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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시드니 디자인 99 대회 성과와 평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ICOGRADA 행사를 준비

해양문화의 정서를 담아낸 시드니 시(市)
이번 시드니 디자인 99의 주인공은 바로 시드니 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전야제가 개최된 오페라 하우스는 항구의 특징을 잘 살린 시드니의 대표적 상징물로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한 대형 조개껍질의 구조물로서 해양도시 문화를 직,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전야제에서는 원주민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전통 의상을 입고 나무로 제작된 긴 악기를 연주했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아주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소리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회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세계의 가장 현대적인 문화를 상징하는 오페라하우스에서 5만년이라는 긴 역사를 통해 내려온 전통 문화와 결합되는 아름다움을 지켜보면서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ICOGRADA 대회도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총회 분위기를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행사장을 비롯한 주변에는 내년에 개최되는 올림픽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를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회의장 정문 입구에는 호주 메르본에 있는 FHA(Fleet Henderson Arnold) 회사가 디자인한 시드니 올림픽 엠블렘 마크가 항구문화의 상징인 요트의 돛 부위에 장식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컨벤션 센터의 건축스타일도 곡선을 활용해 200년 전 호주 유럽 조상들이 바다를 넘어올 때 탄 대형 범선의 돛을 연상시켰다.

또한 최근 호주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복고풍 추세를 반영하는 현상을 보여준 바라린지라는 디자인 회사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호주는 영국과 유럽 출신들이 대륙을 정복한 후 아보리진(Aborigine) 원주민들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억누르면서 유럽 문화를 우상으로 여기도록 종용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호주인, 특히 디자인계의 입장은 다르다.
호주의 독창적인 국가의 위상은 유럽에서 넘어온 백인의 문화가 아니라 몇 만년 동안이나 원주민들에 의해 일구어온 문화가 호주의 개성을 가장 잘 전달시킬 수 있다고 깨닫게 된 것이다.

부부가 경영하는 바라린지 스튜디오의 주인은 원주민이고 부인은 백인이다. 이 두 사람은 오랫 동안 백호주의 사회의 보수적인 비난을 꿋꿋하게 극복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국내외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특히 이 회사의 작품 중 호주 콴타스(Quantas) 항공사 747 비행기와 일본 유명 백화점에 나가는 패션 스타일의 정장, 넥타이, 액세서리 등은 원주민이 지향하는 복합문화적인 스타일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첫날 오전 전설적인 스웨덴 출신의 원로 보석 디자이너인 비비아나 토론의 발표였다.
72년 동안 살아온 인생 역정을 회고하는 내용이었는데,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어린 시절, 제한된 환경에서 아직 개척되지도 않은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한 후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덴마크의 조지 엔센(George Jensen) 사의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 작품 같았다.
토론 씨는 활동 무대를 프랑스로 옮기면서부터 피카소, 헤밍웨이, 사르트르와 같은 유명 인물 등과 가까워지게 되었고, 유럽 박물관에 그의 작품이 전시되는 등 신화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러던 그가 나이 50이 넘으면서부터는 그 동안의 경력과 삶의 방식을 바꿔 사회봉사를 위해 거주지를 파리에서 인도네시아의 작은 마을로 옮겨 불우한 이웃을 도우면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디자이너이자 가정주부, 문화인 그리고 사회봉사자로서 살아온 인생을 작품과 본인의 젊었을 때의 모습에서부터 70세가 넘은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모습을 슬라이드로 40여 분 동안 보여주면서 설명하자 1,5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5분 동안이나 기립박수를 하는 등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다.

강연자 중 동양권의 디자이너는 홍콩의 알란 찬과 중국의 왕슈 등이 있었지만 한국의 발표자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는 서양 사람 위주의 주제도 이제는 식상할 뿐만 아니라, 늘상 서양인의 시각에서 보는 동양의 디자인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이나 동양 디자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균형있는 행사 진행 아쉬어

5일 동안 진행된 총회와 행사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먼저 3개 단체 통합대회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했다.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장점이 가장 큰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같은 기간 동안 3개의 대형 대회를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제한된 시간에 각 디자인 분야를 통합하는 주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심도 깊은 내용의 기획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따른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미숙했던 점은 강연자들이 대부분 백인 남자였던 것도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았으며, 주제의 성격도 인터렉티브 등 최근 관심 있는 디자인계의 이슈들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2년 전 우루과이 이코그라다 총회에서도 대부분 주변국인 아르헨티나 사람이 참여했듯이 이번 시드니 총회도 대다수의 참가자가 호주 디자이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국제디자인 포럼의 특성상 그 지역의 매체 또는 일반인한테 디자인의 위상을 알리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2000년 ICOGRADA 행사에서는 전체 참가자들의 이상적인 구성비율이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국제행사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많은 국제행사 및포럼에서 보듯이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행사가 아니라 꼭 참석할 대상인 디자인 지망 학생, 프로 디자이너, 교직자 등이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홍보와 동원 그리고 관심을 갖도록 관련 협회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가장 큰 과제는 남은 시간동안 어울림 디자인 대회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많은 이벤트와 세미나를 실시하는 것이다.
2000년 총회까지 앞으로 정확하게 1년 남은 시점에서 ICOGRADA 행사를 점검해보자면, 지난 6개 월 동안 국제 유명 디자인 인사들한테 내년 대회를 위해 강연 연사 섭외를 제시했으며, 그 중의 대다수가 큰 호응을 보였고, 데이비드 칼슨 등은 벌써 참가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남은 기간 동안 계속해서 세계 각국에 있는 디자인 관련 단체 협회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전 등록 참가자를 확보해 보다 안정감 있는 행사를 치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한국 디자인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아직까지 국제적 위상의 디자이너 국제적인 디자인 업체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디자인계의 가장 큰 과제는 표현방법에 있어서 서구지향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전형적인 한국형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000년, 그리고 어울림 대회를 통해 과거의 분리되었던 전통과 현대 감각의 디자인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한국적인 스타일이 개발되길 기대해 본다.


글_장동련(인터브랜드 DC&A 대표)



시드니 디자인 99 공식 프로그램.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의 어울림 명함.
뒷면은 어울림 이벤트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주요 아이템인 엠블렘, 모티프, 그리고 공식 색상인 노란색을 조화있게 표현했다.

 


시드니 디자인 99 총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2000 시드니 올림픽 디자인 매뉴얼.
디자인/
FHA(Fleet Henderson Arnold)

장동련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 파슨스에서 BFA를,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에서 MFA를 받았다.
디자인포커스, 헨리 스타이너&파트너즈(홍콩 소재), 인피니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한 뒤, 1991년에 DC&A를 설립했다.
현재 인터브랜드 DC&A 대표이사 겸 인터브랜드 아, 태 지역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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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1년 1/2월호(no.174)를 마지막으로 산업디자인지는 폐간되었으며, 2001년 7/8월(vol.175)부터 현재까지 designdb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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