운사이징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은 미국 차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차야 워낙 배기량에 비해 작은 차 만들기에 숙달되어 있었고 일본 차도 작은 것에 대한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미국 차가 작아지는 것은 새로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올 1월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미국 메이커들이 내놓은 컨셉트 카들은 복고풍을 주제로 한 다운사이징이었다.

세 번째 주제인 플랫폼 공유화. 이것은 약간 어려운 전문 용어인데 쉽게 설명하면 하나의 차대를 가지고 여러 가지 스타일링을 한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엔진과 서스펜션 등 차 내부에 실리는 주요 뼈대는 한 가지를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 각기 다른 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개발비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으로 특히 선진 자동차 회사들에서는 일반화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다. 성능은 같고 단지 외형이 선택의 기준이 된다면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 메이커들이 가장 앞서 있고 지금은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일본의 도요다와 메이커간 플랫폼 공유화를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소나타의 플랫폼으로 마르샤를 만들었고 그랜저 차대로 다이너스티를 개발했으며, 아반테와 티뷰론, 아토스와 비스토도 쌍둥이 차다.
플랫폼 공유화는 단지 승용차만이 아니라 승용차 차대를 가지고 콤팩트 미니밴 등 RV까지 만들고 있는 추세다. 국내 자동차로는 세피아와 카렌스, 소나타와 트라젯(현대의 신형 미니밴), 누비라와 레조(대우의 신형 미니밴) 등이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인텔리전트 개념의 자동차의 등장이다. 말 그대로 지능을 가진 자동차다.
올 초와 여름,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시승회와 세미나에 참가해 만난 적이 있는 이런 류의 소프트웨어들은 21세기 자동차의 필수 요소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디자인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단지 쾌적한 공간만을 중시했던 기존의 자동차와는 달리 각종 디지털 부품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인터넷은 물론이고 화상전화 등 진정으로 독립된 사무실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리어(rear) 시트를 없앤다거나 운전석을 중앙에 위치시키는 것, 계기판을 조그맣게 디지털화 해 헤드 업 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 ; 속도 등 각종 수치가 계기판이 아닌 앞 유리창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시스템)로 나타내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이런 시스템들은 기본적으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시작으로 파생되어가고 있는데 도로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카메라로 촬영해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또 주행하는 도중 사고로 정신을 잃었을 때 스스로 중앙 통제센터와 연락을 해 경찰서나 가까운 병원에서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급속도로 발달해 목소리로 인터넷에 접속해 메일을 수신한다거나 전송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고 있다.

디자인도 더욱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조그마한 차체 내부에 사무실 기능이 가능한 많은 요소들을 갖춰야 하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실용화와 일반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가 당장 앞서 말한 형태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고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한국 차, 미국 시장에서 판매 급신장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서 한국 차의 위치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주로 일본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차 만들기를 배운 한국 차에서 아이덴티티라든가 21세기형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찾기는 어렵다.
세계 10위 이내의 자동차 생산 대국이 되어 있는 지금도 한국 차에 대해 ‘싸고 괜찮다’혹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80년대 중후반 엄청난 물량공세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열악한 품질 때문에 얼마가지 않아 외면을 당한 결과다.

최근 미국시장에서의 판매가 급신장하면서 10년 전의 악몽에서 어느 정도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차의 독창성을 인정받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21세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 겨우 품질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수준의 한국 차가 미래형 탈 것에 대해 저만치 앞선 연구 결과를 하나씩 선보이고 있는 선진업체와 대결하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얘기다.

21세기에는 6개 자동차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타임> 지의 예측대로라면 한국차 업체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지을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인더스트리로서의 성격이 다른 무엇보다 강한 것이 자동차 산업이지만 동시에 지역적인 특색이 강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기술력과 특성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시설과 인력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게 인텔리전트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드러났듯이 지금 세계 자동차업계는 기로에 서 있다.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자동차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 차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글_채영석(자동차 평론가, 월간 모터매거진 편집장)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의 꿈, 중국

 


20세기초 자동차의 외관.
대공황을 계기로 산업 디자인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획기적인 디자인의 변신이 이루어졌다

 


자동차는 여전히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인테리어

 


다양한 스타일링의 시도는 자동차의 이미지를 바꾸기도 한다.

 


외적인 변화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성능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동차도 여전히 인기다.
‘페라리 360모데나’

 


피닌파리나 ‘메트로쿠보’
1인승 자동차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좌석과 기계라는 자동차의 기본 구조를 머라이(Murray) 잔디깍는 기계와 소파로 아이러니컬하게 응용, 표현한 대체 자동차 아이디어, 미국 텍사스

 


21세기 초반 자동차의 가장 큰 주제는 ‘인텔리전트’.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움직이는 사무실의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델피 사의 전자 시스템

 


한국 차의 품질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있는 EF소나타

채영석
1958년 생.
KBS-TV 안전운전 365일 기획자문과 KBS, MBC, TBS 라디오에 고정 출연했다.
현대 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평론가이면서 월간 모터매거진의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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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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