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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를 세계속에 심는 문화유산 다시 보기

산업화 이후, 경제개발 계획에 의해 격려받은 제조업은 무수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생산했다.
1970년대를 신나게 했던 운동화에서부터 1980-1990년대를 거쳐 효자 노릇을 한 가전제품과 자동차, 반도체 등등. 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켜온 ‘메이드 인 코리아’들이다.
이들이 현대 산업 기술에 의해 개발된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그 이전의 ‘메이드 인 코리아’들이 있다. 고려 청자와 석굴암, 불국사, 종묘, 팔만대장경, 수원화성처럼 세계 속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과거 문화유산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서 ‘메이드 인 코리아’임을 세계 속에 알리고, 또 그 요소 요소를 발전시켜 한층 매력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만들어낼 문화유산을 꼽으라고 하면, 그것은 역사의 중심에 서서 스스로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의식주나 제사, 연중행사에 관련된 각종 물품들처럼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의 역사를 탄탄하게 만들고 지탱해온 것들과 관습과 규범에서 전해오는 무형의 유산들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문화유산은 제1세계, 거대 정치권력, 유형 중심에서 제3세계, 민중문화, 무형 중심으로 관심의 축을 이동시키고 있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 이래 유형 문화, 중심 권력의 문화를 문화유산의 개념으로 사용해 오다가 1990년대 이후 무형문화와 공예부분의 보존과 발굴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대만과 동구권에서는 이미 사소해 보이는 민중의 전통을 보존하고 이어나가기 위한 제도와 교육을 보장하고 있다.


청자 죽절문매병(12세기)
빛깔의 곱기나 유려한 어깨선, 목의 길이가 모두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조화를 이루어 생기있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은 그 색과 상감기법, 그릇의 생긴 모양에 있다고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 있는 청자의 특징들은 중국이나 그 어느라의 것과도 비할데가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백화철화포도문항아리(17세기, 이화여대 박물관)
철사 안료로 그려 넣어진 포도 덩굴의 배치가 뛰어나고 둥글고 풍요한 어께에, 급격히 좁아드는 동하부의 자태는 견고하고 충실하다.

중국의 것처럼 화려하거나 일본 것처럼 예리하지는 않지만 질박하고 순수한 속내를 보는 것 같은 믿음직스럽고 잘생긴 것이 조선백자이다.
금관(신라 5~6세기, 경주 황남대총)
넓고 얇은 금판자를 오려 금실로 꼬아 맨 신라 듬관은 각 부분의 높이, 크기, 굵기의 비례가 적정하여 전체적으로 매우 세련된 조형미를 나타낸다.

화려함과 그 빛깔의 찬란함에 동양 고고학계가 모두 놀란 신라의 금관은 그 원류를 시베리아 계통에서 볼 수 있어 우리문화의 원류,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더듬는 주춧돌이 된다.
본존불이 똑바로 동해의 문무대왕 수중릉을 향하고 있고, 전실에서 예배드리는 사람들에게 본존불 췻벽의 둥근 원판이 본존불의 두광으로 보이도록 한 계산된 건축구조가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생명감 넘치는 본존불의 표정과 대자대비하고 위엄있는 미소는 주변의 다른 불상들과 함꼐 조화를 이룬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굴암은 그 위치의 정확성, 그리고 건축과 불상들간의 수학적, 심미적인 완벽한 조화를 통해 불심의 세계를 현세에 구현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근자에 짚이나 보자기, 옹기 등 일반인들의 일상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해외 전시 등을 마련하면서 그 자체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보다 일상에 가까운 것들이 발굴되고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수 천년 우리 문화 속에서 살아 숨쉬며 디자인의 실마리를 풀어줄 디자인의 원천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상품화한 것들은 이른바 문화상품이라 하여 관광기념품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의 접목에 있어서 문화유산의 본질과 기능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조형미를 차용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의 ‘뮤지컬 명성황후’나 ‘페이퍼 매직’은 우리 문화 전통의 핵심이 어디 있나를 고찰, 다시 해석하고 보다 다각적으로 활용 방안을 탐구하여 문화산업으로 국제적 성공을 이룬 드문 예이다.
문화유산의 형태를 다른 매체나 형식으로 반복 재현하기보다는 문화유산의 내용을 전혀 새로운 그릇에 담되, 그 그릇 만드는 방법을 전통에서 착안한 점이 성공의 이유일 것이다.


황후 적의(조선시대).
왕비나 세자빈의 법복으로 대례에 착용했다.
12등분하여 꿩 154쌍을 수놓은 화려함이 한국미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한복의 미는 4계절이 뚜렷한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바느질법, 지나친 과장이나 변화를 거부하는 고상한 배색, 아름다운 곡선미에서 나타난다.
수보(19세기).
물건을 주고받을 때 그 물건을 싸거나 덮어 보호하면서 아름답게 장식하는 데 쓰여, 전하는 이에게 깍듯한 예의를 전달했다.
선조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베어있는 보자기의 정신은 수용자 중심의 현대 디자인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의 시대, 가장 간단하면서도 편리하며 소프트웨어에 따라 항상 변화 가능한 보자기는 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하드웨어이다.
동래 들놀음의 말뚝이.
양반들에게 무차별한 조소와 야유를 보내며 카타르시스를 얻었던 민초들의 순진한 심성이 드러난다.

물리적인 탈 그 자체만이 아니라, 종합예술인 탈놀이 문화의 해학과 익살을 이용한 새로운 문화 또한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색실과 실첩(19세기).
실용성에 비중을 둔 종이공예품은 제조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들어 여러 종류가 다양하게 만들어졌으며, 활동이 적었던 여인네들의 창조성을 표현하는 좋은 매체가 되었다.

기능과 장식의 오묘한 조화, 다양한 무늬와 아기자기한 한지공예의 색감은 무한한 한국 디자인의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결국 우리 문화유산은 기념품으로서가 아니라 전략적인 문화산업론의 소프트웨어로 기능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지만 다른 한편, 민족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장이 될 수도 있으며, 이 두 목표의 상호작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가 된다.

물론 문화산업론의 경제 논리 뒤에 깔린 위험성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의 문화유산특별위원회(Council of Europe’s Task Force on Culture and Development)는 1995년 보고서에서 “문화유산 보존의 근거는 절대 경제적이어서는 안되며 순수하게 인문적이거나 문화적 가치에 따라야 한다”면서 “문화유산은 경제적 이윤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있기’ 때문에 보살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염두에 둘 것은 문화산업이 수년간의 문화정책으로 갑작스럽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고, 그것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얻기까지는 부단한 정책적 배려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적으로 시민사회의 의식수준이 고양되고 문화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입지는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다.


정전.
의례를 치르는 공간의 위계질서를 반영하여 기단과 처마, 지붕의 높이를 달리 하였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공간과 형태는 조선왕조의 개국과 이상적 사회건설을 위해 펼쳐졌던 성리학적 이념과 질서를 완벽하게 건축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종묘는 유교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의 하나였다.
정제되고 장엄한 건축구성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울려 영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듯하다.
거북선.
판옥선과 함께 조선 수군의 돌격선인 거북선을 정교히 재현, 큰 거북선은 정교한 3차원 옆면, 돌격장인형, 귀면상을 추가, 미려한 장식품이자 재미를 느끼게 하는 지능 개발용품으로도 기능한다.

페이퍼 매직은 재료와 형태의 전통적인 접근으로 한국 문화의 원형을 알리는 동시에 문화유산의 유형을 이루는 전통의 기본 원리를 탐색하고 이를 전략화 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여타 제품에 비해 월등한 간편함과 짧은 조립 소요 시간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한 해 1조원의 국제문화관광상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야심에 차 있다.
창덕궁 세트.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인정정과 주변궁정, 품계석, 회랑, 신하들까지 재현했다.
우리 건축물이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어진 것에 힌트를 얻어 정교하지만 풀과 가위 없이도 쉽게 분리 조립할 수 있도록 고안된 3차원의 종이 모형조립 제품.

 

한 세기를 마감하면서, 과거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되짚어 보는 것은 보편성과 특수성이 혼재되고 가치관을 혼란하게 만드는 이 시대에, 문화산업의 발전이나 문화유산의 보존, 문화인프라의 구축이라는 모든 면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희망을 찾는 일이다.

여기 나열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아이템들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한국의 세계문화유산과, 1997년 문화체육부가 선정한 한국 문화 통합이미지 대상을 참고하였고,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비주류의 문화유산 가운데서 비교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아이디어를 이용한 각종 문화상품, 문화산업으로의 개발 잠재력이 있는 물품들을 추가하였다.
각 아이템별 이미지들은 미술, 공예분야의 개설서나 전문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들 중에서 그 아이템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였다.
그 밖에도 우리 문화유산을 활용해 태어난 또 하나의 문화유산인 뮤지컬 명성황후와 페이퍼 매직과 같은 문화상품도 다루었다.

이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미 세계에 널리 알려져 한국미의 뛰어남을 선전하고 있기도 하며, 그렇지 않은 것들은 앞으로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을 품목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_백현주(경원대 차세대디자인센터 내 디자인마스터아카데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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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 1999년 11 12월호 (167호) 첫페이지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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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웹진 '산업디자인'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잡지로 1970년 11월 '디자인·포장' 창간호가 1983년 2월까지 발행되고, 1983년 4월(no.67)부터 '산업디자인'으로 명칭변경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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